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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신앙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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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3월 03일 (일) 02:10:34 [조회수 : 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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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는 3.1절과 8.15를 민족 절기로 기억하고, 기념한다. 교회력 외에 기념주일로 지키는 절기는 민족기념일인 3.1절과 광복절이 유이(有二)하다. 교회만이 아니다. 분단 이후에도 남과 북은 독립선언과 해방이란 공통의 역사를 공유해 왔다. 독립과 해방에 대한 미완(未完)의 감정이 입장차이를 불러올 수 있으나, 그것은 강약의 정도일 뿐이었다. 

  한동안 대한민국 건국 시점에 대한 기원 논쟁이 불붙으면서 3.1 독립선언의 의미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그룹이 생겨났다. 갈수록 정치편향과 맞물려 극성을 부리면서 민족의식에 분열과 혼란을 부추긴다. 헌법 전문까지 부정하는 뉴라이트식 주장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그늘과 햇빛을 오가며 대명천지에 이미 드러난 진실을 오염시키려 든다. 번번이 실패하면서도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요즘 카톡방을 달구는 이승만 기념관 건립추진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경계해야 할 이유다. 역사적 사실마저 집단의 아우성과 다수결로 시비(是非)하려는 어리석음이다.

  우리 사회에 똬리를 틀고 있는 기득권 세력은 일본 식민주의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전쟁과 독재가 주는 이익을 누려왔다. 그 실체가 이미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그들은 수치를 모른다. 일제강점기와 분단, 독재정권 시대를 숙주로 삼아 특권과 안락을 누린 그들은 여전히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면 대한민국의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 건건이 일본 우익을 편들고, 가짜 뉴스를 생산하면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든다. 최근 영화판에서 ‘서울의 봄’과 맞선 ‘건국전쟁’의 경쟁은 볼썽사납다. 

  이럴 때일수록 역사교육의 중요성이 중요하다.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은 얼마나 소중한가? 겉으로는 복음의 순수성을 내세우지만, 심각하게 이념으로 오염시키려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3.1절과 광복절을 민족 절기로 바르게 세워내는 일은 신앙의 오해를 바로잡고, 한국인의 교회로서 바른 소명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3.1절은 우리 민족의 독립선언일이다. 단 한 문장으로 구성된 헌법 전문(前文)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1919년 3월 1일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봉기한 만세운동에 대해 헌법은 건국을 선포한 기념일로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같은 해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하면서 국호를 대한민국, 정체를 민주공화제로 제정하였다. 

  대학입시를 위해 통째로 암기하다시피 한 기미독립선언서는 이렇게 선언한다. ‘우리나라는 독립국이고 나는 자주민이다.’ 양반이든 평민이든 더 이상 조선 임금의 백성이 아닌, 자유로운 주권을 지닌 시민이란 의식이 여기에서 생겨났다. 3.1운동을 가리켜 혁명적이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한마디로 ‘나는 왕의 백성이 아닌, 내 운명의 주인이다’란 각성이다. 

  3.1 만세운동은 그리스도인에게 특별한 소명을 주었다. 당시 조선 사람에게 그리스도교는 서양에서 들어온 남의 나라 종교로 여겨졌다. 눈이 파란 선교사들의 종교일 뿐이었다. 지극히 소수였기에 존재감도 미미하였다. 그런데 만세운동이 일어나자 교회마다 앞장섰고, 누구보다 그리스도인이 목숨을 걸고 참여하였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지도자 중 절반은 그리스도인이었다. 수많은 희생의 결과 교회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종교가 아닌 바로 우리의 종교가 되었다. 비로소 민족의 신앙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3.1 독립선언이 가져온 신앙의 열매였다. 

  1919년 3월 이전, 이 나라는 공동묘지와 다름없었다. 일제강점에 대한 원망과 고통을 속으로만 삼켰고, 점점 비겁한 침묵만이 지배하였다. 그런데 만세운동 후에 비로소 희망의 아우성으로 가득하게 되었고, 독립이란 새 하늘과 새 땅의 비전을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3.1 독립선언은 민족의 대각성운동이었다. 당시 2천만 백성 중 210만 명이 자진해서 시위에 참여한 항일 반봉건 범국민적 항쟁이었고, 세계사에서나 몇몇 유례를 찾을 수 있는 비폭력 저항운동이었다. 

  국권을 빼앗긴 아픔의 역사를 주권을 되찾으려는 피의 선언으로 바꾼 것이 출발점이라면, 1919년 임시정부 수립부터 1945년 광복까지 이어진 항일(抗日)의 역사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3.1 독립선언으로 드러난 담대한 의지를 ‘삼일정신’이라고 한다면, 이를 105년이 지난 지금에도 온전한 독립과 평화로운 통일에로 희망을 이어가는 것은 ‘만세신앙’일 것이다. 선언문을 온통 물들인 ‘자유, 정의, 공평, 인간 존엄, 평화, 인류행복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은 우리 민족 모두가 누려야 할 만세의 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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