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서 하나님나라를 배우다>, 구교형, 대장간, 2024)

엄혹하던 1980년대에 대다수를 차지하던 보수 교회를 다녔던 상당수 청년은 무력했고, 답답했다. 자신이 늘 눈앞에서 목격하는 현실은 심각했는데, 자신의 교회와 목회자의 설교는 태평하기 그지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던 차에 80년대 후반부터 소위 ‘복음주의’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하나님 나라니, 기독교 세계관 같은 말들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한 사람의 구원과 안식을 넘어 사회정의와 개혁의 수많은 고민도 하나님의 큰 관심사임을 처음 알게 되었고, 큰 감격에 빠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40년이 가까이 지나면서 복음주의 운동은 많이 발전하고, 다양해졌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와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40년 전 당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추상적이고, 현학적이고, 무엇보다 한국적이지 못했다. 마치 올해 로잔 5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준비되는 로잔대회가 여전히 50년 전, 서구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 운동의 한 귀퉁이를 붙들어온 나는 복음주의적 신앙에 입각해서 한국에서 만나는 하나님 나라, 현장적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교과서 같은 책을 써서 한 달 전에 출판했다. 이 책을 전체적으로 소개해 본다.

성경은 세계와 역사, 우리 인생 모두를 구상하시고 이끌어가시는 하나님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그분의 말씀이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창조와 인간의 죄로 인한 온 세상의 타락, 그리스도의 속죄를 통한 온 세상의 구원 여정, 그리고 마침내 다 회복하고 모두 완성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일관된 의지로 가득하다(1장). 

하나님 나라 복음은 넓고 길고 높고 깊은데, 우리의 복음은 너무 좁고 짧고 경박하고 얕다. 그러나 나를 구원하신 십자가의 도는 만유를 죄와 멸망에서 건져낼 하나님 나라의 이미 검증된 약속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는 한 개인만 아니라 인류와 만유 전체에 미치며, 땅의 일상과 역사는 물론 영적 세계도 아우르고 있다(2장).

우리는 성경에 대한 찬사는 쏟아내지만, 실제 우리의 성경 이해는 한없이 짧고 좁고 비인격적이다. 그러므로 육신의 한계를 지니고 사는 사람의 눈높이까지 내려오신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맞춤형 하나님 말씀의 특징을 먼저 알아야 한다(3장). 성

경이 어떤 책인지 잘 알지 못하면 우리의 관념이 만들어 놓은 허수아비를 향해 엉뚱한 싸움에 몰두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진화론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정작 무서운 것은 과학주의와 영화 ‘건국전쟁’에 깔린 뉴라이트 운동으로 부활한 사회적 진화주의다(4장).

21세기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하나님을 믿고,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항상 어려움과 위험함을 안는 적용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면 오늘 한국에서 하나님 나라의 시선으로 적용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70년 넘는 적대적 관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한미일과 북중러 신냉전 체제로 더욱 위험해진 한반도의 평화 과제다(5장). 

70여 년의 대한민국 역사는 파란만장한 드라마 같은 한국 정치와 함께 빚어온 과정이다. 많은 성과와 역동성을 빚어냈지만 현재 한국 정치는 한국 최대의 골칫거리다. 중요한 건 정치개혁을 향한 우리의 의지다(6장). 

21세기 자본주의는 여전히 강하지만 많은 허점과 깊은 상처를 이미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길을 찾는 것은 신앙의 문제다(7장).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저출산-초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위기에 빠지면서 출산 장려를 넘어 마치 출산 칭의 신앙이 세워진 듯하다. 그런 가운데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폐기하면서 출산과 낙태에 대한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 마치 여성과 태아가 각자 자기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 같은 엉뚱한 광경에 남성은 또 온데간데없다. 그래서 태아 살리기의 해법은 빼앗긴 여성 권리의 정당한 존중에서 시작해야 한다(8장). 

동성애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은 뜨겁다 못해, 과도하다. 이 논란은 동성애가 죄라는 사실이 성경에서 확인만 되면 간단히 정리되는 문제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이는 ‘무엇이 하나님의 진심인가?’ ‘무엇이 더 중요한가?’의 문제다. 로마서는 동성애 반대자와 지지자 모두에게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9장).

한국 기독교회는 지금 큰 위기다. 베드로는 비록 은과 금은 없지만, 자신에게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사랑)으로 평생 걷지 못했던 사람을 일으켰다(행 3:6). 그러나 지금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사랑)은 없지만 우리가 가진 은과 금, 정치 권력으로 세상을 압도하려는 욕망에 지배된 게 아닌지 진실로 두려워해야 한다(10장).

구교형 목사 (성서한국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