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가갸거겨를 배우다>, 고진하, 문학연대, 2023)

  시집 <새들의 가갸거겨를 배우다>는 고진하 목사의 10번째 시집이다. 원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 불편당(不便堂)이라는 당호의 집을 짓고 자연과 교감하며 삶을 엮어가고 있는 그의 소소한 일상과 깨달음이 이번 시집에 담겼다. 불편당 어느 한 켠에 걸려있는 주련에는 ‘쉴 새 없이 명랑하자’는 문구가 쓰여 있다. 우리네 삶은 얼마나 심각하고 경직되어 있는가! 허허로이 노니는 것을 무능과 게으름으로 치부해버리는 현대 사회에서 잘 사는 게 무엇인지 우리로 하여금 한 번 생각해보라고, 삶의 목적은 기쁨이라고 말씀해주시는 듯하다. 

 고진하 목사의 명랑함의 비결은 자연과의 교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시의 재료는 대부분 자연이다. 생명에 대한 경외에서 비롯되는 자연과의 대화가 곧 시(詩)가 된다. 시집 <새들의 가갸거겨를 배우다>의 제목에서부터 그의 시가 어디에서부터 오는지를 보여준다. 시집의 처음을 여는 ‘시인의 말’은 그의 시(詩)의 근원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난 촉감의 신 ‘Epaphus’처럼 
흙 주무르기를 좋아한다네. 
꿈도 밥도 사랑도, 느린 내 
시의 보폭도 궁극에는 흙으로 수렴되는 것
세상은 “대지에서 그 시적인 영혼을 떼어버린”(헨리 베스톤) 
인간들로 진동한동 붐비지만
야생의 흙길을 맨발로 걸으며 
흙에서 나고 자라는 식물들과 깊이 사귀는 동안
시적 감흥과 지혜의 희색(喜色)이 넘쳐 흐르는 순간도 있네.

흙이여, 시여, 고맙다

  자연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며 끊임없이 교감하는 중에 그의 얼굴에 희색(喜色)이 도는 모습이 그려진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며 노니는데 명랑하지 않을 틈이 있을까? 그런 삶의 비결을 알기에 분주한 삶에 지쳐 게슴츠레한 눈빛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자 ‘쉴 새 없이 명랑하자’라는 주련을 달아놓은 것이 아닐까? 그의 일상은 이렇듯 자연이라는 품에서 쉼도 얻고 여러 모양으로 노닐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는 시 한 편이 쓰이기까지 수많은 고뇌와 수정이 가해진다 했다. 거침없이 한 번에 써 내려가는 분들도 있지만, 그의 시는 단어 하나를 선정할 때나 문장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몇 날 며칠이 걸리기도 한단다. 왜 안 그렇겠는가! 글이 단순한 낱말의 조합이 아닌 삶과 사상이 녹아있는 것이라면, 글과 글쓴이는 분리될 수 없는 법. 그 글은 곧 그 사람인 셈이다. 그것이 세상에 나와 모든 이들에게 읽힌다면 어찌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허투루 쓸 수 있겠는가! 그러니 신중할 수밖에 없다. 나도 그런 글쓰기를 하고 싶다.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나의 정체성과 분리되지 않은 진심 어린 글을 쓰고 싶다. 

이 혁 목사(의성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