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 안셀름 그륀 지음, 최용호 역, 카톨릭출판사, 2023,12.28 개정초판

평택의 한 교회가 교회 창립 기념 선물로 <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을 교우들과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우리에게까지 그 차례가 왔다. 교회 절기나 기념일 때 선물 고르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책을 선물로 나누는 것도 꽤 즐거운 방법인 듯싶다.

저자 안셀름 그륀(1945- )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영성가이다. 그는 1964년 성 베네딕도회 소속으로 로마 성 안젤모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전공하고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경영학까지 공부하여, 오랫동안 뮌스터 슈바르차흐 수도원의 재정 관리자로도 일했다. 강연 활동을 통해, 그리고 <기쁨, 영혼의 빛> <결정이 두려운 나에게> <내 마음의 주치의> 등 100권 이상의 책을 저술하여 지역과 종교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는 영성 작가이기도 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영성의 원리는 중용의 삶이다. “저는 이 책에서 옛 수도자들의 영성 전통과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규칙서>를 기반으로, 오늘날 우리가 자신, 이웃, 자연과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는 바로 중용을 지키는 것입니다.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규칙서>에 담긴 모든 규정에는 ‘중용’의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10) 라고 이 책의 저술 의도를 밝히고 있다.

제1장 “마음의 중심 잡기”에선 오늘날 무절제한 생활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중용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하여 말한다. 저자는 중용은 삶의 태도에 있어 극단적인 경향들로부터 “유익한 균형을 이루는 기술”이라면서 몇 가지 예를 들고 있다.

물질을 다룸에 있어 낭비와 인색함이라는 극단적인 태도는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에서” 나오며, 이는 인간을 도저히 빠져나오기 어려운 올가미에 걸려들게 만들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대조적인 두 가지 태도 사이의 균형을 위해 절약과 나눔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관계에 있어서도 지나친 자기 비하와 자기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며 남을 무시하는 교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하나님께서 지어주신 본래의 모습을 지닐 때 마음 속 깊이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전혀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지나치게 타인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에 집중하다보면 자신이 탈진하거나 상대가 더 큰 것을 기대하게 되면서 오히려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고받는 일에 있어서도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때때로 타인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다가 그 기대했던 것이 채워지지 않으면 그에 대해 비난하기 쉽다. 타인에 대한 기대감도 적절해야 하지만 또한 타인을 심판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반대로 타인이 나에 대해 기대할 때도 과중한 부담을 느끼거나 이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게 하려면 사람들의 기대를 의식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계획대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화를 내거나 격분하는 것도 극단적인 태도라고 본다. 그것은 자신이 남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고 상대를 얕보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남들이 잘못할 때 화를 내거나 격분하기보다 자신도 그렇게 잘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이나 남에 대한 판단은 하나님께 맡기는 훈련을 하라고 권한다.

2장 “중용의 길을 걷다”에선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베네딕토 성인의 말씀과 수도 규정들을 제시한다. 저자는 중용의 도를 “보전”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보전”은 본래 숲에서 나무를 벤만큼 나무를 심는 것, 그래서 벤 나무 숫자와 새로 자라날 나무 숫자가 균형을 이루게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58).

이 보전 개념처럼 우리도 “일하는 데 쏟아 부은 에너지를 다시 얻으려면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휴식, 여가, 잠, 묵상과 기도 등등 “의도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에너지를 되찾게” 된다(61). 저자는 약초를 재배하는 한 여성이 ‘겨울철에는 약초 뿌리를 캐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때가 바로 약초 뿌리가 대지의 치유력을 흡수하기 때문’ 이라는 충고처럼 (63), 그러므로 사람이나 교회도 이런 자연의 지혜를 받아들여 겨울철에는 고요함 속에 자신의 뿌리를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간소한 삶이 주는 기쁨, 자신의 한도에 맞게 일하기, 규율과 질서 따르기, 적정 속도 따르기, 건강한 생활 리듬 유지하기, 기도나 전례 등 집에서 가족이 함께 하는 거룩한 시간 쓰기, 이런 거룩한 시간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기, 마음의 평정 찾기, 분별력 지니기, 일의 우선순위 구별하기, 모든 일에 주의 기울이기, 겸손이라는 용기 갖기 등을 권한다. “겸손은 진실을 인정하는 용기이며, 자기 자신 및 사물과 관계를 맺는 용기”라는 것이다(128).

3장 “남은 것을 실천 뿐”에서는 중용에 따른 교훈들을 적용하고 실천하는 삶을 제시한다. 저자는 ‘본질에 집중하기, 모든 일에 온 마음을 다하기, 다른 사람과 비교 멈추기, 나 자신을 풍요롭게 가꾸기,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기, 거절할 줄 아는 용기 내기, 구름 위가 아닌 현실에 발을 디디기,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기,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적게 가진 것에 대한 자부심 느끼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중용은 인간에게 유익하며, 인간의 본성과도 일치”한다면서 때문에 중용을 따르자고 말하는 것은 단순히 도덕규범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인생을 건강하고 즐겁고 아름답게 살자는 권고”라고 했다(192).

새 봄을 맞아 집 정리를 하는 짬짬이 읽었다. 귀한 책 선물 덕분에 미루지 않고 “딱! 알맞게” 봄맞이 마음 청소도 할 수 있게 되어서, 이 지면을 통해 책을 선물한 교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김수영 목사(대영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