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용산역 동인천행 승강장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은

옛날 방송국에 있을 때의 직장 동료와

역시 방송인인 현식(동생)군을 합해 5명

용산역 구내는 낯설고 차가운 바람만 웅성거린다.

오랜만이다.

이윤하씨는 지난해 척추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후

처음 보지만 얼굴이 훤해 보기에 좋다.

우리 집안과도 관련이 있는 사돈의 팔촌이라

4년 간 방송문화연구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안

형제같이 지냈던 사이.

그런데, 현식군의 별명이 헤밍웨이란다.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에서 얻어지는 별명이겠지만

같은 별명이라도 헤밍웨이라니 듣기에 좋다.

그 헤밍웨이가 우리를 연안부두로 데리고 갔다.

역시 헤밍웨이는 바다를 좋아하는 모양.

너무 바람이 세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연안부두는 서해도서를 오가는 여객선의 출발지라서

우렁찬 뱃고동소리도 들릴 법한데

고동소리는 고사하고 쌩쌩 바람소리만 귓전을 스치니 원.....

점심시간이 훨씬 넘은 시각인데도 식당에 사람이 붐비고

차려진 음식은 보기에 좋고 먹기에 좋다.

요즘 연일 잘 먹고 지내는 바람에 은근히 염치가 없다.

어제도 정희 환영파티에 잘 먹고

오늘도 잘 먹으니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그저 미안하다.

호사를 누리는 것도 죄인듯 하여.....

주인아저씨는 광어회를 한접시를 더 가지고 오면서

"광어회 잘 잡숫네요"하면서 후한 인심을 보인다.

그 광어회는 내가 다 먹었다.

부드럽고 구수하면서 가시가 없어 그것만 먹었다.

요즘 회를 먹고싶다는 생각을 했더니

연일 회를 먹을 기회를 가져 생각조차 조심할 일이다.

자~

내일부터는 김치 한가지에 밥 한공기도 감사하며 먹어야지.

점심에 먹은 게 꺼지지 않아

저녁은 사과쥬스에 배지밀과 우유만 마셨다.

어제도 오늘도.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도 행복인데 

더하여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니 더욱 행복하다.

어느 날,

야생화를 보러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풍도에 갈 것이다.

인천 앞바다를 다시 한번 뒤돌아보고

오던 길 재촉하며 부지런히 돌아왔다.

오늘은 해가 지면서 공기는 더욱 차갑다.

그래도 헬스클럽은 들렀다 왔으니.

섣달 열나흘달이 진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