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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하여 행복하기로쁘리야 4
이강무  |  lkmlh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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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년 01월 22일 (월) 11:21:01
최종편집 : 2024년 01월 22일 (월) 11:36:47 [조회수 :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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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을 받아 들고 기뻐하는 쁘리야

     

     “당신은 당장이라도 건강하다고 느낄 수 있다. 풍요롭다고도 느낄 수 있다. 자신을 둘러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주변에 사랑이 없을지라도, 이렇게 하면 우주가 당신의 노래에 감응한다. 우주는 그 노래에 담긴 감정에 반응하여 그에 맞는 일이 현실에 나타나게 할 것이다.” -마이클 버나드 백위스

 

     그날 아침 쁘리야는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다 묻지도 않은 나에게 웃으며 이런 말을 했다.

     “우리 가정은 비록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이에요.”

     엄마도 없이 동생을 셋이나 거두며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마치 인생의 생사고락을 모두 체험해 본 어른 같은 말을 하였다. 자기에게 닥친 불행을 곧 잊어버리고 현실에 충실하며 미래의 행복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어린 쁘리야가 정말로 대견하고 어른스럽다. 엄마와의 영이별을 겪으며 스스로 어른스러워진 모양이다. 아니 어른스럽게 살지 않으면 앞으로의 험난한 인생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냥 행복해지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어느 현자가 “행복하기 위하여 사는 것이 아니고, 살기 위하여 행복하다.”라고 한 말처럼 쁘리야는 살기 위하여 행복하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나이만 어리지 그 아이는 작은 어른이었다. 야무진 그 아이는 반드시 자기가 꿈꾸는 대로 행복하게 살 것이다.

     마이나포카리 국립병원에 와서 치유사역을 하면서도 혼자 동생들을 돌보며 굳세게 살아가는 쁘리야가 가끔 생각났다. 뿌리야의 열정적인 정신이 나의 정신을 자극한 것이다. 이른 아침 느닷없이 찾아온 이방인을 정성껏 대접하던 뿌리야의 모습에서 처세술도 배웠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부족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정성껏 베풀면 누구나 감동한다는 점이다. 상대편은 이미 나의 모습을 보고 나에 관하여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 누추한 사실을 감추려 하면 더 천해 보인다. 누추해서 집에 들이지 못하고 부끄러워 대접하지 못하면 나보다 더 나은 사람과는 평생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없다. 복은 관계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처음 만난 쁘리야는 나와 그런 관계를 맺어 나갔다. 나이가 들었다고 배울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세 살배기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고도 깨우치는 게 많다. 인생은 평생 배우며 사는 것이다. 배우기를 그친 사람의 사고력은 항상 과거에 머물러 있을 뿐 새롭게 변화하는 미래를 발맞추어 나가지 못한다. 특히 다가오는 AI(인공지능)시대는 더 그렇다.

     마이나포카리(Maina pokhari)에서 소정의 사역을 모두 마치고 철수할 시간이 되었다. 지난번 같으면 저리곳(Charikot) 고아원으로 돌아가 며칠 묵고 휴식도 취하며 고아원에서 가까운 쁘리야네 집을 다시 방문할 수도 있을 텐데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하겠지만, 이제 더 이상 고아원에 갈 수 없게 되어 마이나포카리에서 바로 카투만두로 갈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쁘리야를 다시 만나기 어렵게 된다. 한국에서 얻어 온 중고 휴대전화기를 누구에게 줄까 생각하며 잘 간직하고 있다가 쁘리야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며칠 전 읍내에 가서 흠집 난 액정보호필름을 벗겨내고 새것으로 갈았더니 휴대폰이 새것처럼 되었다. 전에 사용하던 분이 깨끗하게 잘 사용하셔서 속은 새것이나 다름없다. 이곳 사람들이 감히 살 엄두도 못 내는 삼성 제품이니 어린아이에게 주는 선물로는 이만하며 최고 수준이라고 주위 사람들이 말한다. 카투만두로 돌아가는 길에 일부러 저리곳의 조그만 로지(lodge)에서 일박하며 쁘리야네 집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이나포카리에서 시장님을 비롯하여 시청직원들 그리고 의사들과 병원 직원들이 나를 위하여 성대한 송별식을 치러 주셨다. 송별식은 시청 담당국장의 사회로 의사 대표(Shiva Nath Yadav)와 시장님(Chhabi Lama)의 축사 그리고 나의 답사로 이루어졌다. 시장님은 과분하게도 나에게 목각으로 만든 멋진 수제품 액자에 ‘감사장’을 담아 주시고 의사 대표(Niramika Pathak)는 아름다운 화환을 나의 목에 걸어 주었다. 2개월 전 한국에서 이곳을 방문할 때는 저가 항공기 보다 세배나 비싼 대한항공 왕복 항공권도 보내 주셔서 피곤하지 않게 잘 오게 하셨으며 이곳에 와서는 나의 치유사역을 위해 국립병원의 부속 건물 중 하나를 비워 ‘침구 병동’을 마련해 주시고 나에게 전속 간호사 3명을 붙여 주셔서 치유사역을 잘 이루도록 도와주시었을 뿐만 아니라 시장님이 손님 접대용으로 사용하시는 관사를 나에게 쓰도록 하셨다. 관사에는 주방장과 수행원이 항상 대기하여 나의 식사와 신변안전을 위해 늘 보좌하며 내가 외출할 때 나를 수행해 주도록 배려해 주셨다. 그렇게 잘 대해 주시더니 송별식도 격식을 갖추어서 공무원과 의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성대하게 해 주셨다. 모두 너무 잘 대해 주시니 정말로 떠나기 싫은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고 시장님이 준비해 주신 차를 타고 바로 저리곳으로 향하였다.

     오후에 저리곳에 도착하자마자 비말씨가 예약한 로지(lodge)에 여장을 풀어 놓고 비말씨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깊은 산속의 오솔길을 달려 올라가 쁘리야 집을 찾아갔다. 두 번째로 방문하는 것이다. 쁘리야의 큰아버지만 양지쪽에 쭈그리고 앉아 햇볕을 쬐고 아이들은 아무도 없다. 아이들은 쁘리야와 함께 저리곳 읍내로 자기의 약을 사러 갔단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는 약을 먹지 않으면 즉시 자살충동이 생기는 정신질환자란다. 실은 쁘리야의 모친도 2년 전에 그와 같은 자살 충동으로 자살하였단다. 이곳엔 이상하게도 자살 충동환자가 많은 것 같다. 카투만두에서 만난 나의 첫 번째 환자의 딸 칸차나도 자살 충동환자로 나에게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아마 환경 탓인 것 같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살기가 힘들고 영양분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환경요인들이 자살충동을 일으키는 것 같다. 엄마가 자살로 돌아가시고 난 다음 자기들에게 큰 의지가 되는 큰아버지조차 자살하게 되면 이 아이들이 얼마나 충격받고 외롭고 슬프겠는가! 아마 아이들이 겁이 나서 허겁지겁 읍내로 큰아버지 약을 사러 간 모양이다. 아이들이 언제쯤 돌아오겠는지 물어보니 읍내까지 내려가는 데 1시간 30분, 걸어 올라오는데 2시간 정도 걸리므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단다. 오늘 못 만나면 쁘리야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끌며 기다렸다. 함께 간 비말씨도 그들의 사정을 충분히 알고 나더니 매우 동정하는 마음으로 잘 기다려 준다. 해가 이미 앞산을 넘어갔고 어둠이 오려 할 때쯤 쁘리야가 숨을 몰아쉬며 동생들과 도착하였다. 만나지 못하고 그냥 갈뻔하다가 만나게 되니 무척이나 반갑다. 깜짝쇼로 휴대폰을 선물하니 매우 놀라고 좋아하며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좀 아쉽기는 하지만 해가 떨어지기 전 서둘러 작별 인사를 하였다.

     “내일 아침이면 카투만두로 떠나고 한국에 돌아가면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니 공부 열심히 하여 훌륭한 사람 되거라.”

     쁘리야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다. 고마운 마음과 금방 헤어지기 서운한 감정이 북받쳐 우는 모습이다. 우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가니 그때야 쁘리야가 멀리 언덕에서 큰 목소리로 잘 가시라고 “바이 바이” 하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아이가 전에 했던 말이 다시 생각난다.

 

     “우리 가정은 비록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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