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쁘리야

     2024년 1월 10일 수요일 맑음

     『‘관점’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완벽한 ‘기억력’과 완벽한 ‘직관’을 타고났다. 우리에게 있는 지적 능력은 완벽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계발은커녕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도 배워본 적이 없다. ‘상상’은 그저 우리가 가지고 노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상상 속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지며 그 후 물리적인 결과로 바뀐다. 세상은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미국의 로켓 공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oun)이 이를 정확히 표현했다. 존 케네디가 폰 브라운에게 “사람을 달로 실어 보냈다가 안전하게 지구로 데려올 수 있는 로켓을 만들려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해내겠다는 ‘의지’입니다.”

     ‘의지’는 인간의 고차원적인 능력 가운데 하나로, 외부의 모든 방해를 배제하고 마음속 화면에 하나의 생각만 띄워놓을 수 있게 해 준다. 하나의 생각에 집중할 때 그 생각은 형태로 바뀐다.』 -밥 프록터

     쁘는 비록 어린 학생이지만 그 아이의 ‘의지’로 고통을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쁘가 오랜만에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 영어문장과 철자가 틀린 단어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적어 보낸 것을 내가 나름대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휴대폰 데이터가 모두 소모되어 와이파이를 사용하지 못하며 문자를 보낼 수도 없고 사진도 보낼 수 없었어요. 한국의 후원자가 보내 주신 돈으로 학비를 내었어요.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아무도 대주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돈을 보내 주셔서 매우 감사해요. 그 은혜를 잊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의 사랑을 잊지 않고 늘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기말시험을 모두 마쳤고 A+를 2개나 받았어요. 카투만두 병원에는 3일 후에나 갈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 가난한 나라의 휴대폰 요금제는 한국처럼 매월 지불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형편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500원 혹은 1,000원씩 데이터를 로드(load)하여 며칠씩 사용한다. 그러다 로드한 데이터를 모두 소모하면 전화나 문자를 보낼 수가 없다. 쁘도 그래서 나에게 문자를 잘 보내지 못한 것이었다.

     기말시험 기간에 오토바이에 부딪치는 큰 사고가 나서 카투만두 병원까지 다녀오느라고 많은 시간과 고통을 겪었지만, 그 아이는 한국에서 보내 준 위로금을 헛되지 않게 하려고 아픈 가운데도 열심히 공부하여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는 내용이다. 그의 ‘해내겠다는 의지’가 이룬 결과이다. 그 아이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이 쁘를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그 아이의 눈초리 또한 어린아이답지 않게 굳세고 강한 의지가 보였었다. 그 아이는 무언가 꼭 해낼 의지가 보였다.

     ‘해내겠다는 의지’는 우리의 지적 능력 중 하나다. 이는 외부의 모든 방해 요소를 배제하고 마음속 화면에 떠오른 생각 하나를 유지하는 능력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항상 정신을 빼앗긴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보며, 촉감을 느끼지만 오감은 다만 우리와 외부의 물질세계를 연결할 뿐이다. 바깥세상에서는 늘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지고, 언제나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애원한다. 의지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오감을 닫고 집중하고자 하는 생각에 마음을 끌어올 수 있다. 골프 선수 등 뛰어난 운동선수들은 그렇게 한다. 성과가 뛰어난 영업선수들도 그렇게 한다. 무슨 일을 하든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다. 이들은 집중한다. 하는 일에 전념한다. 여기저기 방황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다른 피조물들과 영적인 측면을 공유한다. 실제로 영(혼)은 동시에 모든 곳에 100퍼센트 존재한다. 영(혼)은 동시에 어디든 존재한다. 모든 것이 영(혼)이며 영(혼)이 아닌 존재는 없다. 영(혼)은 모든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언제나 대척점에 있는 ‘물리적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는 모든 존재와 영(혼)을 공유하지만, 자의식을 통해 다른 존재와 우리 자신을 구분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의식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없는 관점, 의지, 판단, 상상, 기억, 직관 같은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능력들은 각각 엄청난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고 성과에 반영한다. 우리는 성과라는 열매로 자신에게 이런 지적 능력이 있음을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이 고차원적인 능력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저 오감을 통해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것들만 알 뿐이다. 물리적 세계가 우리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우리가 손에 쥔 것 이상은 얻지 못할 것이다.

     물리적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3차원으로 이뤄진다. 이제 우리는 3차원을 넘어 고차원적인 능력으로 접어들고자 한다. 성경에 있는 말처럼 우리가 신의 형상으로 창조됐다면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우리는 신은 아니지만 신의 표현이며 신과 같은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예수는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또한 그보다 큰일도 하리니.”(요14:12)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무한한 힘이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 그 일이 무엇인지, 얼마나 가치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계속 더 좋아질 테니 말이다. 나는 ‘더 좋아진다’란 말이 정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밥 프록터

     이른 아침 장작불 옆에 앉아 나에게 대접할 로띠를 구우며 쁘리야가 한 말이 아직도 나의 기억에 생생하다. “고등학교를 마치면 한국어를 공부해서 한국에 가서 취직하고 싶다”라고 한 말이다. 현재도 세 명의 동생을 마치 자기가 낳은 아이처럼 자상하게 그리고 때론 엄하게 다루며 가사일을 하고 또한 그들을 데리고 함께 학교에 다니는 중이지만, 얼른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가서 돈을 벌어 자기 동생들을 뒷바라지해야겠다는 결심이다. 쁘리야는 어리지만 분명한 목표가 있다. 그러기에 그 아이는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며 한탄하고 슬퍼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좌절하고 절망할 여유가 없다. 빨리 공부를 마치고 어린 동생들의 생계와 학업을 도와야 하는 분명하고 막중한 목표는 그 아이가 한치도 헛된 시간을 보내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그 목표는 그 아이를 더욱 강인하게 미래로 끌어가고 있다.

     『빅터 프랭클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수천만 부가 팔린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을 치유했다. 그는 책에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의 말을 인용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모든 어려움을 어떻게 해서든 견뎌낸다.”

     프랭클에 따르면 어떤 환경에 처하든 미래를 분명히 볼 수 있어야 한다.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데도 명확한 미래가 아주 중요하다. 미래의 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은, 자유와 상실이 아니라 목적과 의미의 부재다.

     프랭클이 전하는 이야기는 목적과 의미의 부재가 얼마나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목적을 잃으면 현재의 삶은 죽은 삶이다.』 -벤자민 하디, 퓨처 셀프.

     쁘는 비록 어리지만 분명한 목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