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성 성격장애(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

사회적 고립과 기이한 성격을 특징으로 하는 A군 성격장애 중 두 번째로 소개할 성격장애는 분열성 성격장애이다. 조현성성격장애라고도 불린다. 이는 다음주에 소개할 분열형성격장애(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 조현형성격장애)와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기 쉽고, 차이점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차이는 추후 소개하겠다.

분열성성격장애자들은 자신을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귀찮게 하고 침해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으며, 이 세상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봐야 얻을 게 없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키워드는 ‘사회적 고립’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조승우배우가 연기했던 ‘황시목 검사’가 바로 분열성 성격장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분열성 성격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이들은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고 남들과 접촉하지 않으며 주로 혼자서 지낸다. 이들은 사람들과 어울려 봐야 얻을게 없으며, 인간관계는 귀찮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도, 즐기지도 않고. 자기 혼자만의 고독한 환경을 좋아한다. 이것은 이들이 정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타인과 자기 사이에 벽을 쌓아서 자기를 지킨다. 이들에게 섣불리 접근하거나 노골적인 친밀감을 보이면 마치 침입당한 듯 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이들은 타인의 칭찬이나 비난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가족을 제외한 극소수를 제외하면 친밀한 관계의 사람은 없다. 이들은 친구나 연인을 만들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못 느낀다. 이성에게도 무관심하여 독신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배우자를 구하는 것보다 자기 세계를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혼자서 하는 행동을 선호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직업 또한 주로 혼자서 하는 일을 선택한다. 

분열성 성격의 사람은 조용하고 담담한 생활을 즐기며 대체적으로 사치나 화려한 것을 싫어한다. 생활은 검소하여 설사 돈이 있어도 식사나, 의복, 주거에 돈을 쓰지 않는다. 외모에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탐욕이나 돈벌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청빈하게 살며 그것이 어울리기도 한다. 물질적인 것보다도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여 내면적인 가치에 중점을 둔다. 속세와 어울리지 않아 수도승 같은 삶을 살거나 세상을 등진 홈리스가 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물질적 욕구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욕구도 결여되어 있다. 대체로 금욕적인 이들은 적극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속세의 욕망들로 들끓는 생존경쟁의 세계에서 떠나고 싶어 한다. 도시를 벗어나 대자연 속에서 은둔생활을 하거나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꿈꾸는 사람도 많다. 아마도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인물들, 즉 산에서 홀로 살고 있는 이들 중에 이에 해당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욕망의 결여는 성욕에서도 마찬가지다. 남녀가 육체적으로 서로 사랑하는 데에 위화감이나 죄악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욕망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희로애락이나 감정도 담백해서 무뎌 보이기까지 한다. 감정의 담담함이 분열성 성격의 주된 특징 중 하나이다.

이들은 수도승적인 근면으로 무슨 일이라도 묵묵히 계속한다. 실제로 이 유형은 승려가 어울리고 이런 유형이 아니면 엄격한 수행생활을 할 수도 없다. 기분의 기복이 심하거나 변덕스럽지 않아 한결같은 생활을 십년씩 계속할 수도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타인과 그다지 접촉하지 않는 직종에서 자기의 실력을 발휘한다. 쓸데없는 인간관계에 시간이나 에너지를 쓰지 않는 만큼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지식이나 정보에서 뛰어나다. 컴퓨터 관계 직종에 이런 유형이 많고 또 잘 어울린다. 

이런 유형은 대자연 속에서 소요하거나 고독하게 여행하길 즐긴다. 말수가 적어 사색적이며 종교적인 영성이나 예술적 감성을 지니고 있을 때가 많다.

기본적으로 고독을 즐기므로 같이 어울려서 해야 하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고 잘하지도 못한다. 이들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자연 속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 예를 들자면 자연과학자, 조수, 농업이나 목축업, 임업, 동물사육사, 공원관리사무소, 산림원 직원, 측량사, 산간벽지의 의료진, 산지기나 승려, 학자, 예술가와 같이 정신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일이나, 프로그래머, 설계사, 경비원, 트럭운전수, 우편배달부 등이 있다. 

분열성 성격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천성을 부정하거나 무리하게 바꾸려고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 장점을 살려야 한다.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사람은 행복하고도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 자신의 분열성성격을 최대한 살린 인물은 아프리카 밀림에서 일생을 보낸 세계적인 영장류 연구자 제인구달(Jane Goodall)을 들 수 있다. 그녀의 자서전에서 그녀는 어려서부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고독을 사랑하며 견뎌낼 능력이 없었다면 제 아무리 동물행동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해도 탄자니아 오지의 밀림에서 수십년동안 동물을 관찰하며 연구하는 생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임석한목사(양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