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 존 힐(이후경 역), 컬처룩, 2014)

얼마전 인터넷판 한겨레를 읽다가 켄 로치 감독 은퇴작 <나의 올드 오크> 관련 기사를 읽었다. 켄 로치는 참 좋아하는 영화감독이다. 그의 주요 작품은 거의 다 봤다고 자부한다. 켄 로치의 시선은, 스페인 내전을 다룬 <랜드 앤 프리덤>과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탁월하게 묘사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이후 특별히 신자유주의 시대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향하고 있다. 켄 로치 영화에 곧잘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이나 당사자가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87세 켄 로치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나의 올드 오크>다. 마지막 작품 역시 감독의 문제의식은 여전하다. 퇴락한 폐광 지대 주민들과 시리아 난민들이 어떻게 처음의 거부감과 혐오를 극복하고 이웃이 되어가는 지를 그리고 있다. 은퇴를 앞둔 노감독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켄 로치는 1936년 6월 17일 영국 워릭셔 주 넌이턴 시의 노동 계급 집안에서 태어나 영국 공군에 징집되어 군 복무를 마친 뒤 옥스퍼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드라마학회 활동을 계기로 졸업 후 법조계 대신 연극계로 뛰어들었다. 1963년 8월 BBC에 텔레비전 감독 교육생으로 들어가 1964년 <Z 카> 시리즈의 3편을 연출하면서 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전통적인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파괴한 <업 더 정션>, <커밍아웃 파티> 등의 텔레비전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작품들은 미학적, 정치적으로 큰 논쟁을 불러왔지만, 1960년대와 1970년대 BBC는 켄 로치에게 영화 산업 내에서 허용되지 않는 창의적 실험의 토대를 제공했다. BBC를 나온 다음에는 극장용 영화, 픽션과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거의 매해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200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앤젤스 셰어>로 2012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존 힐의 <켄 로치>는 텔레비전에서 시작해 영화로 옮겨 온 켄 로치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면서 그 작품들이 초래한 정치적, 미학적 논쟁에 대해 살펴본다. 일부 비평가들은 켄 로치의 작품에서 미학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을 구별해 다루기도 하지만, 그것은 켄 로치가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기피한 방식일 뿐 아니라 그의 작품의 내적 세계를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는 방법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켄 로치에 대한 종합적 안내서로써 그의 작품들이 가진 사회적 맥락, 제도적 배경, 형식적 테크닉, 정치적 신념에 대한 분석을 포괄하고 있다. 켄 로치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뿐 아니라 그의 작품을 둘러싼 논쟁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 없이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켄 로치로 인해 ‘정치적 영화’의 스펙트럼이 크게 확장됐으며, 그를 통해 ‘정치와 미학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안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평생 정치적 급진주의라는 입장을 잃지 않았던 그는 최근 영화들에서도 자신이 여전히 사회적 정의에 목말라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켄 로치는 <나의 올드 오크>의 칸영화제 공식 상영 직후 무대인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싸워야 합니다. 계속 싸우다 보면 결국은 승리하게 될 겁니다!.”

진광수 목사 (바나바평화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