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신도의 공동생활> 김승호 저, 하명출판, 2020)

  1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섬기던 교회 청년들과 함께 울릉도로 전도여행을 가게 되었다. 울릉도는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포항에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원래 출발하려는 날짜에 파도가 높아 배가 뜨지 않아 하루 동안 포항에서 숙소를 마련하고 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갑자기 생긴 하루의 시간동안 청년들과 함께 울릉도 지역을 위해 중보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전도여행팀의 기도제목은 지극히 평범했다. 울릉도가 섬이다 보니 아마도 주민들이 미신을 믿거나, 우상숭배가 많을 거라는 막연한 선입견에 그 땅에 교회가 많이 세워지고, 하나님을 알아가는 자들이 많아지길 위해 기도했다. 다음날 포항에서 출발하는 배에 몸을 싣고 난생처음 밟아보는 울릉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를 맞아준 울릉도 한 교회의 목사님께 뜻밖의 기도제목을 듣게 되었다. “목사님, 울릉도는 전국에서 복음화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섬이라 미신이 많을 것 같죠? 오히려 울릉도에는 무당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교회가 많은게 오히려 문제입니다. 좁은 섬지역에 교회가 너무 많다 보니 교회끼리 싸우게 됩니다. 성도를 뺏기지 않으려 목회자끼리 싸우고, 자기 교회가 더 좋다고 성도들끼리 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땅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물론 그 목사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일 수도 있겠지만 그 기도 제목을 전해 들었던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교회가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없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구나.’

  ‘새로 쓰는 신도의 공동생활’은 본회퍼의 ‘성도의 공동생활’을 이 시대의 상황에 맞춰 다시 써 내려간 묵상집이다. 코로나 이후 많은 교회가 문을 닫고 있다는 소식을 종종 전해 듣는다. 정확한 수치를 따질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은 수평이동을 통해 더 큰 교회, 대형교회로 옮겨가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성도들의 대형교회로의 수평이동의 주요한 이유가 교회 일에 깊이 관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 교회 내에서 야기되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갈등도 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의 삶은 이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 주님은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 자신을 욕하는 사람, 자신을 대적하는 사람, 즉 자신의 원수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예수께서는 혼자 사시지 않았고 ‘원수들 가운데서’ 사셨다는 것입니다.”

 ‘만남의 축복’을 위한 우리의 기도 안에는 실상 평균 이하에 해당하는 악한 사람, 불편한 사람 문제가 있는 사람 죄를 지은 사람, 만나서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을 외면하려는 차별적인 태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그동안 내 기도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먹는 사람은 먹지 않는 사람을 업신여기지 말고, 먹지 않는 사람은 먹는 사람을 비판하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도 받아들이셨습니다.(롬 14:3)” 우리가 하나님께 받은 사랑도 어떤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인해 얻은 선물임을 기억한다면, 오늘날 타자와의 관계의 갈등이 싫어 교회를 떠나고, 공동생활을 멀리하는 이 시대의 성도들에게 이 책은 주님의 마음을 다시 회복케 하는 좋은 도구가 되리라 생각한다.

박상원 목사 (이천만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