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무심코 읽다 보면 중요한 사항을 간혹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출애굽기의 계보라고 생각된다.

요셉의 초청으로 애굽에 내려간 야곱의 친족들은 거기서 430년을 거주한 후 나중에 모세와 아론의 인도를 따라 광야 40년을 거쳐 가나안으로 돌아온다(출12:41). 야곱에서 모세까지 계보는 야곱-레위-고핫-아므람-모세로 모두 5세대다(출6:13-27).

우선 대충 봐도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든다. 불과 5세대만에 430년이 지났다는 게 상식적이지 못하다. 조선왕조는 518년 동안 무려 27명의 왕이 있었다. 그런데 이 야곱 계보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당시 야곱은 이미 손자 고핫과 함께 애굽에 갔다(창46:6-11). 그러니까 실제로 체류 연도를계산할 때는 고핫부터 해야 옳은 것이다. 그리고 그 고핫 후손은 아들 아므람과 손자 모세(출6:16-20)로 겨우 3세대다.

사실상 애굽에서 태어난 후손은 오직 3세대뿐인 것이다. 헌데 출애굽기 기록에 따르면 고작 그 3대만에 430년(출12:41)의 세월이 흘렀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인구 증가 또한 매우 비상식적이다. 단지 그 3대 동안에 불과 70명에서 무려 200만 명(장정만 60만)으로 늘었다는 것이다(출12:37).

더구나 출애굽기는 이들의 수명을 기록하고 있는데 도무지 숫자가 맞지 않는다. 우선 고핫은 133년을 살았다(출6:18). 그리고 아무람은 137년을 살았다(출6:20). 그래서 모세가 애굽을 출발할 때 나이가 80세이니, 이들이 죽기 직전까지 자식을 낳았다고 쳐서 그 나이를 그냥 다 합쳐도 350년이 될 뿐이다.

물론 이들이 자식을 죽기 직전까지 얻은 것이 아니니 실제로 이들 3대가 애굽에 거주한 기간은 기껏해야 대략 200년 정도일 것이다. 그러니 430년이란 성경 기록은 아주 터무니 없는 숫자가 된다

내가 성서의 오류를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성서를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서의 진실을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해석하기 위함이다. 오히려 진실을 외면하면 진리가 훼손되는 법이다.

만일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우기며 억지 해석을 한다면 이는 또 다시 과거 중세판 천동설을 재현하게 될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을 무지와 허구로 인도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거짓된 교리와 앵무새 신학으로는 맹신도만 양산할 뿐 그 누구에게도 유익이 될 수 없다. 만일 우리가 정말로 진리를 알고 싶다면 우선 성서의 진실부터 정확히 알아야 마땅하다.

무조건 믿는 건 신앙이 아니라 광신이다.

신성남 / 집사,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