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WLD 참가자들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 아시아 여성억압의 시스템

특정 집단에 대한 폭력이 반복되어 일어난다면, 의사결정집단이나 리더의 자리에서 빠져있다면, 착취가 일어난다면, 있는 그대로의 외모가 비하되고 부정당한다면 거기에는 생각하는 방식, 가치, 문화 등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 아시아 여성활동가들과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APWLD에 참여한 태국, 인도네시아 여성노동자들과 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각 나라의 노동운동은 닮았고 서로에게 배운다. 아시아 여성들은 이주노동자로, 공장 노동자로, 가택 노동자로 현재의 세계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있다. 이들은 생존을 겨우 지키고 있지만 노동착취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기 위해 싸우고 있다. APWLD는 아시아 여성들의 착취를 지속시키는 시스템을 세계화, 근본주의, 군국주의, 가부장제, (Globalization, Fundamentalism, Militalism and Patriarchy, 이하 GFMP)라고 보았다. 

GFMP, 식민지가 낳은 시스템 

인권을 억압하는 시스템은 다양하다. 인종차별, 섹슈얼리티 차별, 계급차별, 가족차별, 장애차별 등등. 그런데, 왜 APWLD는 아시아 여성노동자들의 억압을 이해하기 위해 4가지 시스템을 제안했을까?

▲ 식민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How does colonialism shape the world we live in?) https://www.aljazeera.com/program/the-stream/2019/12/9/how-does-colonialism-shape-the-world-we-live-in 캡쳐

처음 필자가 아시아 여성운동에 참여했을 때 의문이 든 것은 “왜 아시아 전역에는 그렇게 많은 분쟁이 있을까?”였다. 인도네시아 (1965), 캄보디아(1975), 미얀마(1988), 천안문(1989), 방글라데시(1971) 그리고 우리나라의 광주민주화운동 (1981) 등등.. 수백만명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양민들이 무고하게 학살되었다.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은 빼고도 말이다. 

일본과 태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역은 식민지배 경험이 있다. 식민정치의 주요 전략은 갈라치기다. 종교, 인종, 계급 등을 이유로 한쪽을 회유하고 다른 쪽과 차별하여 싸우게 만들며 힘을 소진한다, 그렇게 식민지배국가에 저항할 힘을 약화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아시아국가들이 독립했지만 계속되는 분쟁은 강력한 군국주의 통제로 이어졌다. 무력사용, 인권 탄압이 용인되고 집회 결사의 자유가 봉쇄되는 강력한 군사정권이 아시아 지역에서 득세하게 되는 이유다. 

근본주의 : fundamentalism 

▲ 철처: What is Fundamentalism? | Fr. Dwight Longenecker 근본주의는 자신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한다.

근본주의는 종교, 민족, 문화의 담론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다. 근본주의 특성은 차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과 다른 의견에 반대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약한 소수자들의 몸, 사회적 역할을 규정하며 타겟팅하고 공격한다. 인도네시아에서 공산주의자로 의심하며 3백만 양민학살에 앞장선 사람들은 이슬람 강경주의자였고, 인도의 2천여 명의 시크교도 학살은 우파 힌두교도들이 앞장섰고, 우리나라 4.3 사건은 서북청년단이라는 우파 기독교 단체였다. 지금 우리나라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이슬람혐오와 성소수자 혐오에 매달려 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근본주의자들이 여성들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면서 조혼이 급증하였다.  

APWLD는 근본주의자와 맞서는 여성인권가들의 창의적이고 지략이 풍부한 전략을 소개한다.  첫째, 인권의 보편성을 주장하고 둘째, 차별적인 법에 도전했고, 셋째 종교적 문화적 국가적 텍스트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치적 차원에서 지역 여성들의 역량을 키우고, 종교간의 대화에 참여한다. 근본주의가 일으킨 여성 인권 훼손을 폭로하여 근본주의에 대해서 질문한다.

군국주의(Militalism)

▲ 인권을 이야기 하지만 뒤로는 무기를 팔고 있는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출처 : https://monthlyreview.org/2022/04/01/the-political-economy-of-systemic-u-s-militarism-2/ )

2022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국방비 지출 세계 10위 국가다. 단연 미국은 8천억달러를 가뿐히 넘기며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도 39%로 1위다. 군국주의 국가는 이익을 확장하고 지키기 위해서 강력한 군대를 발전시켜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막대한 돈을 우선적으로 국방비에 사용한다. 현재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군사 관행 그리고 군사제도를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한다. 전투적 사고, 적대적 감정, 위험과 위협, 폐쇄주의, 집단주의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은 여성이나 소수자들이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기 어렵게 만든다. 구체적으로 분쟁이 일어나는 아시아 여러 곳에서는 수십만 명의 실향민이 발생했고, 대량강간과 성폭력과 고문이 발생했다. 사법권 밖의 살인이 허용되기도 했다. 테러와의 전쟁, 반테러 법 등을 만들고,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이나 인권운동가들을 조직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내부 보안법 등을 추가로 만들기도 한다. 군국주의는 여성의 권리나 노동자의 권리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며 폭력을 정당화한다. 

세계화

▲ IMF 로고 / 세계무역기구 로고 / 세계 은행 로고

어떤 아시아 여성 노동자는 하나에 10만원짜리 청바지를 만들며 월급 6만원을 받는다. 국가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한다며 살던 곳에 협박과 회유 끝에 뱀까지 풀어놓아, 거주민들을 수도도 없는 곳으로 쫓아낸다. 캄보디아 철거민의 이야기다. 정부는 GDP가 늘어난다고 으스대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의 삶은 쉴 틈도 없이 일하지만 가난하다. 세계화 속에 흔하게 발견되는 아시아 노동 현실이다. APWLD는 이런 불평등한 노동계약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역기구(WTO), IMF, 그리고 세계은행이 있다고 지목한다. 이들은 악당 3총사라 불리곤 하는 국제기구다. 규제를 완화해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노동권은 무시하며, 무역을 자유화를 통해 약소국의 경제를 황폐하게 하며 자원을 약탈하며, 국가의 기간산업을 민간화하라고 압력을 넣어 물값도 전기료도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게 한다. 쓰지도 못할 만큼 많은 물건을 만들어 소비를 촉진하고 겉으로 보면 GDP는 올라가는데 빈곤이 가속된다. 

가부장제는 세계화, 군국주의 그리고 근본주의를 관통한다.

이런 식의 사고를 왜 해야 할까? 왜 이렇게 큰 그림을 그려야 할까? 훈련을 진행한 버니는 참가자들에게 질문했다. “가부장제는 세계화와 군국주의 그리고 근본주의의 뿌리에 있다. 이들이 교차할 때 각 나라에서 여성 노동, 여성 인권은 어떻게 위협받는지를 생각해 보라” 이 질문은 나에게 페미니즘의 역할은 무엇이냐는 것으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