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한국감리교회의 내적 모형은 대도대기(大道大器) 패러다임으로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1920년대 중반이후 시대가 변하면서 첫째 패러다임의 감리교회는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시대는 살아 있는 그 무엇입니다.

당시 조선교회는 지나간 시대에 지녔던 조선인의 영혼과 민족을 구원하려는 순수한 열정과 생명력 넘치는 헌신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이미 다르게 변한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창조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전망과 선교방법과 삶의 방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곧 초기 교회가 생명처럼 간직하고 있었던 구원을 향한 간절한 소망이나 사회와 시대를 향한 선각자의 지성과 헌신적인 실천을 지닌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이미 다르게 변천한 시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과 힘을 지닌 것도 아니었습니다.

1927년 7월 양주삼 목사는 한국교회의 이런 위기 현상을 다음과 같이 파악했습니다.

"한국에서 그리스도의 교회는 위기의 시간을 맞고 있다. 기독교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태도는 이전과는 아주 다르다. 그것은 이제 호의적이기보다는 비판적이다. 게다가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스스로의 방식으로 풀어야 할 심각한 문제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리교회합동운동은 ‘한국을 복음화할 수 있고 기독교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이다. 그렇다. 한국을 기독교화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이것은 우리가 대답해야할 아주 중요한 물음이다."

이렇게 다시 한국교회가 침체해가는 분위기 속에서 창조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교회의 시대적인 사명을 다하기 위해 기존 북감리교회 조선연회와 남감리교회 조선연회가 합동하여 “기독교조선감리회”의 지평으로 도약해 나아갔던 것입니다.

한국감리교회의 두 번째 패러다임은 1930년 12월 북감리교회와 남감리교회가 합동하여 “조선감리회”를 조직하는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즉 초기 한국감리교회의 대도대기의 생명 맥은 1930년 기독교조선감리회의 세 비전의 꽃 즉 ‘진정한 기독교회, 진정한 감리교회, 진정한 조선교회’의 패러다임으로 창조적인 계승을 맞았던 것입니다.

그때 기독교조선감리회의 비전 즉 감리교회의 두 번째 패러다임의 초점은 구조와 제도적으로는 ‘영적 민주주의’구현으로, 사회선교적으로는 ‘사회적 구원의 진보주의’실천으로, 신학사상적으로는 ‘복음적 자유주의’로 추구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기독교조선감리회 창립과 운영의 핵심 가치요 원칙이었던 셈입니다.

그 빛 아래서 일제하 역경 속이라 경제적으로는 미국북감리교회와 남감리교회의 도움을 받고 있었지만, 명실상부하게 독립 자치 총회를 조직하여 양주삼 총리사를 선출하고, “교리적 선언”을 했으며, 우리의 손으로 운영하는 자주적인 감리교회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희망찬 꿈을 안고 전진하던 조선감리교회의 앞길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일제는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으로 조선을 병참기지화 했고, 제 2차 세계대전 중 암담한 전시체제하에서 민족과 교회를 향한 수탈은 더해가기만 했습니다.

특히 신사참배의 강요로 1937년에 감리교회는 그것을 국민의례로 받아들여야 했고, 1941년 3월 혁신교단으로 왜곡된 후, 1943년 8월 일본기독교조선감리교단으로 개편되었고, 1945년 7월에는 아예 일본기독교조선교단으로 다른 개신교파와 함께 통폐합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중에서도 만국부인회기도사건, 권언호, 강종근, 양국주, 신석구 등의 신사참배반대로 신앙 지조와 양심의 정신이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2030 메소디스트 포럼(Methodist Forum)

총무 곽일석 목사(iskwa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