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예배>, 티시 해리슨 워런, 백지윤 옮김, IVP, 2019)

  저자 티시 해리슨 워런은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성공회 교회 여성 사제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2018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다른 저서로는 역시 2022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올해의 책에 선정된 <밤에 드리는 기도>가 있다. <오늘이라는 예배>는 “사소한 하루는 어떻게 거룩한 예전이 되는가?” 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저자는  아주 펑범한 열한 가지 일상적 행위들을 어떻게 자신의 성화의 예전으로 삼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이 열 한 가지 일상적 행위들은 다른 모든 일상적인 일들이나, 인간 관계, 문화 등을 다 포괄하고 있는 상징적인 것들로 보인다.

  1. 잠에서 깸 : 세례, 사랑받는 자로 사는 법 배우기
  저자는 잠에서 깨어 자신을 직면하는 시간에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생각하자고 한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매일 아침 세례받은 자들로서 잠에서 깬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연합되었으며, 아버지의 인정하심이 우리 위에 선포된다. 잠에서 깨는 첫 순간부터 우리는 우리에게 은혜로 주어진 정체성으로 구별된다. 그것은 그날 우리가 입게 될 다른 어떤 정체성보다 더 깊고 더 실제적인 우리의 정체성이다.”(28) 

  2. 침대 정리 : 예전, 의례, 삶을 형성하는 것
  저자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열던 습관을 버리고 매일 침대 정리를 하고 잠깐 침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하루 중에 가장 실제적이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사소한 침대 정리도 예전으로 삼을 때 모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3. 이 닦기 : 일어서고 무릎 꿇고 고개 숙이기, 육체 안에서 살기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믿는 이들에게 있어 이 닦기처럼 자기 몸을 잘 돌보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 몸은 육체적 필요와 욕망을 채우는 존재만이 아니라 성령의 전이요 예배 처소가 되기 때문이다. 
  
  4. 열쇠 분실 : 고백과 우리 자신에 대한 진실
  저자는 열쇠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고 했다. 이처럼 허둥대는 일상도 내적으로 길을 잃은 자신을 재발견하기도 하고, 잃어버린 자를 찾기 위해 오신 예수님을 바라보기도 하고, 자족함과 기쁨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5. 남은 음식 먹기 : 말씀과 성례전, 간과된 영양 공급
  오늘 우리가 일용할 양식들은 하나님과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것이다. 때문에 감사함으로 먹되, 필요한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균형이 잡힌 음식이어야 한다. 이처럼 “말씀과 성례전은 모두 자신을 생명의 빵이라고 부르신 예수님의 선물이다”(97) 

  6. 남편과의 다툼: 평화의 인사 건네기, 평화를 이루는 일상의 일
  저자는 자신을 “남편에게 고함을 지르는 평화주의자”(116)라고 했다. 이처럼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다툼과 논쟁을 일삼는 모습을 성찰하면서, ‘세상 속에서 평화와 선교를 추구하는 일은 내가 있는 곳, 나의 집, 나의 동네, 나의 교회에서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고 한다(117). 또한 저자는 “이름 없고 그 자체로 눈에 잘 띄지도 않는 평범한 사랑이 바로 땅 위에 존재하는 평화의 실체이며 일상에서 통용되는 하나님의 은혜” 라고 말한다(121).    

  7. 이메일 확인 : 축복하기, 보내기
  저자는 “나는 이메일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메일 확인은 거룩한 임무”(148) 라고 말한다. 이처럼 이메일 확인하는 일을 가지고 일과 영성, 노동과 예배의 관계를 설명한다. 비록 귀찮거나 하찮은 일들 “빨래, 세금 보고를 위해 시간을 쓰면서도 신비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법을, 축복하시고 보내시는 하나님께 나의 일을 기도로 올려드리는 법을” 배운다고 했다(153). 하나님은 우리의 사소한 일들을 수행하는 과정에도 함께 하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8. 교통 체증 버티기: 예전의 시간과 서두르지 않으시는 하나님
  저자는 교통 체증으로 도로가 막혀 차 안에서 길이 열리길 기다리는 일상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정신없이 바쁜 삶에서 나는 속도를 늦추고 기다리는 법을 잊어버렸다. 기다리는 것, 시간이 지나가도록 그저 내버려두는 것이 무엇인지 내 영혼의 유익을 위해 느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기 고속도로 한중간에서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다림을 연습하는 고대의 영적 실천에 내던져진다.”(159) 그리고 깨닫는다. “그리스도인은 기다리는 사람이다. 우리는 한계적 시간, ‘이미’와 ‘아직’을 산다. 그리스도는 오셨고, 다시 오실 것이다. 우리는 중간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기다린다.”(159)   
 
  9. 친구와 통화하기 : 회중과 공동체  
  저자는 친구와 전화 통화하는 아주 일상적인 행위를 교회 공동체에 연결시킨다. 친구와 통화하기는 서로에 대한 부름과 응답이며, 이러한 배려와 환대 속에서 피차 서로에게 속하는 우정을 쌓아간다고 했다. 이처럼 교회 회중들 역시 비록 처한 삶의 상황들은 다 다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이 같은 부름과 응답의 관계를 통해 서로에게 속하는 공동체가 된다고 말한다. 

  10. 차 마시기 : 성소, 음미하기
  차 마시기 역시 참으로 흔하고 작은 일상이다. 저자는 “나의 몸과 이 차와 조용한 노을빛은 나의 감각을 통해 하나님의 선하심을 내게 가르쳐주고 있다”고 했다(197). “일상에서 나는 성소의 순간, 놀라움이 쿡 찌르며 내 바로 옆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을 만난다. 나는 나에게 얼마나 많은 것이 주어졌는지를 기억한다. 차를 마시는 이 조용한 순간은 모든 면에서 성소의 순간, 곧 아름다움의 안식처이자 예배의 장소가 된다.”(206) “회중 예배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그리고 찻잔과 따뜻한 담요와 빵 굽는 냄새에서 발견하는 즐거움은 서로 공생관계”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11. 잠 : 안식과 쉼 그리고 하나님의 일
  인간은 물론 모든 동식물들에게 잠은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잠을 포기하면서까지 하고자 하는 것들이 있다. 주일 예배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잠도 자지 않고 매달리거나, 주일 예배 시간조차 할애하여 추구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 자체가 바로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매일 자는 것과 매주 일요일 회중 예배에서 경험하는 성례전적 안식 사이에는 심오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217)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예배냐 일상 생활이냐 사이에서 우열적 차원에서 선택하는 것을 강요하거나 강요당해 왔다. 그러나 ‘오늘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은총의 기회이다. 그리고 오늘 행할 모든 일상 역시 은총의 수단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사도 바울이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 12:1b)라는 권고를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사사기 사이클처럼 하루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망각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면에서 <오늘이라는 예배>는 오늘 하루 가운데 하나님의 존재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좋은 훈련서가  될 것 같다.  
                                                       
김수영 목사(대영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