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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이라는 문장이 낯설게만 느껴졌는데 어느덧 인생 2막이 나의 현실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 2막과 내가 맞이한 인생 2막은 차이가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는 다른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인생 2막을 말하게 되는데 주로 중심이 되는 것은 경제수단인 직업에 관한 것으로 새로운 직업을 찾아 돈벌이를 이어가는 것이 인생 2막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나에게 있어 은퇴 전과 은퇴 후에 차이라면 설교강단에 오르는 것이 없어진 것이 은퇴 후에 달라진 점일 뿐 생활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목회현직에 있으면서 이런 일 저런 일 이중직 삼중직을 했던 것은 드러낼만한 일도 아니지만 숨길일도 아니라고 정의하고 싶다. 목회와 병행했던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했던 일이 인생 2막에도 부분적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한때는 문어발식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기도 하였으나 나이가 들은 만큼 나에게 적합한 일을 찾아 최적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인생 2막을 살면서 일거리 때문에 전전 긍긍하지 않게 된 것은 특별한 환경을 감당한 대가로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인 셈이다.
삶의 패턴과 일은 달라지지 안 했으나 삶의 자세가 달라진 것이기에 인생 2막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인생 2막을 살면서 확실하게 달라진 나의 모습에 나도 놀라게 된다. 전에 안 보이던 현상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예사롭게 여겼던 것들이 소중했음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만남의 소중함이 녹아 저 있기에 아름답게 들린다. 그리움으로 때로는 아쉬움으로 새록새록 만남의 추억이 오버랩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쁨과 축복을 누렸고 때로는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을 간직한 만남조차도 나를 성장케 하는 밑거름이었기에 나의 삶을 만들었던 모든 만남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만남에서 인생이 시작되었고 삶 자체가 만남이었건만 만남의 소중함을 대수롭지 않게 또는 당연하게 여겼던 아둔했던 자화상을 보며 한스럽고 짠해진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혼자 있기에 익숙한 성격 때문에 대인관계를 이어가지 못하기도 하였지만 인생 2막을 살면서는 만날 사람도 별로 없기도 하지만 함께 사는 아내하고도 별로 할말이 없어 진다.
대화란 꼭 몸을 가진 유형적 사람하고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요즘들어 자주 하게된다.
내가 질문하는 것들을 성경에서도 얻지만 자연 을 통해서도 책을 통해서도 얻으면서 내가 질문한 것을 대답해 주는 친구들,또는 말을 걸어오는 친구들을 여기 저기에서 만나게 된다.
박물관에서만 작품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만남 속에서도 글 속에서도 자연 속에서도 자주 걸작품을 접하게 된다. 산천초목이 신비롭고 가지각색의 꽃과 나무 등 다양한 자연과 감응하며 즐기게 된 것은 나이 듦이 가져다준 선물이 아닐까!. 피에로 쌍소가 쓴 책,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마지막 부분이 생각나며 공감이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모든 계절이 내게는 너무나 정겹고 아름답기만 하다.
나는 빛이 기울어질 때까지 빛과 동행할 것이고
밤이 새벽에 의해서 찢겨 나갈 때까지 밤과 동행할 것이다. 누더기를 입고 있는 이 세상, 나는 이 세상에다 위엄 있는 의복을 입혀줄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나의 참된 충동들을 알고 있기에 세상이 입혀준 누더기를 벗겨낼 것이다.]
아내와의 동네뒷산 산행은 소. 확. 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중 하나이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은 과거를 회상하며 자축하는 소. 확. 행 이 있다. 이래저래 시간적 여유가 많아젔다. 여유 있는 시간들을 지나간 날들을 관조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 지난날들을 뒤돌아보며 가끔은 일종의 자축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 박수를 처 주기도 한다. 자축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은 성경적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하나님도 자축하는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루하루 창조의 과정이 마무리될 때마다 또 다음날에 창조가 시작되기 전에 하나님은 한 날의 창조를 마무리하면서 그 소감을 매우 인상 깊은 한 단어로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하나를 만드시고 좋았더라는 소감을 표현하셨다.
빛을 만드시고 그리고 빛을 보신 하나님의 소감을 "좋았다"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미처 그냥 지나갔던 지난날을 돌이켜 보니 내 삶의 발자국마다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 그 하나님의 자비를 바라보게 되고 하나님께는 감사 자신에게는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과거를 관조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새로운 일거리도 생기게 되었다. 글을 쓰는 일이었다.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되고 정화가 되고 치유가 되는 것을 경험한다.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모두에게 말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를 전하게 되니 설교상대나 말할 상대가 없는 은퇴목사에게는 이보다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
피에로 쌍스가 말한 대로 나의 인생 2막은 그렇게 펼쳐질 것이다.'[내일 다시 한번 나는 아직도 살아있는 존재로 있을 수 있는 이 행복한 기회를 소중하게 누리게 될 것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낙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럽고 흐뭇한 일이다. 인생 2막의 자화상을 보며 짠해지기도 하고 흐뭇해지기도 하는 희비가 엇갈리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김홍봉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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