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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탄소금식, 마음을 새롭게
유미호  |  ecomi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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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2월 09일 (금) 00:31:19 [조회수 : 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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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탄소금식, 마음을 새롭게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 5:3) 사람들은 많은 것을 채우면 기뻐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기쁨은 자신을 비움에 있다. 자신을 비워 그 안에 성령이 차면 비로소 참 기쁨이 찾아든다. 나무는 겨울을 나기 위해 자기 몸집을 줄여 생존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래야 봄이 올 때 겨울눈이 품고 있던 잎과 꽃들이 춤추며 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입춘이다. 봄은 시작되었고, 곧 봄비 내려 싹이 틀 것이다. 조금 있으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고, 밤보다 낮이 더 길어지게 된다. 우리도 자신을 비움으로써 하나님이 역사하실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나’라는 자아를 비운 자리에 하나님의 영은 채워져간다. 그래야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기쁨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물론 쉽게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아니다. 우리가 노력한다고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안에 기쁘신 뜻을 두고 갈망하게 하는 주의 영이 이루어 가는 일이시다. 그래서 우리는 반복해서 육체의 욕망이 아닌 주의 영이 이끄는 대로 사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구 가열화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리석고 부박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주님은 여전히 우리 안에 기쁘신 뜻을 세워두고 계신다. 그래서 잠시일지라도 일정 기간 일상에서 떨어져 그 뜻을 헤아려야 한다. 오는 2월 14일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40일은 그 뜻을 헤아릴 좋은 시기다.

곧 우리의 마음을 대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육체의 욕망이 아닌, 자기를 낮추고 죽기까지 복종하신 주의 마음으로 바꾸어갈 수 있게 돕는 신앙의 절기, 사순절이다. ‘주의 심장’(빌1:8)으로 탄소발자국을 살피고, 경건에 이르게 하는 기도와 금식을 훈련해보자. ‘탄소를 덜 배출하고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게 하는’ 탄소금식 캠페인에 참여하는 자. 함께하면 풍요와 편리함에 중독된 우리의 마음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탄소금식을 한다는 건 무언가 더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일상을 살펴 비우는 것을 말한다. 받지 않아도 될 것, 사지 않아도 될 것, 가지 않아도 될 것, 하지 않아도 될 것을, 거절하거나 줄이거나 덜어내거나 모두를 위한 것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35년 동안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것은 필요 없다’ 거절할 줄 모르는 가운데 필요 이상의 것을 먹고 입고 쓰며 욕심을 채워온 우리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산다.

그림책 <바람이 불지 않으면>(서한얼 글.그림, 보림)을 보면, 주인공 봄이가 어디선가 불어온 세찬 바람에 모자를 낚아 채이곤 속상한 마음에 ‘바람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소리친다. 그 소리를 들은 바람은 슬퍼서 멈춰선다. 그러자 바람에 날리던 연이 멈췄고, 풍차도 멈춰 새 일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는 이도 있다. 배도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등 마을 전체가 멈춰 버린 상황에서, 봄이는 결국 조용히 바람에 사과한다. “바람아 미안해, 네가 필요해” 하고.

2024년 2월, 우리는 이 시대의 결정적인 문제가 된 기후위기 앞에서 사순절을 맞고 있다. “바람 따위 없었으면 좋겠어!” 했던 봄이처럼, 우리도 진심으로 “지구야 미안해” 하면 지구가 회복될 수 있을까.

사과도 때가 늦으면 소용이 없어진다. 그림책에서와 달리, 지금은 말만이 아닌 온실가스 배출을 실제로 대폭 줄여야만 한다. 얼마 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제28차 총회가 끝났다. 총회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모든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감축이나 퇴출이 아닌 전환(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에너지 효율 2배 증가)이란 말로 마무리했다.

믿는 이들이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서, 땅을 적셔서 싹이 돋아 열매를 맺게 하고, 씨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사람에게 먹거리를 주고 나서야, 그 근원으로 돌아서야”(사 55:10) 한다. 다른 누가 아니라 나와 우리 교회가 먼저 마음과 일상에서 하나씩 비움으로써 새롭게 되어야 한다. 마음을 새롭게 하면, 우리도 하늘 나는 새와 들의 꽃처럼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없이 사는 삶에 근접할 수 있다. 아직도 햇빛과 땅의 기운은 고사하고 바람결도 느끼지 못하고, 철없는 것의 유혹에 날마다 넘어가지만, 하나님의 지구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달라질 수 있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올해도 40일(7주간)의 탄소금식 카드를 무료로 나눔한다(문의: ecochrist@hanmail.net). 공동체 안에서 하루 혹은 주 단위로 변화를 시도하게 하는데, 교회의 경우 창조세계 돌봄을 위한 교회실천 스토리텔링을 활동으로 초대한다(https://eco-christ.tistory.com/1833). 탄소금식을 통해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능력은 부인하는’ 자가 되지 않도록 신앙을 새롭게 한다. 예수님의 고난을 피조물의 고통과 연계하여 묵상하게 하며, 창조주 하나님의 피조물에 대한 애끓는 마음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그로써 허락받은 것 이상으로 탄소를 배출해온 것을 회개하게 하고, 기후위기와 동료 피조물의 고통을 신앙공동체와 함께 증언함으로, 자신은 물론 교회와 사회가 변화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안에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움직이게 하여 ‘하나님의 사랑’이 온 세상에 드러내게 할 것이다. ‘2024 탄소금식 달력’을 활용하여, 일주일에 한 번씩은 자신의 영성을 점검하고 비움을 실천해보자. 매일 덜어내고, 비우고, 나누는 실천을 한다면, 생명을 선택하는 기쁨과 은혜가 날마다 커질 것이다. 성령이 우리에게 내리시어 우리가 능력을 받고 땅 끝에까지 이르러 주의 증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면 우리 안의 욕망은 비워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채워지는 영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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