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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늘 길목용서하고 만나며, 더 너그러워지자
김홍섭  |  ihom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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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3월 28일 (목) 20:24:45
최종편집 : 2024년 03월 28일 (목) 22:09:56 [조회수 :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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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덕궁 홍매화

봄이 오고 있다. 여기저기에 꽃들이 오랜 기다림을 뚫고 새싹과 새 잎을 터뜨리며 화안한 세상을 펼치고 있다. 봄은 우리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 현상인가. 춥고 가난한 민초의 삶에도 햇볕 따사롭고 길어진 낮 시간과 생동하는 산천은 우리에게 힘과 생기를 준다. 그래서인지 사람의 이름과 호(號)에 봄 춘(春)자나 아예 한글 ‘봄’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 주요 인물로 우리 현대 문학의 시작 즈음에 활동한 소설가이자 목사였던 늘봄 전영택(1894~1968)과 통일의 선구자 늘봄 문익환(1918~1974) 목사와 춘원 이광수(1892~1950)와 춘해 방인근(1899~1975) 등의 문인들이 있다.

봄을 노래한 선현들의 글과 노래는 다양하다. 학창시절 배웠던 정극인(丁克仁 1401~1481)의상춘곡賞春曲은 자연과 함께 사는 즐거움과 여유를 아름답게 노래한 고전이다. 신산(辛酸)의 삶에서도 여유와 멋을 즐기던 시인의 넉넉한 정한이 느껴진다.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 엇더한고/옛 사람 풍류를 미칠가 못 미칠까./

천지간(天地間) 남자 몸이 날 만한 이 하건마는/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마랄 것가.....청풍명월(淸風明月) 외예 엇던 벗이 잇사올고/단표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하네./아모타,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한들 엇지하리.“

봄은 늘 우리 주변 여건의 따뜻함과 동시에 우리 마음의 여유와 따스함 그리고 나는 물론 남도 돌아보는 마음의 빈자리를 한 켠에 남겨두게 한다. 헤어진 사람을 다시 보고 싶어지고, 남루해진 옷들도 손질해 온전하게 하고, 날카롭게 세워진 감정의 날을 조금 부드럽고 완연하게 갖게 한다.

시인 신동엽은 봄을 통해 한반도의 분단의 아픔을 넘어 남북이 가까워지고 하나 되기를 노래한다.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 속에서 /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 눈 녹이듯 흐물흐물 /

녹여버리겠지."//

그는 ‘미움의 쇠붙이들’이 녹아지길 바라며,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든 쇠붙이는 가라..."고 노래하며, ‘온갖 쇠붙이는 가라’고 왜친다.

여기에서 나온 '봄'이 바로 '통일'이다. 남북의 분단을 상징하는 '겨울'은 ‘미움의 쇠붙이들’이며 무력과 분단으로 상징되며, ‘봄의 기쁨은 우리의 슬픈 역사, 아픈 역사를 모두 녹여버리기를 바란다.

현대적 언어로 봄을 노래한 이해인 시인의 ‘봄의 연가’는 포근하고 깊은 사랑의 언어를 봄에 담았다.

“겨울에도 봄/여름에도 봄/가을에도 봄//

어디에나 봄이 있네//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수록/봄이 그리워서 봄이 좋아서//

나는 너를 봄이라고 불렀고/너는 내게 와서 봄이 되었다//

우리 서로 사랑하면/살아서도/죽어서도//

언제라도 봄//“

봄이 와 우리 삶의 한가운데 자리하며 꽃과 바람과 온기를 퍼뜨리고 있다. 그리운 사람에게 용서하고 만나며, 우리 스스로에게도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화사한 옷이라도 한번 입어보고 마을을 돌아 볼 일이다. 가벼운 신발로 앞산이나 동네 공원을 천천히 걸어 보는 것은 어떤가. 지난 학창시절 앨범도 펼쳐보고 늙어버린 친구들의 옛 모습을 떠올려 볼 일이다. 함께 운동장을 달리던 기억 새롭고, 소풍날 도시락 나누던 시간도 값있는 추억이다. 야 봄이다 한번 힘차게 살아보자. 소리 높여 옛 동요라고 불러보자. 친구들에게 전화라고 해 보자.

 

   
▲ 고궁의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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