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부터 강력한 영적각성 체험을 하며 소명의식에 사로잡힌 미국 의사 선교사들이 태평양 건너 한반도에 왔다.

알렌(H. N. Allen)은 공사관 의사의 신분으로 내한하여 첫 번째 정착 선교사로서 고종의 신임을 받아 최초의 근대의료기관인 광혜원(제중원)을 시작했다. 스크랜톤 선교사는 국립병원 형식의 제중원과는 달리 서울 서대문, 남대문, 동대문 성곽주변의 3곳에 가난하거나 전염병에 걸린 가난한 환자들 치료를 위한 시약소(施藥所) 설치 승인을 받았다. 고종은 은덕을 베풀며 병자를 치료해 달라는 부탁의 뜻으로 ‘시병원(施病院)’ 이름을 하사했다. 스크랜턴 어머니도 이화학당 설립하고 의사 하워드를 앞세워서 이화학당 옆에 ‘보구여관(普救女館)’이라는 한국 최초의 여성 전용병원을 설립하였다. 이 병원은 동대문부인병원을 거쳐 오늘날 이대목동병원으로 변모했다. 맥길 의사는 스크렌톤 병원사업에 협력하다가 후에 올링거 의사가 세운 원산 구세병원 사업 책임자로 전념하다가 다시 공주로 이주하여 병원을 설립하였다. 맥길 의사가 전염병에 의한 죽음 후 그의 아내 사에리시는 다시 공주 선교지로 복귀하여 35년 동안 학교와 의료사업에 몰두하면서 유관순을 이화학당에 입학시키는 등 유관순 열사의 스승으로 칭송받았다.

캐나다 출신 하디는 1890년부터 서울, 부산, 원산에서 의료사역을 하다가 1898년부터 개성을 거쳐 원산 선교부를 개척하면서 강원도 북부에서 3년간 활동하다가 1905년에 크게 거듭나서 영혼을 깨우치는 영적각성운동의 선구자가 되었다.

평양 의료사업은 1892년부터 의료선교사 제임스 홀을 통해서 시작되었다. 그의 약혼녀 로제타 홀 의사는 이미 1890년에 서울에 파견되어 의료사역을 하였다. 홀 부부 의사는 평양으로 파견되어 기와집 두 채를 사서 병원을 설립하였다. 1894년 청일전쟁 후 잠시 서울로 피신하였으나 전염병으로 환자가 급증하자 다시 평양으로 돌아와 환자를 돌보다가 발진티푸스전염병에 감염되어 서울로 후송된 후 별세하였다. 한국에서 첫 번 째 희생된 선교사였다.

그의 아내 로제타 홀은 양화진에 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후 어린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유복녀를 출산했다. 3년 후 다시 평양으로 복귀하여 남편을 기념하는 기홀병원(Hall Memorial Hospital)과 여성전용 병원 광혜여원을 설립했다. 남편의 전기를 쓰고 출간하면서 남편을 추억하였다. 이런 중에 3살 된 딸이 사망해서 양화진 남편 묘소 옆에 안장하는 비통함 마음을 품고 의료사역에 몰두하였다. 한국 최초의 여자의사 박점동을 키우는 등 많은 여성의료인을 양성하였다.

제임스 홀의 아들 셔우드 홀은 의사가 되어 의사 아내와 결혼하여 1925년 한국에 파견되어 해주에서 결핵요양소를 건립하고 크리스마스 씰 발행운동을 하는 등 의료선교사역에 힘쓰다가 1940년 일제의 선교사 추방에 따라 부득이 하게 인도로 선교지를 옮겼다.

1907년부터 리드 선교사의 아들(W. T. Reid)이 부모의 뒤를 이어 개성에 남성병원을 설립하고 20년 동안 의료 선교사로 사역하였다. 이 병원은 건축비를 헌금한 아이비 이름을 따서 아이비 기념병원(Ivey Memorial Hospitial)으로 불렸다.

무스 선교사가 선교 초기에 강원도를 두루 다닌 경험으로 ‘1900, 조선에 살다’(1900, Village Life in Korea)를 저술한 주제 중에는 ‘병들게 하는 한의사’, ‘자유롭지 않은 존재-양반’, ‘남자만의 전당-서당’이라는 주제가 있다. 선교사의 눈으로 본 조선시대 500년의 양반계급사회의 부조리한 면모를 정리한 글이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먼저 병원을 세우고, 이어서 학교를 세우고, 사회복지시설을 세우고 교회를 세웠다. 그러나 일제말기 태평양 전쟁 전에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되었다. 선교부의 재산은 일제의 적산이 되었다. 이들은 해방이 되자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38선 이북으로는 갈 수 없었다. 6.25 침략전쟁 때문에 다시 한국을 떠났다. 휴전 후 다시 돌아와 사랑의 인연을 이어갔다. 대전과 서울에 선교 캠프를 두었다. 해외구제위원회에 이어서 감독호소기금(Bishop’s Appeal Fund)를 통하여 2만여 교회 헌금으로 160만 달러를 모금해서 구제사업을 하며 병원과 학교와 교회를 재건하고 전후 복구에 전심전력했다. 인재를 추천해서 십자군 장학금으로 생활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여 유학공부에 전념토록 했다. 이들은 귀국 후에 사회 다방면에서 지도자로 활약하였다.

1907년에 무스는 춘천 개척선교사로 임명되었다. 그는 3만 5천평 부지를 매입하여 병원 설립의 터를 닦았다. 이듬해 의사 리드에 이어 1910년에 의사 히치가 파견되어 와서 병원을 육성하였다. 철원에는 1920년에 의료선교사 엔더슨(E. A. Anderson) 부부가 파견되어 의료사업을 전개하였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은 알렌 의사가 고종의 허락으로 세운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광혜원(제중원)으로 시작되었지만 1900년 미국인 세브란스가 병원 설립 기금 기증하고 1904년 남대문 밖에 병원을 준공하고 (사립) 세브란스 의학교로 개명했다가 1947년부터 세브란스 의과대학으로 승격, 연희대학교와 세브란스 의과대학이 연세대학교로 합동한 후 1962. 6. 5 신촌캠퍼스를 봉헌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으로 개칭했다. 그리고 1976년 이후에는 미국 감리교회 선교부 원주기독병원 부지를 포함한 약3만평의 시청부근의 재산이 연세대학교 재단에 증여된 후에는 원주에 간호대학 설립을 거쳐 원주 연세대 원주의과대학병원이 설립되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도 연이어 설립되었다.

이러한 외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날의 한국 의학발전은 전적으로 의료선교사의 공헌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의료 선교사들은 젊은 시절에 한반도의 비참한 현장에 인간 사랑의 정신 하나로 투신하여 사랑하는 가족을 한국 땅에 묻고는 대를 이어 의사와 교육자로, 선교사로 투신했다. 이들이 한국 땅에서 취한 이익은 없었다. 물질, 재산, 의술, 지식, 그리고 사랑을 베풀었다. 한국 사회에 모두 환원하였다. 오직 명예만을 소중히 간직하였다.

세상에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직무를 포기하거나 권리를 남용할 수 없는 운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자식을 낳은 부모, 가르치는 스승, 군인, 공무원, 소방요원, 경찰, 검사, 판사, 성직자이다. 그리고 특히 생명을 치료하는 의사(醫師)이다. 우리가 의사를 ‘선생님’으로 존경하는 이유이다.

민법 2조(신의성실)에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살아있는 동안 천부의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모든 사람들도 명심해야 할 규정이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의 의과대학생 증원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사직하고 파업하는 실력행사가 한참이다. 국민의 국가에 의한 의료보험제도로 경제적인 이득을 많이 보고 있는 의료인들마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니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120년 전 무스 선교사가 당시 한의사의 행태를 지적한 바와 같이 요즈음 젊은 의사들도 ‘병들게 하는 의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