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항도시에서 쓴 희망일지(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이 걸어온 길 130년)

개항도시에서 쓴 희망일지

- 사회복지역사학의 시선 -
 

김범수 교수1)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지난해 9월, 130년의 역사를 기록한 의미 있는 책자 두 권을 발간했다. 책의 제목은 “개항도시에서 쓴 희망일지 Ⅰ권과 Ⅱ권 –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이 걸어온 길 130년”(이하 개항도시)이다.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의 시작은 1949년 4월20일 개관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개항도시 Ⅰ권을 살펴보면 인천기독교사회관의 시작은 1893년에 미국감리교회 여성해외선교회(WFMS)가 개항도시인 제물포에서 서부권 여성들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설립한 베이스캠프를 첫 출발점으로 기록했다. 때문에 13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은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의 출발점을 1893년 제물포에서 시작된 것으로 계산한 연도이다.

 개항도시 Ⅰ권에는 “1. 짠 내 품은 개항도시 인천 제물포 2. 질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3. 교육에 남녀 없다 4. 감리교 여성들이 세운 베이스캠프 5. 우각리 여성들을 위한 공간 6. 식민지 시대가 마주한 빈민과 빈곤 7. 사회사업의 등장과 기독교 사회관 탄생 8. 아동복지와 공중보건의 출발기지”로 구성되어 있다.

 개항도시 Ⅱ권에는 “1. 인천지역 첫 사회관 등장 2. 전쟁 후 다시 문을 열다 3. 리더십의 전환 4. 경제개발 구호 아래에서의 사회복지관 5.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성장하다 6. IMF 경제위기와 사회복지관 이전 7. 서구지역 첫 사회복지관으로 새롭게 서다 8. 기능 다변화와 다양화 9. 코로나 19 위기를 넘어”로 목차가 구성되어 있다.

 개항도시 Ⅰ권과 Ⅱ권의 큰 흐름만 살펴보아도 금방 관심이 가고 읽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게 된다. 막상 서평을 작성하기 위해 ‘개항도시에서 쓴 희망일지’를 탐독하면서 한편의 다큐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잘쓴 글이란 책을 읽으면서 글의 내용이 그대로 그림으로 상상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각 권당 300여 페이지로 130여년의 역사를 담아낸 기록서이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으면서 아골 골짜기와도 같았던 인천의 발전해 가는 모습이 그대로 상상이 됐다.

 필자가 가장 궁금했던 사항은 1893년 제물포에 서부권 여성들을 위한 베이스캠프는 어떠한 형태로 설립된 모습이었을까. 초가집, 기와집, 임시 천막으로 지어진 캠프였을까. 또한 당시 마을의 주택, 공동우물, 도로는 어떠한 모습을 띠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개항도시는 1893년 제물포에서 시작된 베이스캠프를 시작으로, 1905년 설립된 감리교여성선교센터 갬블관, 1949년 인천기독교사회관으로 재탄생하기까지 숨 막혔던 역사의 흔적들을 잘 담아냈다. 그리고 갬블관의 건축물(개항도시 Ⅰ권, 2023:96)은 세계 최초의 사회관(인보관)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영국의 토인비 홀이 연상됐다.
 또한 개항도시 Ⅰ권에서는 그동안 한국학자들에 의해 발굴되지 않은 많은 미국의 사료(史料)들을 수집 읽고 분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발간된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이 걸어온 길 130년의 “개항도시에서 쓴 희망일지” 는 매우 의미가 큰 사료라고 할 수 있다. 역사기록서의 서평을 하는 사회복지역사학자의 입장에서 앞으로 10년 후 140년사, 또는 20년 후 150년사의 역사서가 발간될 때 보완이 되면 좋은 제안 세 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13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의 걸어온 길을 읽어본 후 1921년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관(인보관)이라 불리고 있는 태화사회관(태화여자관)의 기록은 과연 타당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2017년 한국사회복지사협회 50년사를 기록할 때였다. 그때 까지만 해도 한국 최초의 고아원(현 아동복지시설)은 누구에 의해 설립된 시설인지 의견이 다양했다. 그때 50년사 기록위원회에서 몇 차례 논의를 하던 가운데 다음과 같은 의견으로 모아졌다. 종합된 의견은 “사회복지시설로써 최초의 고아원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1)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시설(장소)이 있었는지 2) 지속적으로 고아들을 돌볼 수 있는 인력이 있었는지 3) 양육에 필요한 사업내용이 있었는지 4) 정기적으로 재정지원이 되고 있었는지 등, 네가지 요소가 구비되어 있는 시설이었을 때 최초의 고아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당시 2017년까지 수집된 사료(史料)를 중심으로 1791년(정조 15) 천주교 탄압으로 시작된 박해시대에 1885년 프랑스 신부들에 의해 설립된 천주교 고아원(초대원장 블랑 : Blanc)이 한국 최초의 고아원(아동복지시설)이라고 기록2)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1893년 제물포에서 시작된 베이스캠프나 1905년 인천의 역사를 품고 있는 사회사업 1번지로 일컬어지고 있는 감리교여성선교센터 갬블관을 다시 한 번 조명해보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관(인보관)을 다시 한 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개항도시 Ⅰ권에 나와 있는 기록만 보아도 앞에서 제시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관(인보관)의 4대 항목 시설, 인력, 사업내용, 재정이 충분히 지원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앞에서 제기한 쟁점을 중심으로 역사학회 학술세미나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는 13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개항도시’에 수록된 가장 기여한 인물 2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조사 기록되었으면 한다. 특히 1905년 우각리 42번지 야트막한 언덕에 이국적인 서양식 2층 건물 갬블관을 설립한 갬블(Mary Gamble)에 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개항도시 Ⅰ권 pp.32~33, pp.95~97에도 일부 기록이 되었다. 그러나 갬블은 어떻게 한국에 파견되었는지, 그의 성장배경, 학교배경, 인천에 와서 갬블관을 설립하게 된 동기와 다양한 사회적배경과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의 인물사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개항도시 Ⅱ권 pp.20~29에서, 1949년 인천기독교사회관의 초대관장으로 기록된 헬렌 보일스(Helen Boyles)에 관한 인물사도 좀 더 구체적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참고로 1884년 세계 최초의 사회관(인보관)인 영국의 토인비 홀(Toynbee Hall)을 설립한 바네트(Samuel Barnett) 목사나 1889년 미국의 헐하우스3)를 설립한 제인 아담스(Jane Adams)에 관한 인물사 연구도 많이 되어 있는 편이다. 앞으로 초창기 인천사회복지관의 두 인물 갬블과 헬렌 보일스에 대한 인물사 연구가 보다 심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셋째는 개항도시에서 쓴 희망일지 Ⅰ권과 Ⅱ권의 역사기록서를 아카이브(archive) 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개항도시’는 초창기의 귀중한 사진 자료가 수록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를 편집하면서 수록되지 못한 많은 사진 자료도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자료들을 다시 한 번 사진과 PPT 형식으로 요약하고 정리된 130년의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의 역사가 아카이브(유튜브 포함)로 만들어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접속되기를 기원한다.

 출판된 역사서는 오프라인 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문의 : 032-568-3270), 온라인 교보문고, 예스24, 갓피플몰, 알라딘에서 구매 가능하다.

1) 전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한국사회복지역사학회 1~2대 회장
2) 김범수(2017), “제1부 사회복지사 실천의 역사”,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한국사회복지사협회 50년사」.
3) 김범수• 신원우(2023), 「지역사회복지론」, 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