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장애는 왜 생길까?(3)

성격장애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외에도 두 가지 다른 요인이 있다면 심리적 외상과 사회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심리적 외상

성격장애의 세 번째 원인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즉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다. 하바드의과대학의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의 저자인 주디스 허먼(Judith Herman 1942~)은 가정폭력이나 강간피해자, 베트남 전쟁 귀환병 등의 임상기록을 바탕으로 PTSD의 증상과 회복과정을 연구하였다. 그녀는 PTSD환자에게서 특징적인 성격을 발견하고 그 문제점을 경계성 성격장애로 다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이후 성격장애와 심리적 외상의 관계에 대한 연구보고가 많이 나왔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 중 성격장애가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에게 소아기나 청년기에 심리적 외상이 있는지를 조사해보았더니 성격장애에서는 외상경험이 대체로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경계성 성격장애에서 다른 성격장애보다도 신체적 학대나 성적학대가 많았다. 신체적 학대는 경계성 이외에도 망상성, 분열형, 반사회성 성격장애에서 많이 나타났다. 반면 성적학대는 경계성이나 연극성 성격장애에서, 또 정신적 학대는 모든 성격장애에 걸쳐서 나타났다. 정신적 무관심은 회피성과 분열성 성격장애에서 많이 나타났다. 부모뿐만이 아니라 동년배 아이들에게서 놀림을 당했을 때도 심리적 외상이 남는다. 분열형, 망상성, 반사회성, 회피성 성격장애 등에서도 놀림을 당했다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심리적 외상이 성격장애에서 차지하는 비율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를 통해서 심리적 외상과 성격문제 사이에는 그다지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대다수의 아이들이 여러 역경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지 이를 견뎌 어른이 될 때쯤이면 사회에 적응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격장애로 인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상태가 아주 중증이거나 복합적인 외상을 체험하거나, 양육의 문제, 유전적 요인과 같이 불리한 요인들을 내포하고 있을 때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또 살펴봐야 하는 요인은 바로 사회적 요인이다.

사회적 요인

태어나서 경험한 것들이 누적되어 성격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런 경험을 하게 만드는 데에는 개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수 있다. 남을 존중하고 남에게 폐가 되는 행동을 하면 안된다고 강조하고 가르치는 사회와, 개성을 중시하며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사람은 도태되고 만다고 가르치는 사회는 성격형성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처럼 TV, 유투브, 넷플릭스, 게임 등을 통해서 언제든지 혼자서 오락을 즐기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와, 오락이라고는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무언가를 같이 하는 것을 의미하는 과거의 사회에서 형성되는 성격은 당연히 다를 것이다. 이런 사회적 환경이나 가치관의 변화가 성격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서 우리의 관심은 너무나도 미약하다. 

오늘날 현대인의 마음속에 번지고 있는 성격장애는 이런 사회구조나 가치관의 변화와 관련이 있고 그 결과인 측면도 적지 않다. 사회 변화를 여러 가지로 표현하지만 성격장애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점점 자기중심적으로 되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성격장애가 자기애의 병리에서 비롯된다고 할 때 이는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늘까지 성격장애의 원인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후에는 성격장애의 10가지 유형과 그 대처방안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임석한목사(양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