영생에 대한 새로운 전망, 존 쉘비 스퐁, 한성수, 한국기독교연구소, 2011.

부활절을 맞은 후 그리스도인은 주님과 함께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신앙적 측면에서 부활절 이전과 이후의 차이점이라면 부활을 소망하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과 동행하기로 다짐하게 된다는 점이다. 교회력을 중심으로 한 실천적 신앙생활을 통해 천로역정의 기독도(基督徒)처럼 도래할 하나님 나라를 향해 매일을 살아간다.

이 땅의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문제의 문제를 거듭 만나면 회피하고 싶다. 삶이 피곤하여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고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는(계 21:4) 곳으로 직행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삶이 힘들어 신앙인은 피안적 세계로 도피하기 쉽다. 영원불사, 무사태평의 새 하늘과 새 땅 입성이 신앙의 궁극적 목적이라면 지금 살아가는 이 땅에서의 생활은 우리의 신앙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영원한 생명(영생)은 죽어야 얻을 수 있는가?

존 쉘비 스퐁의 <영생에 대한 새로운 전망>은 그의 나의 79세에 쓰여졌다. 죽음을 기다리는 나이라고 그는 말한다. 생명 활동을 하는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맞이한다. 동물, 식물은 모두 죽는다. 죽음을 맞이하는 생명체 중 인간의 특이점은 자기의식이다. 자기의식을 통해 인간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인식은 인간에게 두려움을 준다. 죽음의 공포에 떠는 인간에게 봉사하는 신적인 권능을 불러오는 종교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종교의 첫 번째 초점은, 우리가 이미 주목한대로, 우리로 하여금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우리를 도와주러 오는 신들의 호의어린 은총을 이끌어내도록 허용하여, 이 땅 위에서의 삶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다. 종교의 두 번째 초점은 우리의 죽음에 대한 인식에 수반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우리가 매 순간 의미의 영향력을 위협하는 죽음의 놀라운 힘을 이기고 승리를 보장함으로써 영원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 달리 종교에 의지한다고 해서 이 땅에서 안전성을 담보받을 수 없고 신의 보호 아래 영원한 안녕이란 전무하다. 그럼에도 교권 아래 신자들은 믿음을 강요받는다. 스퐁은 이런 근본주의에 의문을 제시한다. 종교의 오류는 역사를 통해 이미 노출된지 오래다. 첫 번째는 우주의 크기가 우리의 세계관과 우주 속에서 하느님의 위치에 대해 도전했다.(갈릴레오 갈릴레이) 두 번째는 이 세계가 작동하는 것에 대한 지식이 초자연적 능력에 대한 우리의 의존을 무너뜨렸다.(존 뉴턴) 세 번째는 인간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인간의 독특성에 대한 신화를 새로 생각하고 동시에 우리가 영원한 가치를 지녔다는 인식도 새로 생각하도록 강요했다.(찰스 다윈) 스퐁은 절대권력, 전지전능의 신성으로 세상 밖에서 지구를 감시하고 군림하는 신관, 그리고 그 신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만물의 영장으로써의 인간이란 종교적 페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나는 종교로부터 걸어 나가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통하여 걸어서 그것을 넘어서고 싶다. 나는 종교가 알지 못했던 것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다. 나는 과거의 지혜를 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고 그렇다고 그 지혜에 묶이기를 바라지도 않는데 이는 지혜가 늘 변하기 때문이다. 위에 계신 신으로부터 안에 계신 신에게로 방향전환을 하는 것은 엄청난 변천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에게 열려 있는 유일한 통로다.” 

위에 계신 신으로 안에 계신 신으로 방향전환이 왜 엄청난 변천인가? 위에 계신 하나님은 불가지론에 빠지기 쉽다. 하나님을 만날 수 없는 인간에게 선악의 책임을 묻는 신은 무책임하다. 하지만 안에 계신 신은 인간과 만나고 사랑하며 선으로 이끈다. 안에 계신 하나님의 이끄심으로 인간은 온전케 되고 영원성(영생)으로 들어간다. 스퐁은 이렇게 말한다.

“즉 자아의식을 지닌 인간의 삶이 하느님의 영원성에 참여하고 있다는 각성, 내가 점점 확장하는 생명의 힘과 소통하는 그 정도만큼, 생명을 고양시키는 사랑과 무한한 존재의 근원과 소통한다는 새로운 각성에 근거한 것이다. 나의 죽어갈 유한성에 의해 제약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원성에 의해 제약되어, 나는 살고, 사랑하고, 하느님의 일부가 될 것이다.”

결국 신자의 삶이란 무엇인가? 죄 많은 이 세상은 내 집 아니기에 삶 속에서 만나는 문제를 전능자의 손에 맡긴 채 위에 계신 신이 거주하는 천국(피안적 세계)만 갈구하며 이생의 삶을 부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안에 계신 하나님의 영원성 속에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지는 하나님 나라’에 동참하는 것인가? 하나님 나라는 우리 외부에 세워질 특정한 모양이 아니다. 우리 안에 있는 참 인간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그 속에 양의 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합일을 이루는 영생에 이르게 된다. 모두가 참 인간, 즉 하나님(타자)과 하나가 되고, 나 자신과 하나가 될 때 성령 안에서 누리는 정의, 평화, 기쁨을 맛보며 살게 될 것이다. 

이원영 목사(예장통합 총회농촌선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