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의 네 기둥: 웨슬리와 사변형> W. 스테픈 컨터 외 4인 저, 정계현 역, 장기영 감수, 웨슬리 르네상스, 2024).

그동안 웨슬리안이 자랑하던 사변형 신학(Wesleyan Quadrilateral) 즉, ‘성경, 전통, 이성, 경험’이라는 네 기둥을 붙드는 방법론은 일종의 공식처럼 여겨져 왔다.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때, 개념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공식만 알면 적용해서 답을 도출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신학과 신앙에 있어서 이 네 가지 공식을 자동적으로 대입했다. 이 네 가지 축은 보기에도 그럴듯하고 균형 있어 보이며, 충분히 현대인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각각의 내용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경우는 적었으며 많은 오해를 받기도 했다. 웨슬리의 신학적 방법론을 네 개의 기둥으로 정리한 ‘알버트 아우틀러’는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신앙인들에게, 그리고 웨슬리안에게 이해와 공부의 과정, 대화와 소통의 과정이 필요하다. 본서 <기독교 신앙의 네 기둥: 웨슬리와 사변형>은 여기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를 제공해준다.

[역사적 맥락, via media]

(p.15)“웨슬리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 성경에 계시되어 있고, 전통에 의해 조명되며, 개인의 경험에서 살아있는 것이 되고, 이성에 의해 확인된다고 믿었다.” <연합감리교회 장정>(1996)

웨슬리의 사변형은 그 탁월함으로 인해 후대 웨슬리안에게 신화와 같은 것이 되었다. 이것은 웨슬리의 독특성인가? 시대의 산물인가? 후대의 개념화 작업으로 인한 것인가? 등을 물을 수 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웨슬리가 ‘사변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었음을 전제로 하고 시작한다. 여기에 대한 개념은 이보다 훨씬 오래된 신학적 전통으로부터 왔다. 그것은 웨슬리가 몸담은 영국 국교회주의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영국 국교회의 신학적 정체성은 로마 가톨릭주의와 개신교의 개혁주의(청교도주의) 사이의 흡수와 투쟁을 반복하면서 형성되었다. 이것을 대표하는 것이 중도주의(via media)이다. 

이전 가톨릭주의가 가진 경직된 신앙관에 반하여, 개혁주의는 말씀의 권위 앞에 다른 모든 것을 해체시켰다. 이것은 예배의 방식, 회중의 참여, 예배 언어의 변화 등으로 이어졌다. 이후, 영국은 소위 ‘엘리자베스 합의’를 통해 과거부터 이어져 오던 전통을 중요시하되, 성경의 권위를 통해 현실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한다. 이것은 로만 가톨릭과 개혁교회의 중간지점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길을 택한 것이다. 이로부터 성경과 함께 전통, 이성, 경험의 다이내믹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게 된다. 웨슬리의 사변형은 이런 배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모든 것은 성경으로부터!]

종교개혁의 표어 ‘오직 말씀으로’(sola scriptura)가 주는 단순함은 확실성을 제공해준다. 말씀을 가장 높은 곳에 두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그런데 웨슬리안의 사변형은 성경도 네 개의 요소 중 하나로 여기게 만드는 착각을 하게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웨슬리는 오직 성경만이 기독교 신앙의 실천을 위한 최고의 권위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네 개의 요소는 등가적이지 않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이다. 그러나 동시에 성경은 다른 세 가지 빛 안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성경은 모든 것의 원천으로서 모든 것의 가르침을 제공해주고, 규범으로서 항상 최고의 판결역할을 담당한다.

[전통, 이성, 경험의 중요성]

웨슬리에게 있어서 성경은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 신학적 진리의 판단자는 오직 성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 상호보완적이다. 성경 그 자체는 무오(無誤)하지만, 우리의 이해는 오류투성이다. 이것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전통, 이성, 경험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네 가지가 함께 있을 때, 신앙의 실천이 조화롭고 균형적이다. 

이러한 원리는 오늘날 우리의 이해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전통은 ‘해석으로서’ 초기 기독교의 모습과 사도적 연속성을 중요시한다. 이성은 ‘도구로서’ 성경을 이해하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안내자이다. 경험은 ‘확증으로서’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확신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생각하는 개인적 체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세 가지는 성경을 알기 위한 방편이다.

[맺으며]

웨슬리의 사변형은 웨슬리안에게 너무 당연하면서도, 이젠 좀 식상한 무엇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이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현실에 맞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신앙의 영역 속에서 이 방법론을 생생하게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을지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변형은 그저 좋은 이론으로 박제될 것이다. 이 공식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사변적인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과 신학적 담론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의미에 대한 점검과 풍성한 해석, 공감을 모아가는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서는 권위 있는 학자들이 각 기둥의 의미를 잘 정리해주었고, 나아가 그 내용이 제공하는 현대적 의미와 제언들을 소개하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갈등의 모델이 아니라, 협력의 모델로서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과 그것을 누리기 원하는 인간을 이해하는 눈이 넓어질 수 있었다. 이것을 계시하는 ‘성경’과 성경을 이해하는 ‘전통, 이성, 경험’의 관계도 정립해 볼 수 있었다. 

성경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법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 웨슬리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넘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은 이에게, 하나님과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배우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읽는 가운데 성경을 중심으로 전통과 이성과 경험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그것을 우리 삶에 적용하는 훈련이 될 것이다.

신동훈 목사 (마포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