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아시아 여성들, : 다섯 번째 이야기 
사회 운동가들을 위한 변화 이론: 저항하라 지속하라 자매들이여

▲ reSISIRERS, perSISTER, SISTERS (저항하라, 지속하라 자매들이여) APWLD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17년 APWLD연간 보고서 표지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 그러나...

사람을 바꾸는 것을 계몽이라고 한다. 아시아 여성들은 늘 계몽의 대상이었다. 유럽식민주의자들은 아시아를 계몽하겠다며 식민지를 확장했다. 상대를 바꾸겠다는 것은 폭력적이다. 사랑의 이름으로도 그렇다. 그것의 한계를 깨닫고 자신을 바꾸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구도자의 길을 간다. 아름답지만 개인적인 만족에 머물 수 있다. 예의 바른 이기주의자로 머물 수 있다. 페미니즘은 세상을 바꾸자고 말한다. 여성, 소수자 관점에서 모두가 존중받는 그런 세상을 만들자고. 제도를 바꾸고, 문화를 바꾸고, 사회 분위기도 바꾸자고 하는데 너무 해야 할 일이 많다. 돈키호테처럼 무장한 채 열정을 다해 달려보지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종종 무력감에 빠지곤 했다.

APWLD는 아시아 여성들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믿는데 그치지 않고 ‘페미니스트 변화이론’을 개발하였다. 운동을 만들고 변화를 추동(Create Movement, Sustain Change)하기 위해서다. 사회 운동을 하는 다양한 집단이나 NGO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먼저, 영향력 있는 목표를 설정하라 

처음 해야 할 일은 분명한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성소수자 운동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우선일 것이고. 근본주의 기독교의 폭력성을 폭로하고 환대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다. 환경운동에서는 탄소 제로 목표를 성취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기업의 편을 들었던 온갖 규제 완화를 다시 정비하고, 소비중심의 삶에서 가치 중심의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노동자 운동에서는 노동자들의 임금착취를 막고 그들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일 것이다. 이번 훈련의 주제인, 디지털과 관련된 여성노동에서는 여성들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안전한 일자리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다. 일단, 단위별, 운동별로 목표가 정해지면 변화를 위한 기획을 할 수 있다. 

변화의 4가지 영역

▲ APWLD가 개발한 변화 이론 표.

APWLD는 시민운동을 일으켜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서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역량강화, 지식과 자원 확보, 지역, 국내외 옹호 활동, 네트워크와 연대를 통해 공동의 요구를 강화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비슷비슷하다. 그냥, 역량강화라고 한마디로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4가지 영역으로 나눈 이유는 무엇일까? 

보다 구체적으로 변화의 로드맵을 짜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우선 네가지 영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역량 강화란 문서화 할수 있는 능력, 리더십, 분석능력, 미디어커버 그리고 지지 활동을 펼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일종의 운동의 벌이기 위해 자가 점검단계다. 둘째, 관련 지식과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때 여성, 정치적 소수자 당사자가 전문가로 인정받고 그들의 경험을 기록하고, 그들의 지식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는 운동 당사자들의 역량을 정검하고, 운동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다. 

셋째, 여성과 정치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어디에서 주장할 것인가를 찾고 기회를 마련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APWLD는 이러한 공간을 지역, 국가 단위 그리고 국제적인 단위에서 찾는다. 국회일 수도 있고, 지역 간담회일 수도 있고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내용을 알리기도한다. 네 번째는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조직적으로 운동세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세 번째, 네 번째 영역은 당사자와 외부의 연결을 보여준다. 이것을 통해 지지를 받고 법과 문화를 바꾸며 운동을 강화할 수 있다.

이 훈련을 받으며 반가웠고 동시에 머릿속에 만감이 교차했다. 연구자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되묻게 되었다. APWLD는 가르치고 계몽하는 식민지 지식이 아니라 정치적 소수자, 노동자 당사자의 경험이 중요하며, 그 경험을 자원으로 지역 및 국내외에 직접 발언하고 운동을 강화하고 연대를 확장한다. 사회운동 조직들은 4가지 변화의 영역을 통해 운동의 방향을 좀 더 조직적으로 펼칠 수 있다. 다음편에는 <파워 맵>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

▲ 참가자들이 워크숍에 참여하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