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나아가는 길 

<침묵의 대화>, 토마스 키팅, 카톨릭출판사, 2022

  하나님은 언제 어디에나 계십니다. 지금 여기(here & now)에 계심을 알아차림이 현존 경험입니다. 초월해 계신 하나님보다 내재해 계신 하나님을 만나기가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침묵의 대화』를 손에 들었습니다. 토마스 키팅은 센터링 침묵기도를 널리 알려주신 은인입니다. 마음의 길을 일깨우신 선생님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 현존하신 하나님을 쉬 알 수 있도록 안내 해 주십니다. 산산이 부셔진 마음을 한 곳에 모으고(attention), 내주하시는 하나님께로 향할 수 있는 길(intention)을 찾게 하십니다. 부셔진 마음은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 자아(에고)로 굳어진 것들입니다. 그 마음의 결을 벗겨내어 참 자아를 되찾습니다. 그 안에 계신 하나님(Imago Dei)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참 행복입니다. 

  내주하신 하나님은 침묵의 언어로 소통하십니다. 그 깊은 침묵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심지어 무의식의 찌꺼기(정화)까지 덜어내야 합니다.(35) 물론 참 행복을 가로막는 거짓 자아, 즉 행복을 위한 정서 프로그램(SAC)을 정리하지 않는 한, 무의식의 굳은살을 벗겨내기 힘듭니다. 기본적으로 이 행복정서프로그램에는 분노, 슬픔, 두려움, 자부심, 탐욕, 부러움, 허영심, 무감정 등이 있습니다.(40) 개인의 죄는 대부분 이 행복을 위한 정서프로그램에서 열린 열매입니다. 이것은 기독교 정통교리에서 말하는 원죄(原罪, Original Sin)라고 할 수 있습니다.(49) 켄 윌버는 행복정서프로그램의 형성이 의식(意識, consciousness)으로부터 표출된다고 말합니다. 이 의식은 기억된 현재(remembered present)라고 하며, 유아기로부터 파충류의식, 타이포닉(반인반수) 의식, 신화적 의식, 정신자아 의식으로 발전한다고 말합니다.(51-55)

  이러한 의식을 정선하지 않으면, 어른 아이로 남게 됩니다. 침묵 속 하나님과의 대화를 위해, 이러한 의식의 정화는 필수입니다. 침묵 속 신성한 일치를 위해 원죄의 성격을 갖춘 이 행복정서프로그램을 제거해야 합니다. 에덴동산에서 친밀한 교제를 나누던 아담과 하와는 자연의 힘과 조화를 이룹니다. 이러한 진정한 낙원은 어느 장소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 상태를 나타낸 것입니다.(72)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지고 가라 하신 십자가는 정확히 말해, 우리가 아동기부터 가지고 온 정서적 상처와 이것들을 다루기 위해 발전시킨 심리적 방어 기제들입니다. 이것들은 우리 안에 있는 불완전, 분리, 고립, 그리고 죄악의 깊은 감각을 일으킵니다.(103) 이러한 깊은 상처로 얼룩진 감각들은 어두운 밤이라는 도구로써 정화의 과정을 맞습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이 감각의 어두운 밤에서 심리적 깊은 정서들이 정화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영의 밤을 통해 성령의 조명을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118)

 감각의 밤은 미숙한 행복정서프로그램을 무너뜨립니다. 그것 때문에 기도하는 동안 하나님의 부재라는 감각이 퍼지고, 이러한 감각이 생활의 다른 영역에도 스며듭니다. 이 감각의 밤은 정서 프로그램을 무너뜨리고, 거짓 자아를 없애기 위해서 만들어집니다.(146) 이때에 기도의 메마름은 침묵을 첫 번째 언어로 사용하시는 하나님과의 만남입니다. 여기서 ‘주입된 평정’을 경험하며, 일치의 기도가 성사됩니다.(158) 이처럼 침묵의 저수지를 만나기 위해서 어두운 긴 터널을 거칩니다. 영적 여정의 목표는 깊은 침묵 속에 계시는 하나님과의 연합, 곧 변형일치에 이르는 일입니다. 참 행복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의 정수입니다.(177) 침묵 속 참 행복은 내적 자유의 성장으로 지향합니다.                

한천교회 전승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