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박찬국, 21세기북스, 2021)

  저자는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서 국내 최고의 ‘니체’ 권위자이다. 이 책은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니체 철학을 접할 수 있도록 쓰여져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인생의 10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니체의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로 구성되어 있다. 

  니체는 인간의 정신은 낙타의 정신에서 사자의 정신으로 그리고 사자의 정신에서 아이의 정신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인내와 순종의 대명사로 불리는 낙타는 사회적 규범과 가치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착한 인간’으로 불리기 원하는 사람을 상징한다. ‘사자’는 낙타의 정신에 머물러 살고 있지는 않지만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삶의 허무감을 분노로 바꾸어 기존 가치에 저항하고 파괴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새우지는 못하는 인간 상태를 말한다. 허무주의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회복한 정신의 단계를 ‘아이의 정신’이라고 부르며 ‘놀이에 빠진 어린아이처럼 살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놀이에 빠져 있을 때 아이는 “왜 이 놀이를 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는다. 놀이의 재미가 사라졌을 때 ‘왜?’라고 묻는 것처럼‘ 의미를 찾지 않게 될 때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된다. 의미와 행복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춤추는 인간 자체이며 기쁨과 슬픔을 웃으면서 긍정하는 ‘지금 여기’의 삶이라는 것이다. 

  니체는 왜 험난한 인생을 사랑했을까? 운명을 긍정하는 사람에게 있어 세계는 비록 가혹한 시련을 가할지라도 우리가 자신을 단련시키고 성숙시키도록 돕는 친구로 나타나며 그것을 사랑하고 감사함으로써 세계와의 분열과 대립을 넘어선 상태를 진정한 행복이라고 보았다. 

  그는 살아있는 모두는 힘을 추구하며 자신을 강화하고 고양하려 하기에 세계에서의 투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 욕망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것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자신과 친구에게는 정직하게, 적에게는 용감하게, 피정복자에게는 관대하고 예의 바르게 하라는 미덕을 더한다.

  니체는 왜 신을 죽여야만 했는가? 이 말은 매우 역설적이다. 종교를 만들어 은총이나 벌을 주는 하느님이라고 존재라는 당시의 제도화된 교회의 가르침은 예수의 가르침과 무관하다고 보았다. 예수가 말하는 천국은 우리 마음속의 특정한 상태로써 지복의 느낌에로 들어가는 사건을 상징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바람직한 종교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이성적 잠재력을 실현하게 하는 것으로 내세나 천상의 희망이 아님을 역설한다. 그가 말하는 ‘초인’이란 사랑과 자비를 구현하면서도 현실의 투쟁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적에 대해서도 의연히 승리할 수 있는 인간이다. 종교란 신을 위한 것이 아닌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니체에 있어서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독단적으로 사로잡힌 사람들은 자유로운 사유를 가로막는 감옥에 갇힌 자이다. 그러므로 위대한 인간은 필연적으로 모든 일에 신념과 확신에 차 있는 것이 아니라 ‘회의(懷疑)를 품은’ 사람이어야 한다. 

  니체는 예술을 삶의 위대한 자극제로 여겼고 인생의 허무주의를 극복할 대안이라고 보았다. 자신의 생명력이 저하되고 추한 상태일 때 환경이나 누군가를 원망하게 된다. 충만한 상태에 있을 때 인간은 세상의 모든 것을 풍요롭게 느끼면서 강하고 힘이 넘쳐나며 사물을 완전한 것으로 변화시킨다. 이것이 예술이다. 예술에서 인간이 궁극적으로 즐기는 것은 완전한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이다. 예술에서는 생을 긍정할 수 있는 길이 발견된다. 

  죽음은 두려움인가? 라는 질문에서 ‘죽음’은 오히려 자신의 성숙과 강화를 위한 기회로써 냉철한 의식을 가지고 의연히 죽음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힘이 고양됨을 느낀다. 타인에게 짐이 되지 않고 죽음의 때를 알고 품위 있게 그것을 맞이할 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는 물음에 “그대는 그대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타고난 성격과 소질에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스타일을 부여할 것을 요구한다. 인간는 통제할 수 없이 다가오는 각각의 운명을 긍적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남의 평가나 시선에 연연하지 않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것을 요청한다. 또한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도 한다. 거기에서 우리를 고양시키는 힘의 의지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 내면의 소리를 듣는 사람은 피상적인 삶에 안주해 있을 수 없다. 그는 고난 중에서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라는 신호를 듣는다. 

  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지금까지 너는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했는가? 무엇이 너의 영혼을 높이 끌어올렸는가? (거짓)자신을 극복하라. 고귀한 인간(초인)이 되라. 모든 위대한 것과 충만한 힘은 끊임없는 자기 극복을 통해 이루어진다. 모든 좋은 것은 본능(본성)이다. 진정 자유로운 행동은 본능적 욕구에서 필연적으로 경쾌하게 따라 나오는 가벼우며 필연적이며 자유로운 건강한 행동이다.

  보고 생각하고 쓰는 법을 배우라 보는 법은 속단하여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자제하면서 결정을 유보하는 것, 사유하고 글을 쓸 때는 사물들이 갖는 섬세한 뉘앙스를 느끼면서 그것을 표현할 줄 알게 된다. 

  그는 우주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다. 자신에게 중요하고 친근한 말을 건네는 하나의 공동체, 그 공동체는 소심한 안락에 안주하려는 인간이 아니라 성장하여 이 세계를 변혁시키는 인간들의 공동체라고.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했던 니체가 설파하고자 했던 희망의 메시지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듣게 된다. 
 
  종교적 세계관이 인간과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에 그의 목소리는 참으로 용기 있었다. 자신의 가혹한 운명을 이겨내는 깊은 사유와 체험 속에서 나온 그의 철학은 교리나 관념으로 말할 수 없는 살아있는 온몸의 메시지였다고 생각된다. 그리이스, 로마의 철학을 신봉한 그가 그리스도의 정신 위에서 노장의 동양적 지혜와도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니체는 인간의 욕망을 거부하지 않고 정직하게 자신에게 물으면서 그 욕망으로부터 참된 나를 찾아 거듭나기를 원했다. 

  초조와 불안이 세상을 뒤엎고 있다. 현대인들은 너나없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한다. 편안함, 안정을 바라는 사람에게 행복은 오지 않는다.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세상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생명력과 의지를 발휘하고 고양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라는 니체를 오늘 기꺼이 만나고 싶다.  

남금란 목사 (예장통합,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