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장기려 

(<장기려 평전>(사람을 사람으로 대했던 의사), 지강유철, 꽂자리, 2023)

내가 장기려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언제였을까? 시작은 모르겠지만 ‘그 사람, 장기려’ 책을 알게 된 것은 한겨레 신문에 나온 책소개 글을 통해서였다. 신문의 거의 한 면에 걸쳐 소개 된 책과 그 분에 대한 설명은 나로 하여금 책을 사서 보게 하였을 뿐 아니라 책 지은이인 지강유철 전도사님의 ‘유철닷컴’이란 웹사이트까지 인도하였고, 이후 가끔씩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석을 하며 다방면의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는 이웃 동네에 사는 사람도 있어 현재까지도 이렇게, 저렇게 관계를 가지고 있다. 장기려 선생님 덕분이구나 싶다.

‘장기려 평전‘은 ’그 사람, 장기려‘ (2007년)의 개정판이다. 단순히 개정판이라고 말하기에는 저자가 기울인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한가득이라 많은 분량이 늘어나 있고 다시 고증된 내용들로 인해 새로운 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초판 읽을 때도 그랬지만 개정판을 읽을 때에는 더욱 저자가 내용을 수정하고 또 덧붙이면서 얼마나 마음을 다해 진실되고 또 성실히 객관적인 사실들을 찾아가며 글을 썼는지 그 정성스러움이 묻어나오는 듯 하다.

장기려 선생님에 대한 것은 이미 소설 및 아동 전기류의 책 뿐 아니라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심지어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공연이 되었고 부산 초량동에는 장기려 기념관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은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장기려 평전’에서는 일제 시기와 해방 그리고 또 분단의 역사를 몸으로 겪으며 그 안에서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그 분의 모습을 세밀하게 볼 수가 있다.

잠시 책에서 나온 이만열 교수님의 칼럼의 글을 인용해 본다.

“그 분은 이렇게 북에 있는 자신의 가족들을 늘 생각하면서 민족의 아픔을 짊어지고 있었지만, 통일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좀처럼 표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때에는 시대적인 분위기와는 관계없이 과감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1990면 문익환 목사의 방북운동으로 공안정국이 조성되고 있을 때였다. 기독교계에서 문목사에 대하여 심한 돌팔매질을 하고 있을 때, 장박사님은 평소에 조용한 모습과는 달리 이 시대의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발하였다. 그때 나는 장 박사님의 기고문을 읽으면서, 이것이야말로 가족들의 아픔을 통해 민족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고 있던 한 선각자의 경건한 신앙고백이요, 가슴 뭉클케하는 뜨거움과 강렬한 호소력을 지닌 것이라고 느꼈다.” (책, 694쪽)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나 한사람의 특권을 누릴 수 없다고 하며 다른 이산 가족들과 함께 만나려고 기다리다가 끝내는 이 세상에서는 다시 만나지 못한 북에 있는 부인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 마음에 간직하였던 이야기, 엎치락 뒷치락 말도 많았고 이 후에 고신측에서 역사바로세우기란 주장으로 한국 기독교사에서 – 아마도 보수교단의 장로로 있었던 장기려 선생님이 나중에는 기존 교회를 나와 ‘종들의 모임’이란 곳에서 신앙생활을 해서일까? - 이름을 지우고 싶어 했던 가난한 자들을 위해 세운 ‘복음병원’ 이야기, 우리나라 의료 보험의 초석이 되었던 ‘청십자 의료보험’을 시작하고 또 해산하게 된 과정 중 힘들었던 이야기 등등 많은 이야기들을 만나며 우리 시대를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작년에 책이 출판되면서 여기 저기서 북토크가 진행되었고 그 중 하나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열려 반가운 마음에 냉큼 달려가 참석하였다. 작은 교회에서의 모임이었는데, 북토크를 통해 ‘작은 공동체’(지속했던 20년 동안 거의 인원이 불어나지 않았던!)인 ‘부산 모임’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어 꾸준히 참석하시고 또, 300명 정도에게 전달되었던 소식지 [부산 모임]에 성의를 다하여 글을 쓰셨던 장기려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마치 북토크가 진행되었던 작고 건강한 교회에 메시지를 남기신 듯 하였다. 숫자와 크기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책이 좀 두껍기는 하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구석구석 들여다보면 볼수록 자꾸 내게 말을 걸어 온다. 그래서 아는 분들에게 선물해 주고 싶고 또 소개하고 싶다.

   ‘장기려의 일기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부턴가 하찮게 보이던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책 414쪽)

조주희 (회사원/색동교회 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