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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거리의 귀신이 붙었는가
가만히 집에 있으랴면 내버려두지 않고
그여히 나를 밖으로 나가게 하니....
오늘은 홍명희 시인과 함께 용인의 민속촌에 다녀왔는데
15년 만의 민속촌은 많이 변해 있었다.
넓직한 주차장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입장료는 여전히 비싸 초입부터 씁쓰름하다.
입구의 판매장 지붕은 허물어져가고
푸른 이끼 사이에 잡초가 삐죽삐죽 나온 게
길손의 눈길을 끈다.
빈 나무가지 사이로 찬 바람은 오가고
잔뜩 찌푸리던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니
썰렁했던 초가지붕마저도 따뜻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소원을 접어 돌탑에 걸어놓는 홍명희 시인
사방을 두리번거리니 황금빛이 눈부시고
어디선가 풍악소리 들려와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신나는 장단에 내 어깨도 으쓱
구경꾼도 하나 둘 늘고 박수소리도 커지니
농악대나 관중이나 모두 얼굴에 희색이 가득하다.
귀여운 소녀의 널뛰기 묘기와
줄타기를 보고나서 다시 마을을 걸었다.
당나귀가 어찌나 순한지 곁에 다가가도 꿈쩍도 하지 않고
어린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리는데
정말 사람이 살고 있는 느낌을 준다.
놋숟갈을 만드는 아저씨는 돼지띠라고 자랑하는 걸 봐서
73세? 기운만큼은 젊은이 못지 않아 목소리도 칼칼하다.
물레방아 안에는
빈 방아만 덜컹 덜컹
젊은날, 20대의 새댁은 발방아를 찧는데
남들이 하는대로 떡쌀을 반말이나 담가놓고
혼자 땀 빼었던 지난 날이 아찔하다.
뺏앗간의 사랑이야기보다
혼났던 그 일이 잊혀지지 않아 방아만 보면
그저 씁쓰름할 뿐.
詩碑가 있다. 제목하여 <물레방아>
異河潤 선생의 시는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철자법에
웃음이 절로 번진다.
살얼음 위에서 노닐던 오리는
우리를 보고 기웃둥기웃둥 다가오지만
줄 게 없는 우리는 오히려 피할 수밖에
"미안해, 다음엔 무어라도 가지고 올 테니...."
가족공원을 끝으로 우리는 민속촌의 하루를 마감했는데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은 친절이 몸에 베지 않은 점이 유감이다.
일전에 일본을 다녀온 뒤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싹싹한 일본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우린
천성적으로 무뚝뚝하다.
점심에 장터에서 사 먹은 빈대떡이며 동동주로 요기를 했지만
찻집 아주머니의 인정어린 대접이 없었더라면
뒤끝이 그러그러했을 것.
집에 돌아와
이른 저녁을 먹으며
홍명희씨가 사준 놋숟갈을 금수저로 여기면서
고급스런 만찬(?)을 즐겼다.
오늘의 민속촌을 가꾼 많은 손길에 감사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게 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 드리며
하루를 마감하련다.
내일이 있을 것을 믿으니 더욱 행복한
오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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