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관과 바리새인의 후예들이여,

교회라는 말로 덮어 그리스도의 빛을 차단하지 말라!

서기관과 바리새인이라고 하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겐 죄인의 대명사처럼 들리고 또 그렇게 이해된다. 그러나 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이들은 선민(의식으로 찌든) 이스라엘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들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었던 만큼 삶 전체가 신앙생활이었다. 그러니 그들 서기관과 비리새인은 모든 면에서 온민족의 존경을 받는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서기관은 하나님의 법인 율법을 공부하고, 필사하고, 그 율법에 주석을 다는 전문가로, 그에 따른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주요 직무는 율법(성경)을 보존하는 것으로 그 일을 무척 중요시했고, 따라서 그에 대한 긍지 또한 대단했다. 오늘의 우리로 치면 ‘성경 보전’에 크게 기여한 것이 된다 할 것이다.

바리새인들은 율법을 철저히 지켜 불결하거나 부정한 것들로부터 분리된 사람들이었다. 그러기에 ‘분리된 자’ ‘거룩한 자’라는 뜻의 ‘바리새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사회에 끼친 영향도 지대한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그들 서기관과 비리새인들이 온민족의 존경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예수께서 그런 그들 서기관과 바리새인에 대한 민족의 인식을 180도로 뒤집어 놓았다.

서기관은 전술한대로 율법(성경) 보존을 책무로 하는 사람들로, 그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았다. 율법을 정확하게 필사하기 위해 글자의 수와, 띄어쓰기의 칸 수까지 셀 정도였다. 칭찬하면 했지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사고(思考)가 고착되어 율법의 근본정신은 간과하고 문자적 해석에만 집착하게 되었다. 거기에다 자의적으로 전통까지 만들어내어 율법 본연의 정신을 변질시켜 갔다. 율법의 해석과 함께 가르치는 일도 그들의 중요한 업무였는데, 그처럼 변질된 것을 가르쳤다. 그러다보니 그들의 삶에서는 가르침의 말과 실생활의 행실이 달라 거룩함이 사라지고 거룩한 척하는 거들먹거림(外飾)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바리새인들은 자기들만이 율법(성경)을 해석하는 존재라고 하는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율법의 문자적 실천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외식(外飾)이 몸에 밴 자들이었다. 형식주의자들이요, 권위주의적 특권의식에 찌든 자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온민족의 존경을 받은 것은 민족 구성원들이 그들의 외양(外樣)만 보고 속사람(內面)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이 그렇게까지 타락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일까. 우월의식,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우월감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오늘의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너보다, 우리 교회가 너희 교회보다, 우리 지방이 너희 지방보다 낫다고 하는 우월감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우월감은 자만감(자만심)의 사촌으로 패망의 선봉이다.

그런데다가 하나님의 율법(성경)보다 자기들이 만든 전통과 유전을 우선시하여 하나님(율법·성경)을 알맹이 없는 형해로 만들어 버렸다.

오늘의 교회들과 꼭 닮은 모습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교회가 그때의 그들을 닮은 것이다. 그들의 전철을 밞고 있는 것이다. 교회에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잘못된 현상을 알면서도, 또는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사례들이 얼마나 많은가.

크리스천치고 만인제사장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교회나 교계의 지도자 목사라면 더욱 그렇다. 교회건물이 교회가 아니라 성도간의 유기적인 연합(체)이 교회라는 것도, 나아가 교회건물이 성전이 아니라 성삼위 하나님을 주인으로 안에 모시고 사는 성도들 한 명 한 명이 성전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오늘의 교회를 보면 만인제사장(설)은 말로만이고, 실제로는 제사장들이 수두룩하다. 교회건물을 교회로 생각하고 심지어 그것을 성전이라고까지 여기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수차례 강조한 바 있으니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할까 한다. <당당뉴스> “아직도 제사장이 판을 치는 교회들” 2023. 08. 16. 참조)

그러나 한 가지만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는데, 교회중심의 신앙(생활)이 그것이다. 주님(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요,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이니 교회중심의 신앙(생활)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방금 언급한 것처럼 교회로서의 기능이 변질되고 그것을 상실했다면 그래도 인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내가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열광을 돌리게 하라” (마5:15~16)

우리 믿는 사람들은 예수를 각자의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사람들이다. 각자가 예수 안에 있고, 또 그분을 자기 안에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예수와 자기는 하나가 된 것인데, 우리는 이를 예수와 자기가 연합하여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보듯이 우리 각자는 자기 안에 빛 되신 예수님을 모시고 산다. 많은 사람들은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반사하는 반사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니다. 우리가 빛을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시는 예수께서 빛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빛을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은 우리가, 내가 자기 안에 있는 그 빛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내가 죽어, 육신적이고 세상적인 내가 죽어 내 안에 있는 예수만이 살아야 하는데, 그래서 그분만이 보여야 하는데, 껍데기인 내가 살아 악취 나는 내가 보이기 때문에 내 안의 빛 되신 그분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내가 빛의 차단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교회도 말(斗)이라는 덮개가 되어 빛을 차단하고 있다. 교회중심의 신앙(생활)을 오해한 데에서 초래된 현실이다. 교회 안에서 하는 신앙생활, 교회와 연관된 신앙생활만을 ‘교회중심의 신앙(생활)’로 오해한 때문이다. 심할 경우는 교회일 만을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것들이 장애가 되어 빛의 확산을 막고 있는 것이다. 복음의 전파(전도, 선교)를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가까이 지내는 장로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장로님께서 자기 교회 여 집사님 한 분의 믿음을 극구 자랑하셨다.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그렇게 믿음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교회 주방 일에 솔선함은 물론 화장실 청소까지 도맡아 한다 했다.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느냐 했더니 거기까지는 잘 모른다 했다.

좀 오래된 일로, 교역자가 부족한 시절이라서 방학 때 한 신학생이 교역자가 없는 교회에 가서 단기사역을 했다. 그런데 그 신학생 전도사가 그 교회 처녀 교인 한 명의 믿음을 늘어지게 칭찬했다. 근거를 물으니 전도사인 자기에게 잘해 준다는 것이었다.

두 사례 모두 믿음이 좋아 하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믿음이 좋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전자의 경우라면 믿음의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 여 집사님이 사회적 평판은 나쁘다면 그래도 일까. 후자라면 처녀 교인이 믿음과 관계없이 총각 전도사에게 얼마든지 잘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교회에서 하는 일, 또는 교회와 관련이 있는 일을 신앙생활의 중심이라 여기고 거기에 과도히 매달린다면 교회는 그리스도의 빛을 덮어 차단하는 말(斗)이 될 수 있다.

결어(結語)를 대신하여 그런 사례를 하나 더 들어 보고자 한다.

좀 오래 전의 일이다. 제 집사람이 한 주에 한 번씩 장애인시설에 가서 소위 봉사활동이라는 것을 했다. 같은 지역의 다른 교회에서 온 교인들과 함께였다. 그런데, 그 중의 한 분이 다음 주부터는 올 수 없다 했다. 이유를 물으니 목사님께서 못 가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직접 말로 한 건 아니지만, 시설봉사로 인해 교회봉사에 지장이 되고, 적을지라도 물질적 나눔은 헌금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교회가 이처럼 그리스도의 빛을 막는 차단막이 된 것일까. 입으로는 만인제사장설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목사가 제사장식으로 교회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고 있기 때문이다. 목사가 교회의 머리처럼 되어 교회를 좌지우지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한 말이지만, 목사는 교회의 머리가 아니다.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이다. 목사는 교회의 지도자이지 머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교인들을 그리스도에게로 바르게 인도하는 인도자로서의 지도자라는 말이다. 이를 누가 아니라고 부정하겠는가.

그러나 은연중 자기가 교회의 머리인 것처럼 교회를 다스리고 있는 목사들도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목사라면 ‘예수를 따르라’며 그길로 인도해야 하는데,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제사장을 넘어 예수의 자리에 위치한 면이 자신에게는 전혀 없는지 목사라면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아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