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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갈 때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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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2월 05일 (월) 02:27:35 [조회수 :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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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서 카지노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몇백만 원을 땄어요. 그 이후로 계속 생각이 나면서 카지노의 기계 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려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그곳에 들어가면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가요. 돈을 따면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요. 화려한 공간에서 제일 능력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고 이걸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죠. 한 방이면 되는데 회사생활을 뭣하러 하나 답답하고 한심하게 생각됩니다.”

가끔 중독의 문제로 상담실을 찾는 내담자들과 그 가족들이 있는데 알코올 문제가 대부분이고 행위중독, 즉 도박이나 인터넷 게임 등과 같은 문제를 안고 찾아온다. 심각한 중독이 있는 경우 상담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워 중독전문병원이나 전문기관으로 안내를 하곤 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활발하게 사용되기 전에는 특정한 장소를 찾아가서 도박을 해야했기에 도박중독에 근접성이라는 요인이 있었는데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도박에 빠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고 그만큼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각성해야 할 요인 중 하나이다.

위의 사례자가 말해주듯이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은 사고가 왜곡되고 현실도피와 현실감각이 마비된다는 특징을 보인다. 도박으로 인해 본인과 가족, 대인관계의 갈등과 재정적, 사회적, 법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로 도박행위를 조절하지 못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의 한계를 넘어서도 자제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도박을 하게 된다. 통제하지 못하는 병적인 상태에 이르게 되면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재정적인 파탄은 물론 사회부적응, 가족관계의 붕괴, 사회적 범죄 증가, 우울을 비롯한 정신건강 상의 문제를 야기하고 극단적으로는 자살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도박 문제는 ‘도박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빈번하게 쓰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치료적 개입이 있어도 대상자의 약 70~90%가 1년 이내에 재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회교육, 학교교육 등을 통한 예방적 접근으로 대처해야만 하고 재발 예방은 회복에 초점을 맞춘 개인과 가족의 탄력성 향상, 사회적 지지, 도박환경의 구조적 개선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극을 추구하는 인간의 특성상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도 의지의 한계점을 넘어서는 환경에 자주 노출되면 그만큼 중독의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독전문가들은 ‘지연 보상’을 강화하고 훈련하기를 요청한다. 즉각적인 자극으로 보상을 추구하는 것을 멈추고 나중에 보상이 오더라도 참고 인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족들의 인내도 함께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중독에는 동반 의존이 있기 마련이다. 중독행위자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져 가족들의 감정과 생각, 일과와 일상까지도 중독행위자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다. 재정적인 문제를 비롯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족들이 즉각 해결해 주는 양상이 지속되면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본인이 책임지도록 하면서 가족들은 자신의 삶에 집중해야 한다. 중독당사자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건강한 방향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중독에 빠진 가족을 도울 수 있다.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으나 넘어지더라도 일어나고 또다시 넘어지면 또다시 일어나는 오뚜기 같은 굳은 마음으로 자신을 격려하며 걸어갈 때 언젠가는 변화의 지점에 서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고 넘어지는 자신을 격려하며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찬찬히 주위를 돌아보면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손닿을 곳에 나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것들이 그득히 놓여있다. 작고 약한 봄기운이 생명력을 보여주고 일상에서 주고받는 눈웃음과 격려가 삶을 움직이는 힘이 되고 한 번씩 건네는 따뜻한 인사가 나를, 그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모른다. 이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 삶의 긍정적인 기억으로 자리할 때 추운 겨울을 물리치고 봄의 문이 열리는 오늘을 맞듯이, 중독자의 삶에도 자연스럽게 변화의 봄이 찾아올 것이다.

김화순 소장∥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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