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박찬국, 21세기 북스)

동서양 철학을 막론하고 쇼펜하우어만큼 염세주의로 유명한 철학자는 없다. 쇼펜하우어는 시대의 눈치를 무시해가며 자기 견해를 피력하고, 악의적일 정도로 인간의 어두운 면만을 집요하게 드러낸다는 일면적 비판이 많았다. 그를 지적하는 비난도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쇼펜하우어의 예리한 통찰과 번뜩이는 비유를 통한 문학적 수사력에는 아무도 반기를 들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간혹 인간은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때 고통을 느낀다고 여기지만, 반대로 어떤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같은 고통이라고 말했다. 이는 평온한 행복감은 일시적인 것이며 결국 인간이 추락하는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인간이 권태로 빠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쇼펜하우어는 17세 어린 나이에 인생과 세계의 본질이 고통임을 알고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삶의 고통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사유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인격적으로 원숙한 인물로 보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평생에 걸쳐 불안증을 겪었고, 주위 사람과 마찰이 잦을 만큼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어머니와의 지독한 불화 끝에 의절을 택하기도 했다.

쇼펜하우어가 어린 나이에 인생이 고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데는 가정환경의 영향이 컸다. 엄격한 아버지와 자유분방한 어머니의 갈등을 보고 자란 그는 아버지의 자살 이후, 삶은 고통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그는 단정에 머물지 않고, 고통의 원인을 찾아 나섰는데, 회피보다는 정면 대응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게 고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사는 게 고통”이라고 넋두리만 늘어놓지 않았다.

그는 왜 삶이 고통이고, 고통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우리가 귀를 기울일 만한 소중한 통찰을 제시했다. 이것이 바로 “사는게 고통”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쇼펜하우어의 “사는게 고통일 때”의 저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보통 고통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특히 자신의 고통을 남의 탓으로 돌릴 때가 많다. 부모가 가난해서, 남편이 혹은 아내가 부족한 점이 많아서, 자식이 공부를 안하고 맨날 게임만 해서 기타 등등, 고통의 원인이 무수히 외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온통 외부에 대한 불만에 쌓여 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고통의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욕망의 존재아래에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했다. 우리의 욕망은 한이 없기에 아무리 많이 가져도 결핍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쇼펜하우어는 만물을 우리에게 종속시키고 싶으면 우리 자신을 성숙한 이성에 종속시키라고 말한다. 성숙한 이성의 소유자는 우리가 다양한 욕망의 노예가 되기 때문에 고통이 생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성숙한 이성의 소유자는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사람들 대부분은 욕망이 향하는 대상을 획득하는 것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자신을 지배하는 욕망의 움직임을 자각하지 못한 채 욕망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이 저서를 통해서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내모습이 과연 어떠한지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면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신성완 전도사 (아름다운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