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재의 의미>, 에드워드 윌슨, 이한음, 사이언스북스, 2014)

나는 있다. 내가 있으려면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내가 있음은 박제(剝製)된 상태가 아니다.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연속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의 시간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에서 미래로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 인간 존재에게 주어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에드워드 윌슨의 책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다.

존재의 의미는 ‘살아가는 이유’를 묻는 표현이다. 윌슨은 의미를 두 가지로 분석한다. 인간 존재에는 설계자의 의도(목적)이 있다는 인문학(종교)적 관점과 우연이란 사건들의 결과라는 과학(진화론)적 관점이다. 설계자의 의도가 있다는 관점은 답을 제시한다. 하지만 존재를 사건으로 보면 의미를 거슬러 추적한다. 전자를 연역적, 후자를 귀납적이라 할 수 있다.

수수께끼와 같은 존재의 의미를 추적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인간은 존재란 결과의 원인을 신으로 상정한다. 윌슨은 이런 종교적 해답을 비판적으로 본다. 믿음을 토대로 한 유일신 사상은 종교란 옷 뒤에 숨은 부족주의(전체주의)로 구별짓기란 폭력으로 선한 사람들에게 나쁜 짓을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종교적 맹신을 이렇게 평가한다.

“믿음은 부족의 성공을 통해 벼려지고, 부족은 다른 부족들과 경쟁할 때 믿음을 통해 단결하며, 부족 내에서 내부의 지지를 받기 위해 믿음을 조작하는데 가장 뛰어난 구성원들에게는 그 믿음이 성공의 열쇠가 된다.”

인간은 왜 소속감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고 할까? 윌슨은 이렇게 말한다.

“집단 내에서의 이기적인 행동은 개체에게 경쟁 이점을 제공하지만, 일반적으로 집단 전체에는 피해를 입힌다. 개체 수준의 선택과 정반대로 작용하는 것이 집단 선택이다. 개체가 협력적이고 이타적일 때 그에 상응해 다른 구성원들과 경쟁할 때의 이점은 줄어들지만 집단 전체의 생존율과 번식률은 높아진다.”

각자도생보다 상호협력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집단에 소속되려 하고 인간은 생존을 위해 타인과 집단 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평판에 따라 처신하기 위해 언어가 발달하게 되었고 소통과 기억을 위한 뇌의 용적량이 진화 과정에서 늘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는 앞에서 생존을 위한 협력과 경쟁 속에 있다. 이 모든 과정에는 숙명적 목적론에 묶여있지 않고 자유의지의 선택 가운데 있다. 무엇을 선택하고 의지를 발현했느냐가 현존재의 의미를 결정한다고 윌슨은 말한다.

세네카는 종교가 보통 사람에게는 진리이고, 현명한 사람에게는 거짓이며, 통치자에게는 유용한 것이라고 했다. 영성적 종교는 세상을 치유하고 변화시키지만 교리라는 박제 속에 갇혀있을 때는 종족주의란 그늘 속에 자신만 옳고 타인을 악마화시키곤 한다. 참된 인간 존재의 의미는 우연과 필연이란 자연법칙 속에 자신과 시대를 바르게 이해하는 가운데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연과 필연으로 버무려진 현실의 문제 앞에 저자는 공존을 위한 용기와 연대를 독려한다. 

윌슨은 죽은 종교를 비판하지 종교의 영성적 측면을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하고 싶다. 기독교 영성은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악인과 선인에게 똑같이 비를 내리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온전함을 닮아가는 삶이다. 그런 측면에서 함께 거주하는 지구별이 파괴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인간 존재의 의미가 아닐까?

이원영 목사 (예장통합총회농촌선교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