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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진광수  |  바나바평화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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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12월 03일 (일) 03:04:56
최종편집 : 2023년 12월 03일 (일) 03:08:26 [조회수 :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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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 Human & Books, 2004)

꽤 오래전 잡지사 기자 노릇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사무실에는 편집 주간을 비롯해 사진에 일가견 있는 인물이 여럿 있었다. 당연히 잡지 표지를 비롯한 모든 사진은 그들 몫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사진의 문외한이었던 본인도 막연히 사진에 대한 동경을 키워갔다. 시간이 흘러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옮겨가던 시절, 필름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때부터  카메라를 손에 잡기 시작했고 사진 실력과는 상관없이 햇수로는 20년 세월이다. 한동안은 사진보다는 사진 찍는 기계, 카메라와 렌즈에 빠져 지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카메라에 단렌즈 하나 물리고 아주 가끔 출사를 나가곤 한다.

김영갑은 사진작가다. 그는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지만,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그곳에 매혹되어 1985년 제주에 정착했다.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사진 작업은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친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사진을 찍을 때면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왔다. 나중에는 카메라를 들지도, 제대로 걷지도 먹지도 못하게 되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루게릭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3년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했지만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사진 전시관을 만들기에 열중했다. 이렇게 하여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미술관이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다. 김영갑은 투병 6년 만인 2005년 5월 29일, 그가 손수 만든 두모악에서 고이 잠들었다. 이제 김영갑은 그가 사랑했던 섬 제주, ‘그 섬에 영원히 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들판과 구름, 억새 등 제주도의 '외로움과 평화'를 카메라에 담았던 故 김영갑의 사진 에세이집이다. 고인이 루게릭 병으로 투병 중이던 2004년에 초판이 나왔고, 2007년 2주기를 맞아 특별판이 출간됐다. 20여 년 전에 제주도에 내려와 병을 앓게 되기까지, 그리고 발병 후 직접 찍은 20여만 장의 필름을 정리해 폐교된 삼달초등학교에 아트 갤러리를 내기까지의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수록돼 있다. 1부 ‘섬에 홀려 사진에 미쳐’에서는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제주도에 스며들어 뿌리내리기까지의 과정과 그의 온 생애를 지배하는 사진, 그리고 그를 사로잡아버린 섬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전에 써둔 글을 정리한 것으로 제주 방언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2부 ‘조금은 더 머물러도 좋을 세상’에서는 예고 없이 찾아온 병마와 힘겹게 싸우며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와병 중에 사진 갤러리를 구상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이젠 끼니를 걱정하지 않는다. 필름값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형편이 좋아졌다. 그런데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없다. 병이 깊어지면서 삼 년째 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다. 끼니 걱정 필름 걱정에 우울해하던 그때를, 지금은 다만 그리워할 뿐이다. 온종일 들녘을 헤매 다니고, 새벽까지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던 춥고 배고팠던 그때가 간절히 그립다.” (27쪽)

진광수 목사 (바나바평화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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