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다는 것>, 강영안, 복 있는 사람, 2018) 

   교회마다 겪는 갈등의 상당부분은 직분에서 온다. 직분을 주는 교회공동체와 받는 사람 사이에 꽤나 큰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직분에 대한 본질은 희미해지고 성급하게 면류관을 맛보려는 사람들은 많아진다. 주는 공동체도 이를 이용 내지는 남용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니 직분을 두고 수많은 감정과 시간이 소모되고 그 사이 정작 중요한 ‘믿음’은 저 구석 어딘가로 밀려나고 만다. 교회가 만난 아픈 현실이다. 이런 경향에 있어 비교적 자유하다고 생각하던 필자의 교회에서도 여지없이 그 한계는 드러나고 말았다. 믿음을 정량화 할 수 없기에 이는 무척 어렵고 두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은 믿음을 통해 삶 속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드러낸다. 오직 믿음으로 자신의 존재와 그리스도, 삶과 교회를 연결할 수 있다. 믿음이 없으면 그저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지 그리스도인은 아니다. 단순히 교회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것, 기관과 부서 안에서 최소한의 보편적 규범들을 지켜온 것으로 믿음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교회의 권위가 가르친 몇 가지 교리를 단순히 ‘지식적으로 받아들임’을 보고 믿음이 있다고 말하기에는 결코 충분치 않다. 때론 습관화된 신앙적 열심이 믿음으로 변장되기도 한다. 이는 믿음으로 가는 길의 지극히 한 단면일뿐 그것으로 믿음이 있다고 단정해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믿음이 그렇게 혼탁해져 간다.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 강영안 교수는 이를 두고 오래 그리고 제대로 고민해온 사람이다. 평신도로서 겪는 신앙적 고민을 찾아 스스로 묻고(질문) 대답하고(응답) 행함으로(실천) 옮겨왔다. 이 과정이 책 안에 오롯이 녹아있다. ‘누가 믿음이 있는 사람인가’를 묻는다. 온 마음으로 진리를 받아들인 사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삶의 방식의 변화를 맞이한 사람’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말로만 하는 믿음이 아니라 반응하고 응답하며 행동이 수반한 믿음, 그러니까 살아가는 동안 그분을 따라 살아가겠다는 다짐과 행함이 곧 믿음임을 성경을 들고 여러 각도로 다루어 간다. 그렇게 믿음은 하나님의 주권적 사랑으로 주어진 선물이면서, 동시에 예수를 만나 그 분을 알고자 찾아 나서는 열망의 결과라고 말한다. 그런 믿음으로 살고자 애쓰는 사람의 신앙생활이 아무런 삶의 변화 없이 허상만 쫓는, 그저 경화된 껍질 같은 종교형식으로만 남아 있을 리 없다. 

   그리스도인에게는 특정 교리에 맹목적으로 동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리 자체이고 말씀이신 하나님께 전 존재를 바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믿음은 그 안에서 움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길어 올린 생수 같을 수 있다. 책의 머리에 기록되어 있듯 “믿음으로 삶의 여정을 꿋꿋이 걸어가기를 열망하는 이 시대의 수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순종으로 포장된 무기력한 맹목적 수용 대신 믿음에 대한 적극적이고 거룩한 질문들이 쏟아지기를 바란다. 갈등과 번민 속에 내던져진 채 신앙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믿는다는 것”을 건네주어도 좋겠다. 또한 정체되어 있거나 일그러진 신앙으로 멈춰 서있는 사람들과 함께 깊이 고민하고 나누어도 충분하겠다. 누군가 인생의 선한 답을 찾아나서는 길목에서 ‘믿는다는 것’을 진지하게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고귀한 선물이지 않겠는가.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믿는다고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믿는 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믿을 때 어떻게 믿어야 제대로 믿는 것인지, 이런 물음을 가지고 믿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의 생각은 믿음의 현상을 드러내고(믿음의 현상학), 믿음의 의미를 묻고(믿음의 해석학), 믿음의 방식을 물어보는(믿음의 윤리학)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믿게 된 순간의 믿음(순간적 믿음)과 그로 인해 그와 더불어 살아가는 믿음(지속적 믿음)의 연속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주님으로 믿는 순간, 믿음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구별되며 이 때 믿음은 순간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데 믿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삶을 통해 지속됩니다. 삶을 통해 지속되는 이 믿음과 그와 연관된 소망과 사랑으로 우리는 이 땅을 살아갑니다.“ 
                                                       - 머리글 중에서 -  

백성창 목사 (이천창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