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장애는 왜 생길까?(2)

성격장애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다. 환경적 요인은 아이의 성장과정에 양육자로부터 애정과 보호를 받는 과정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0세에서 24개월까지의 영유아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아래의 두 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0~24개월

위니캇(Donald Winnicort)은 부모가 영아의 욕구를 이심전심으로 느끼고 그 욕구를 적절히 채워주어서 아이와 하나 되는 것, 즉 충분히 좋은 엄마의 애정과 보살핌이 건강한 자아의 발달을 돕는다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아이 삶의 첫 단계에서 무조건적인 사랑과 필요한 공감과 포옹을 해주지 않으면 건강한 자아의 발달이 손상당해 아이의 자아가 ‘참 자기’와 ‘거짓 자기’로 분열된다고 보았다. 

발린트(Michael Balint)는 전폭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기 원하는 영아에게 엄마가 적절한 애정과 보살핌을 주지 못하면 아이는 그 후 평생을 어릴 적에 받지 못한 사랑을 찾는데 바치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긴 ’자기의 핵심에 뭔가 부족한 느낌‘을 발린트는 기본적 결함, 즉 ’기저결손‘이라고 불렀다. 

18개월~36개월

영아기가 거의 끝나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18~36개월까지의 시기에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서서히 분리되기 시작한다. 이 분리가 원만히 이루어지려면 엄마가 아이의 욕구를 적절히 채워주면서 자신의 품에서 떼어놓아야 한다. 이 모자의 분리 과정이 너무 성급하게 이루어지거나 이와 반대로 엄마가 손을 놓지 못하고 주저하게 되면 ‘분리-개별화’ 과정에 지장을 초래한다.

엄마와의 ‘분리-개별화’가 이루어지는 단계에서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대상 항상성’의 발달이다. 영아기 아이들과 엄마의 관계는 매번 그때그때 이루어진다. 배가 고프면 울고 배가 부르면 만족해한다. 이런 단계에서는 공복을 채워주는 엄마는 ‘나쁜 엄마’다. 같은 엄마일지라도 ‘분열’되는 것이다. 이런 관계를 유아 정신분석가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은 ‘부분 대상관계’라고 칭했다. 엄마에 대한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을 통합하여 동일인인 엄마와의 전체적인 관계로서 인식하게 되는 것이 ‘전체 대상관계’이며, 이 ‘분리-개별화’ 단계 때 부분 대상관계에서 전체 대상관계로의 이행이 일어난다. 

그런데 비교적 중증 성격장애에서는 ‘전체 대상관계’의 발달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부분 대상관계’로 후퇴하기 쉽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부분 대상관계’에서는 자기의 뜻대로 되면 ‘좋은 사람’, ‘내 편’이지만,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나쁜 사람’, ‘적’으로 간주한다. ‘전부 좋든지’‘전부 나쁘든지’ 즉 ‘모 아니면 도’의 이분법적 사고나 감정의 경향을 보인다. 이런 상태의 사람은 나쁜 것은 모두 상대방의 탓으로 돌린다. 성격장애자에게서 보이는 쉽게 상처받는 경향이나 유해한 공격성은 이런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컨버그(Otto Kernberg)는 이런 단계의 특징을 지닌 성격장애를 정신병적 수준과 신경증적 수준의 경계에 놓여 있다는 의미에서 ‘경계성 성격구조’라고 칭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이 성격장애라고 부르는 것들의 개념이다. 경계성 수준의 성격장애는 이 단계에서 주어진 과제가 충분히 달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만족감을 느끼게 하고 서서히 분리를 시도함으로써 ‘대상 항상성’이나 ‘전체 대상관계’로 발달이 촉진되는데, 여러 사정으로 인해 그 과정이 방해를 받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왜곡된 발달을 가져오게 된다. 그 여러 가지 사정이란 모친의 병이나 죽음일 수 있고, 이혼으로 인한 생이별이나, 모친이 있다 해도 아이를 사랑하지 않거나, 그 반대로 지나친 사랑도 포함된다. 지나친 사랑의 경우에는 아이가 인내심이나 자기 통제력을 키우는 다음 단계가 손상당하게 된다.

37개월~60개월

미국의 정신분석가 코헛(Heinz Kohurt)은 이 분리-개별화 단계로부터 네댓 살까지가 자기애 발달에 상당히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지적하였다. 자기애란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능력이다. 자기애가 건강하게 발달하면 사람은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자기애가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부모는 아이의 자기애 욕구를 적당히 채워주면서 이와 동시에 부모의 도움이나 지배에서 서서히 벗어나도록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이 너무 성급하게 이루어지거나 반대로 부모가 계속 지배하려 들면 자기애가 상처를 받게 된다. 

‘분리-개별화’의 시기가 되면 유아의 미분화된 자기애는 ‘과대 자기’나 ‘부모의 이상화’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과대 자기’란 전능감에 빠져 무엇이든지 자기 뜻대로 될 수 있다고 여기고 부모의 칭찬과 보호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부모의 이상화’는 어렸을 때 보통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부모는 신과도 같아서 뭐든지 할 수 있고,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은 뭐든지 채워 주는 이상적인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다. 

코헛은 이런 ‘과대 자기’의 현시나 승인욕구가 부모로부터 적당히 채워지지 못하면 항상 그 사람의 마음속에 남아 병적으로 발달한다고 보았다. 또 ‘부모의 이상화’가 실제 부모로부터 심하게 배반당하면 지나치게 이상화시킨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았다. 

아이는 신과도 같은 존재였던 부모가 언제부턴가 퇴색되고 현실적인 크기로 축소되어 부모로부터 칭찬받는다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어 버린 가벼운 실망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자기애가 성숙해진다. 성인이 되어서 부모를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여긴다든지 칭찬받기를 원한다면 그 이행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성격장애를 낳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대개의 경우 부모(부모가 없는 경우를 포함해서)에게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도 값진 것은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능력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 능력이 충분히 채워지지 못한 아이는 많은 고통 속에서 살게 된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꼭 기억해야 한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