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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약자들을 설명하면서 드는 대표적인 예로 고아, 과부, 그리고 나그네를 든다. 가난한 사람과 병든 자 및 불구된 자 들도 소개된다. 전쟁 등 다양한 이유로 고아와 과부가 생겨나게 되며 그 수효와 형태는 늘어나고 다양해지고 있다. 나그네는 박목월 시인의 다소 낭만적인 ‘나그네’ 보다는 오늘 날에는 집 없거나 본래의 집에서 쫒기거나 떠나온 난민, 가난한 사람들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누가복음(18:1~8)에는 억울한 과부의 이야기를 예수님께서 소개하고 계신다. “...비유로 말씀하여 이르시되 어떤 도시에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무시하는 한 재판장(a judge who neither feared God nor cared about men)이 있는데 그 도시에 한 과부가 있어 자주 그에게 가서 내 원수에 대한 나의 원한을 풀어 주소서 하되 그가 얼마 동안 듣지 아니하다가 후에 속으로 생각하되 내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무시하나 이 과부가 나를 번거롭게 하니 내가 그 원한을 풀어 주리라 그렇지 않으면 늘 와서 나를 괴롭게 하리라 하였느니라...”
당시에는 과부는 이중고의 차별과 때론 억압을 받아왔다고 평가된다. 남성중심의 당시 사회에서 나이 든 여인으로, 남편이 없는 여인은 유대사회에서 큰 차별과 때론 멸시를 받는 존재들이었다. 누가복음에는 억울함이 큰 과부와 불의한 재판장(unjust judge)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 등장인물은 과부, 불의한 재판장 그리고 하나님이다.
불의한 재판장(지도자, 관리 등)은 어디에나 있다. 그는 여느 불의한 재판장과 같이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무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 도시에 한 과부가 있어 자주 그에게 가서 내 원수에 대한 나의 원한을 풀어 주소서 하되 그가 얼마 동안 듣지 아니하다가 후에 속으로 생각하되 내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무시하나 이 과부가 나를 번거롭게 하니 내가 그 원한을 풀어 주리라 그렇지 않으면 늘 와서 나를 괴롭게 하리라 말한다.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해 다음 질문 사항을 갖게 된다. 첫째, 왜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무시하는 불의한 재판관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바르고 공정한 사회, 민주적이며 자유로운 사회에 불의한 재판관이 왜 존재하는가란 문제이며 이는 그 사회구조와 입법, 행정, 사법 체제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과부 등 약한 자들이 핍박받고 억울함이 바로 해소되지 못하고, 오래 동안 슬프고 억울하게 살아야 하는가란 문제다. 억울한 문제는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정치, 사회적 구조와 경제적 지원, 보장 등의 장치에 의해 바로 해소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사회는 그런 해결장치나 제도가 없고 억울함을 오래 방치하는 사회라는 점이다. 그래서 과부는 자주 그 불의한 재판관을 찾아가서 하소연하고 울고불고 억울함을 토로한다는 것이다. 셋째, 예수님은 왜 그 불의한 재판관을 정리, 처단하여 그 과부의 억울함을 바로 해소해 주시지 않는가란 물음이다. 삼위일체이며 하나님으로 인간의 형상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왜 전능하신 힘과 능력으로 그 과부의 억울함을 해소해 주시지 않는가란 질문이다. 넷째 오히려 예수님은 재판장의 말에 왜 귀를 기우리라고 말씀하시는가? 귀찮게 자주 찾아오는 과부의 괴롭힘으로부터 자유하기 위해 “나를 번거롭게 하니 내가 그 원한을 풀어 주리라”란 말을 들으라고 하신가?
이런 질문들에 대하여 다음의 생각들을 묵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이 문제 해결에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권능으로 직접 개입해서 해결해 주시지 않고, 과부 즉 문제를 안고 있는 바로 우리들과 같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접근하고 계신다고 볼 수 있다. 과부가 갖는 능력으로 문제해결을 하라는 것이다. 즉 과부가 갖은 능력과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 불의한 재판관을 자주 찾아가는 것이다. 찾아가 억울함을 반복적으로, 수 없이 호소하고 하소연하며 울고불고 하는 일뿐인 것이다. 그러면 그 불의한 재판관은 번거로움을 면하기 위해(어쩌면 양심의 가책이나 흔들림으로도) 과부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과부 같은 어려움에 처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호소를 통해 최선을 다하며, 그리고 불의한 재판관은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소극적이고 어쩌면 이기적 동기로 고통받는 과부의 억울함을 해소해 준다는 점이다. 둘째, 물론 마지막 해결자이시며 만유를 통활하시는 하나님께서 “하물며 하나님께서 그 밤낮 부르짖는 택하신 자들의 원한을 풀어 주지 아니하시겠느냐 그들에게 오래 참으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속히 그 원한을 풀어 주시리라” 라 하시며 과부의 억울함을 풀어주신다는 것이다.
셋째, 예수님은 마지막으로 “그러나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 하시니라”(눅 18:8)고 하시며 끈질기게 불의한 재판관을 찾아가 억울함을 푸는 그런 과부 같은 믿음을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시며, 항상 기도하고 낙심하지 않는 믿음을 갖기를 비유로 말씀하고 계신다. 넷째, 이 비유에서 우리는 억울한 과부의 끈질긴 기도와 자주 찾아가 호소하는(언젠가는 해결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결국 문제해결을 하는 태도를 강조하고 계신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도 한 개인의 억울함을 끈질기게 호소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노력을 다양하게 쉼 없이 노력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고 있다. 동시에 정보화되고 다층적 Network로 연계된 우리 사회에서 그 억울한 과부와 동조, 공존의 연대를 넓혀나가는 행동이 더욱 절실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오늘 우리 주변에 불의한 재판관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의 사법제도와 검찰, 경찰조직은 국민의 신뢰를 온전히 받지는 못하고 있다. 제4부란 언론도 본래의 책임과 정당한 권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들 자신도 다양한 부당한 처우와 억울할 대접, 부정직한 언행 등으로 고통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구조화되고 소위 양극화, 계층화, 분절화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진실(facts)을 왜곡하며 진실(truth)을 가리며 거짓이 횡횡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다.
예수님은 주어진 여건과 가능한 역량(지식, 정보, 재능, 재물 등)과 열성적 자세로 문제해결에 낙심 말고 항상 기도함으로 나가가기를 요구하고 계신다. 먼저 우리가 나와 이웃이 먼저 문제와 맞서서 호소하고 만나고 토로하며 이웃과 공유, 연대하며 때론 조직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라신다는 점이다. 물론 대주재(大主宰)이신 하나님께서 “하물며 그 밤낮 부르짖는 택하신 자들의 원한을 풀어 주지 아니하시겠느냐 그들에게 오래 참으시겠느냐” 라고 말씀하시며, 과부와 나그네와 문제에 직면한 우리들에게 큰 힘으로 도우신다는 점을 가슴판에 새길 일인 것이다. 지금 당장은 어둡고 답답하여 억울한 원한이 가득하나 끊임없이 기도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서로 연대하면 역사의 주인되신 하나님께서 오래 참지 않으시며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신다는 믿음이 이 시대 절실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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