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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세마네에서 드러나는 예수의 인간적 고뇌
최재석  |  jschoi4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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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3월 22일 (금) 00:59:40 [조회수 :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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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가까운 목사 한 분이 팀 켈러(1950-2023)의 대표작 『센터처치』를 사 보내면서 그가 켈러 목사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방송 설교에서 켈러 목사의 강연집 『인생 질문』을 언급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팀 켈러는 뉴욕의 맨해튼에 있는 리디머 장로교회를 설립하여 대형교회로 키운 유명한 목회자이다. 그리고 그는 40여 권의 신앙 서적을 냈으며, 한국어로 번역된 그의 책이 2022년까지 최소한 28권에 달할 정도로 한국에서 많이 읽히는 베스트셀러 목회자이다. 

나는 『인생 질문』을 구해서 거기에 나오는 겟세마네 사건을 읽으면서 켈러 목사가 예수의 사명감을 중시한 나머지 그의 인간적 고뇌에 대해서는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도 흔히 이런 실수를 한다. 그런데 겟세마네 기도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실상 예수의 인간적 고뇌이다. 

고난주간을 맞아 예수의 겟세마네 기도에 관한 켈러의 설명을 함께 읽으면서 그의 실수를 타산지적으로 삼으려고 한다. 그 책에서 켈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수는 기도의 위대한 모범이다. 예수의 가장 놀라운 점은 자신의 감정과 갈망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의 뜻에 절대적으로 순복하신 것이다. 그분은 경건한 척하시지 않는다. 하나님의 아들이 세 번이나 아버지께 차라리 구원 계획을 피하고 싶다고 말한다. 꾸밈이나 숨김이 없다. 그러면서도 주저 없이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아뢰신다. 기도의 기본 취지는 하나님의 뜻을 굽혀 내게 맞추는 게 아니라 내 뜻을 빚어 그분께 맞추는 데에 있다.”

“예수는 기도의 위대한 모범”이라고 말하면서, “기도의 기본 취지는 하나님의 뜻을 굽혀 내게 맞추는 게 아니라 내 뜻을 빚어 그분께 맞추는 데에 있다”라는 켈러의 말에 동의한다. 예수가 자신의 감정과 갈망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의 뜻에 절대적으로 순복하신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켈러는 겟세마네 기도의 핵심적인 내용을 간과하고 있다. 그는 예수의 순종에 역점을 둔 나머지 죽음을 앞둔 인간 예수의 깊은 고뇌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 사실은 “주저 없이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아뢰신다”라는 언급에서 드러난다. 

예수는 “주저 없이” 아버지의 뜻대로 하겠다고 기도하시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주저했다. 우리는 겟세마네 사건에 관한 기록에서 예수가 주저하신 것을 네 가지 정도 찾아낼 수 있다. 

첫째, 예수가 기도하러 나가시기 직전에 “심히 놀라시며 슬퍼하사” 제자들에게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막 14: 33-34)라고 말씀하셨다는 기록에서 예수가 “주저 없이”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다. 그는 그 기도을 앞두고 “심히” 불안해하고 고민하셨기 때문이다.

둘째, 그가 세 번이나 나가서 기도했다는 데서 죽음을 피하고 싶어하는 예수의 심경을 파악할 수 있다. 켈러의 말대로 그가 “주저 없이” 아버지의 뜻대로 하려고 했다면, 애당초 기도하러 나가지 않았을 것이고, 나갔다 하더라도 세 번이나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셋째, 누가복음에는 “예수께서 힘쓰고 애써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이 되더라”(눅 22:44)라고 기록되어 있다. “주저 없이”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려 했다면 이렇게 피땀 흘리며 기도하셨겠는가?

넷째, 예수께서 잠자는 제자들을 책망하시면서도 그들에게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막 14: 38)라고 말씀하신 것은 바로 예수 자신이 그런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가 고난을 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육신이 약해서 자기가 마셔야 할 ‘잔’을 피하게 해달라고 간구하고 있었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마음에는 원이로되”가 아니고 “육신이 약하도다”이다.

예수는 인간의 육체와 감정을 지닌 한 명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당할 육체적 고통이 두려워서 자신의 사명을 피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켈러는 예수의 순종에 주목한 나머지 죽음을 앞둔 예수의 인간적인 슬픔, 고민, 절망감 그리고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는 그의 처절한 몸부림에 공감하지 못했다.
 
우리도 흔히 겟세마네 사건에서 “아버지의 뜻대로” 해달라는 예수의 순종에 역점을 두면서 그의 인간적 고뇌에 대해서는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그것은 예수가 참 하나님이시며 참 인간이시라고 말하면서도 그의 신성을 중시한 나머지 그의 인성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겟세마네에서는 신으로서의 예수보다는 인간 예수가 더 강조되어 있다. 겟세마네에서처럼 예수의 인성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장면을 성경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장면에서의 예수의 고뇌를 머리로 이해하기보다는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육신을 지닌 예수의 인간적 고뇌에 공감해야 한다. 

예수의 인간적 고뇌를 마음 깊이 느낄수록 그분이 감당하신 사명이 더욱 돋보인다. 그리고 예수의 고통에 더 많이 공감할수록 그분이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은혜에 더욱 감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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