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저, 문학과 지성사, 2009

   <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 나환자들 치료를 위한 병원장으로 취임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1부는 이상욱 보건과장, 2부는 조백헌, 3부는 신문기자 이종태의 시선으로 줄거리를 이어간다. 무엇보다 오미도 간척사업을 기반으로 갈등과 화해, 그리고 진정한 천국 건설에 대한 생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소설 첫 부분에서도 지적되듯 이상욱은 병원장마다 동상을 세우는 일에 몰두한다는 생각 때문에 병원장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또 하나의 우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염려로 병원장이 섬을 떠나게 한다. 하지만 병원장은 민간인으로 다시 돌아와서 그의 바람대로 천국을 이루어가도록 애쓴다. 

   책의 주제나 글에서 읽을 수 있는 저자의 감수성이나 복합적인 시선처리 등은 소설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집중하게 하고, 흥미를 돋운다. 특별히 우리에게 잊힌 사람들, 잊힌 사건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천국건설이라는 사상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점에서 이 소설은 참으로 시대를 앞선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 이청준은 70년대 출판한 책의 개정판을 꾸미며, “당신들의 천국”이 “우리들의 천국”으로 바뀌어 불릴 때가 오기를 소망했고, 거침없이 행복하게 바꿔 불러도 좋은 때가 온 것인가의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질문은 초판으로부터 40년, 개정판은 30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도 답해져야 한다. 여전히 개발위주의 사고를 가지고 있고, 또한 그것이 우리 모두의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들을 위한 사업이었음이 드러나는 현실은 우리에게 여전히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오늘 우리가 무엇을 위하여 살고 있고, 각자의 삶에 감춰진 과거는 무엇이며, 또한 남을 위하여, 사람들을 위하여, 세상을 위하여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당신들의 천국이 우리들의 천국으로 변할 그 날을 다시 한 번 꿈꾸도록 만드는 가운데, 무엇보다 그러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공동운명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도록 한다. 시대를 앞선 글, 현실을 인식하고 파악하고 분석하고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준 글을 통해 나 자신이 사람들에게 천국의 길을 가르쳐주고 그 길로 인도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묻고 살피게 된다.  
           
이신성 목사(광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