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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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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3월 03일 (일) 23:55:48
최종편집 : 2024년 03월 03일 (일) 23:57:59 [조회수 :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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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낙원

(<내심낙원(內心樂園)>, 우징숑, 바오로딸, 2010)

   
 

김흥호 목사님(1919-2012)의 말년 강의를 들으신 분이라면 익숙한 이름이 있다. 오경웅이다. 한국 사람이 아니다. 중국 사람이다. 오경웅 박사가 쓴 <선의 황금시대>가 선생님의 텍스트였다. 텍스트를 강의하는 교수님들은 부지기수다. 텍스트를 강의한 선생님이 살아있는 텍스트가 되어 눈앞에 서 계신 웅장한 광경이란 일생에 몇 차례 없는 경험이다. 선생님의 강의실은 그랬다. 텍스트가 텍스트를 강의하고 있었다. 

그 강의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내용 때문이 아니다. 선생님은 오경웅을 항시 오웅경이라고 바꿔 불렀다. 그게 이유다. 노년의 선생님이 이름을 잘못 기억하신 탓이리라, 당시에는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이름 잘 기억하라는 위트였거나 이미 고인이 된 오경웅에게 말장난을 거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궁상을 떨어본다.

이제는 오경웅을 중국식 발음인 우징숑으로 표기하여 책이 나오고 있다. 야인 김익진의 첫 판본은 만날 수가 없다. 이문호가 개정한 판으로 읽어야 한다. 좌에서 우로 페이지를 넘기고 위에서 아래로 글을 읽는 수고를 덜어낸 만큼 문장의 냄새도 옅어진 건 어쩔 수 없다. 

지은이 우징숑(吳經熊, 1899-1986)은 중국의 법학자다. 영미권에서는 ‘존 우’로 알려져 있다. <생활의 발견> 등으로 유명한 린위탕(林語堂)과 함께 활동도 했다. 유엔헌장의 초안을 작성하는데 공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유교와 도교와 불교를 거쳐 기독교에 들어갔다. 세상에서 명성을 떨치던 그가 구세주의 사랑 안에 정착했다. 이 책의 주제가 사랑이다. 구세주의 사랑이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이룬다고 봤다. 거룩이다. 러시아의 사상가 베르쟈예프는 인간 존재의 목적은 영성 획득에 있다고 말했다. 우징숑이 말한 사랑을 세속화된 언어로 한다면 영성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1부 사랑의 발아, 2부 사랑의 개화, 3부 사랑의 결실.
성경을 텍스트로 해서 유교와 불교와 도교, 그리고 토마스 아퀴나스 등이 호출되어 영혼의 진보를 격려한다. 한 부분을 꼽아본다. 

“폴리뇨의 성 안젤라는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소유하시고 인간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바로 완성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것이 완성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것이 지혜의 시작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인간은 하나님 없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으면 부족한 존재’라는 것과, ‘우리 존재는 바로 그 중심에 허무의 심연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는 좀처럼 깨우칠 수가 없다. 탕자가 자기 아버지에게 돌아가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십자가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이 영원한 복락을 미리 맛보게 해준다고 거듭 변주한다. “오 사랑의 신비여! 사랑은 갈라서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구나. 하나님만 사랑하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구나.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이 하나님의 아들을 이 세상에 끌어내려 인간의 자식들을 하늘나라로 끌어올리는 사랑과 똑같다니 어찌 놓라지 않을 수 있으랴.”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고린도전서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세기에 이르도록, 오직 믿음만이 매우 강하게 강조되었다. 20세기가 사도 바울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사도 요한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 때가 되면 필경 이 책은 클래식의 반열에 겸손히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하나님과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세상에서 그의 하늘나라를 시작한 것이다”(p.335) <내심낙원>이다.

유성원 목사 (서초 주님의 몸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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