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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노래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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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2월 03일 (토) 00:29:25
최종편집 : 2024년 02월 03일 (토) 04:05:17 [조회수 : 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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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청계천을 따라 한 시간 여를 걸어 동묘 앞 기독교 서점을 찾았습니다. 주중에 신문 기사를 보고 미리 주문해 두었던 책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책은 예수전도단의 설립자이신 오대원(David E. Ross) 목사님이 쓰신 ‘종의 마음’이었습니다. 힘차고 맑게 흐르는 청계천을 따라 걸을수록, 책에 더 다가갈수록 제 마음은 더 떨려 왔습니다.  

신문 인터뷰에서 오 목사님은 “누군가는 권력자의 종으로 살고 있으며 누군가는 명예 돈 이성 등 세속적 가치에 얽매인 종으로 살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의 종이 된다면 삶이 기쁨으로 가득 찰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순복과 자원함으로 하나님의 종이 될 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목사님은 그의 삶으로 묵묵히, 여전히 힘 있게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1961년에 한국 땅을 밟은 후 목사님은 대학생 선교 사역을 섬겼고 지금은 아흔 살을 눈앞에 둔 나이임에도 한반도 통일과 북한선교를 위한 사역에 힘쓰고 계십니다. 

한국교회에서는 ‘종’이란 말이 본래의 뜻을 잃어버린 채 목회자들만의 은어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오대원 목사님이 몸소 보여 주신 삶과 책에서 그가 이야기 한 ‘종의 마음’을 생각하니 서슴없이 스스로를 ‘종’이라 부르면서도 정작 교회와 교단과 사역과 삶에서는 서로 주인 노릇 하기에 급급해 하며 정작 ‘주님의 종’이 아닌 ‘물질과 권력의 종’으로 살고 있는 저를 포함한 이 땅의 목사들이 하염없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이사야에는 네 개의 ‘종의 노래’가 있는데 그중에서 두 번째 종의 노래는 이사야 49장 1절~6절에 실려 있습니다. 그 두 번째 종의 노래에서 하나님의 종은 이방의 빛이 되어 하나님의 구원을 땅 끝까지 이르게 함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나의 종이요 내 영광을 네 속에 나타낼 이스라엘이라 하셨느니라(사 49:3) ...또 너를 이방의 빛으로 삼아 나의 구원을 베풀어서 땅 끝까지 이르게 하리라(사 49:6)’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눈으로 볼 때 ‘종’이란 이름에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엉기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사야에서 ‘종’은 노예와 같이 종속적이고 수동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격적이고 능동적인 관계의 동역자를 의미합니다. 비근한 예로 첫 번째 종의 노래가 실린 이사야 42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내가 붙드는 나의 종, 내 마음에 기뻐하는 자 곧 내가 택한 사람을 보라 내가 나의 영을 그에게 주었은즉 그가 이방에 정의를 베풀리라(사 42:1)’

이것이 누군가를 ‘종’이라 부르실 때 그를 향하여 품고 계시는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고대 사회에서 ‘종’은 누군가의 가장 귀한 소유였고 왕은 그의 오른팔과 같은 고관들을 ‘종’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아브라함도 자신의 종인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에게 가업을 물려주고자 했을 정도로 종은 주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친밀한 호칭이었습니다. 

이사야에서 종은 선지자 자신을 의미하며 하나님의 구속 역사에 쓰임 받는 이스라엘 전체를 칭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여호와의 종은 오실 메시아에 대한 해석으로 확장되었고 예수님이 오시기 전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이사야 선지자가 노래한 ‘하나님의 종’에 관한 구절들을 하늘의 동아줄 마냥 붙들면서 메시아를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누가복음 2장의 시므온이 그 대표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메시아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어느새 할아버지가 된 시므온은 품에 안은 아기 예수를 감격의 눈으로 바라보며 하나님을 찬송합니다. 그의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가 눈앞에 선합니다. 그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이방을 비추는 빛이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이니이다(눅 2:32).” 

그 감격의 와중에도 시므온 할아버지는 앞서 인용했던 두 번째 종의 노래인 이사야 49장의 말씀을 그대로 인용하여 노래하고 있습니다. 시므온이 메시아를 기다리면서 얼마나 간절히 이사야의 종의 노래를 붙들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게 신약 시대의 교회는 이사야가 예언한 ‘하나님의 종’이 바로 나사렛 예수이심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사도들은 ‘하나님의의 종’의 의미를 한층 더 확장 시켰습니다. 사도행전 13장에서 바울과 바나바는 이방 선교를 시작하면서 ‘종의 노래’를 인용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주께서 이같이 우리에게 명하시되 내가 너를 이방의 빛으로 삼아 너로 땅 끝까지 구원하게 하리라 하셨느니라 하니(행 13:47)’

바울과 바나바의 이 고백은 땅 끝까지 이르게 될 구원 역사를 위해 이방의 빛이 되어 섬기는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이어나가는 ‘하나님의 종’이라는 의미입니다. 메시아를 기다리고 메시아를 만나고 메시아의 사역을 이어가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하나님의 종’입니다. 

메시아를 기다리고 메사아를 만났으며 메시아를 노래했던 시므온 역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종’이라 부르며 이렇게 말합니다. ‘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 주시는도다(눅 2:29)’ 이것이야말로 ‘종의 노래’였습니다. ‘평안히 놓아 주시는도다’라는 표현은 ‘나는 만족 합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라는 뜻이며 ‘이제 온전히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므온은 그토록 오랫동안 간절히 메시아를 기다렸었지만 이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새롭게 메시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시로 시므온의 마음으로 참된 예배 후에, 깊은 묵상 후에, 친밀한 기도 후에, 뜨거운 찬양 후에, 은혜의 모임 후에 그가 불렀던 ‘종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회 전통에서는 4세기 이래로  ‘시므온의 노래’ 혹은 ‘Nunc Dimittis/눈크 디미티스’를 저녁기도나 밤 기도의 마지막에 불렀습니다. 기독교인에게 있어 모든 영적인 감동은 메시아이신 예수를 다시금 만나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메시아 아기 예수를 품에 안은 우리는 시므온처럼 온전한 만족을 누리고 새로운 보냄을 받는 가운데 그 복된 순간을 갈무리 하며 ‘Nunc Dimittis’를 부릅니다. 

하인리히 쉬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등 많은 작곡가들이 이 노래에 음악을 입혔지만 가장 편안하게 부르며 그 감동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떼제 공동체의 노래입니다. 다만 원문의 가사 순서를 잘 살리고 우리말 가사가 선율과 잘 어울리도록 새롭게 번역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떼제 공동체가 그러하듯 원어 가사인 라틴어로 부르시는 것을 권합니다. 라틴어 가사는 너무나 쉽습니다. 처음에 영어를 배웠을 때 실수 했던 그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발음이 틀려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만 알고 부르시면 됩니다.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혹은 감동적인 예배나 깊은 기도를 드린 후에 이 ‘종의 노래’를 여러 번 불러 보시기 바랍니다. 메시아를 만난 영혼을 위한 아름다운 후주(postlude)가 되어 줄 것입니다.  

   
 
   
 


조진호

https://youtu.be/SRjSiduxioM?si=dGNG-wEDTMBtEh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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