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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차별과 다양성 사이의 아이들>,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다양성은 좋은 거 아냐? 학교에서는 그렇게 배웠는데?”
“맞아.”
“그럼 왜 다양성 때문에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거야?”
“원래 다양성이 있으면 매사 번거롭고, 싸움이나 충돌이 끊이지 않는 법이야. 다양성이 없는 게 편하긴 하지.”
“편하지도 않은데 왜 다양성이 좋다고 하는 거야?”
“편하려고만 하면, 무지한 사람이 되니까.”¹
아들이 집 근처의 공립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로, 저자 미카코의 가족에게는 과제가 끊이지 않는다. 학업과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그 사회의 축소판이라 했던가. 다양한 가치와 갈등이 가공되지 않은 날 것으로 혼재하는 학교라는 환경 속에서, 아들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면면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블랙시트 이후, 영국 어느 지역의 공립 중학교를 다니는 저자의 아들은 “EU 탈퇴파와 잔류파, 이주민과 영국인, 계급의 상하, 빈부의 격차, 고령층과 청년층, 이주민 사이의 수많은 층위 등 온갖 분열과 대립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영국”²의 모습을 직면하고 온 몸으로 부딪히는 중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한 브래디 미카코가 아들과 그 친구들의 중학교 생활을 지켜보며, 아니, 그들의 삶과 시선에 함께하면서 자신에게도 찾아온 과제를 고민하고 풀어내며 적은 글이다. 수필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쉽게 읽히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내 옆에 앉은 이가 나를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조롱한다면, 같은 반 친구가 국민임대주택에 산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계급을 뚜렷하게 나누어버린 행사에서 불편함을 느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면,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인해 급식을 못 먹고 교복을 못 입는 친구들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종교와 성적 지향으로 인해 조롱당하는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시아인을 차별하는 동유럽 출신 학생을 두고 ‘못 배운 동유럽인들’이라고 말하는 백인 유럽인의 발언은 온당한가. 인종차별과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지인이 SNS에서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면 그것은 옳은 것인가.
저자가 적어 내려간 에피소드들은 특정한 시기와 지역에서 경험하는 일이지만, 개인의 경험으로만 치부될 수 없는 전 영국 사회가 마주하는 현상이고 바다 건너 현재 한국 사회가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층 복잡해진 차별의 문제, 뒷전으로 내몰린 빈곤과 노동문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견해, 젠더와 다양성에 대한 견해, 세대 간의 차이 등이다. 언뜻 들어도 풀어나가기에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한 어려운 문제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고단함을 이유로 위와 같은 이슈들을 뒤로 잠시 미뤄두곤 한다. 나와 비슷비슷한 사람들로 주변인을 구성하고 골치 아픈 사회 문제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한다. 더 나아가 어떤 나라, 어떤 지역, 어떤 공동체에서는 아예 다양성을 말살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단일한 신념, 통일된 모습을 지향하며 사회에서 발견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다양한 가치들이 제각각 자기 목소리를 내었기 때문이고, 그것을 없애면 사회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 여긴다. 과연 그러한가?
미카코와 그의 가족은 이 책을 통해 무엇이 맞고 틀린지 독자에게 설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사회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성실하게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고민을 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들이 풀어가야 할 과제를 해내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다양성이 불러일으키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을 말살하려는 시도’에 동조하거나 그 편에 서지 않고, 모두와 더불어 대화하고 상처입고 또 치유하며 성장하기를 택한다. 우리 모습은 어떠한가. 익숙하고 편한 자리에 머무르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상을 향해 눈 감으려 하지는 않았을까.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였던 이들은 책의 말미에서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그린… 일단 지금은.’으로 변화한다. 그 사이에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을까. 어떤 대화와 고민의 과정이 있었을까. 이 책을 통해 그 변화의 과정을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정유은 (꿈이있는교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