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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 부는 힙한 퀴어바람
요즘 퀴어코드가 대세다. 저 위로, 저 아래로, 저 멀리 나아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계의 경험을 들려준다. 이전에는 서브 컬쳐가 인간의 창의성을 확장했다면, 요즘은 퀴어가 최전선에 서 있다. 프로이드가 무의식을 발견해 인간의 경험을 확장했다면 퀴어는 인간표현의 영역을 확장한다. 퀴어는 침묵에 목소리를 입히는 인권의 문제만이 아니다. 다양성을 확장해 우리들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퀴어가 예술에도, 광고에도, 환경운동에도 접목되는 이유다.
그런데 이상하게 2010년 이후 적지 않은 주류교회가 반동성애 운동에 매달려 있다. 시대착오적이다. 혐오는 정치적 도구다. 특정 집단이 위기에 처할 때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Scape goat)으로 삼아 공공의 적을 만들고 자신들의 연대를 강화하는 시스템이다. 왜 기독교는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지난 11월 16일에 향린교회에서 퀴어신학아카데미(고상균 회장)가 ‘퀴어신학의 새목소리’라는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하였다. 이전에는 주로 외국 서적을 번역해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다. 첫째날, 아이작(한신대 신학대학원)과 이우연(한신대 신학대학원)의 발표를 들었다. 우선 아이작의 발표내용을 정리했다.
퀴어스럽게 성경읽기
세상 고리타분한 사람이 있다면 툭하면 ‘성경’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는 ‘예수 믿으세요’라고 뜬금없이 말하면, 얼른 도망치고 싶다. 그의 레퍼토리는 뻔하다. 뻔한 것은 지적 게으름이다. 창의성은 낯선 시선이다. 그런데 아이작이 성경 읽기를 제안했다. ‘젠더 해체적 구약성서 읽기: 종교개혁에서 포스트모던까지 성서 비평학의 흐름을 바탕으로”라는 알쏭달쏭한 제목으로. 다른 건 몰라도 성서를 퀴어스럽게 읽는 것이 가능할까? 그건 불경한 일이 아닐까?
도그마적 성서관이 일으킨 폭력의 역사
성경에는 부자를 경고하고 가난한 사람을 책임지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구절이 300개가 넘는다. 그러나 기독교는 오랫동안 혐오폭력을 펴는데, 성경을 이용해왔다. 중세 끝날 무렵 300만명의 여성이 처형장으로 끌려갔다. 낮잠을 자도, 일찍 일어나도, 이웃이 마녀라고 불러도 마녀로 처형됬다. 그들의 재산을 몰수해 법관도, 집행자도, 신고자도 배를 불렀다. 이렇게 쉬운 돈벌이를 정당화한 것은 교회였다. 그들은 성경에서 몇 가지 여성 혐오 구절울 찾아냈다.
노예노동으로 부를 축적한 미국 남부 장로교는 달랑 노아의 아들 함이 저주를 받았다는 이야기로 300년동안 노예제도를 지켜냈다. 지금 한국교회는 동성애를 허용하면 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신구약을 통털어 6개의 구절에 매달려 있다. 순교를 결의하듯 똘똘 뭉쳐 자신을 거룩한 방파제라 부르고 있다. 그들은 동성애 조항만큼은 성서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듯하다. 아이작은 성경 읽기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질문한다.
종교개혁,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퀴어의 가능성을 열다.
아이작은 성서가 로마가톨릭 교회가 개최한 회의에 채택되고 승인된 문서라는 점을 환기했다. 정경화과정을 거치며 교회는 성경의 독점권을 갖게 되었다. 민중은 신부가 들려주는 이야기만 들어야 했다. 이런 교회가 천국행 면죄부 판매라는 희대의 사기극을 벌였다. 교회의 권위에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할 때, 이 판을 뒤집은 것이 바로 성경이었다. 마틴루터는 민중들이 독일어로 번역된 성경을 직접 읽게 했고, 민중들은 스스로 하나님의 뜻을 깨닫기 시작했다. 마틴 루터는 모든 이가 하나님의 사제라고 주장했다.
성서에 오류가 있다.
마틴 루터는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솔로몬이 전도서를 썼다는 것을 의심했고, 민족주의 정서가 너무 강한 에스더는 정경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의 정경화 작업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깐깐한 법학자이며 종교개혁자였던 칼빈도 유다서가 정경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계몽주의자들은 성서에 더 많은 질문을 하였다. 리바이던을 썼던 토마스 홉스는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가 아니라 계시를 받은 ’사람들의 기록‘이라고 주장했다. 성경의 우상화를 우려했다.
모순투성이의 성경을 만난 사람들
성경은 조각보처럼 편집된 문서이고, 지역과 시대의 문화적 특성을 드러낸다. 이성의 눈으로 성서를 비평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성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혼란은 오히려 성서 비평학을 태동시켰다고 아이작은 언급했다. “ 왜 예수의 생애를 기록한 4복음서는 서로 다를까? ” “모세가 썼다는 모세 5경에서 어떻게 모세가 죽은 이후까지 묘사할 수 있었을까?” 이러한 질문이 사람들의 신앙을 흔든 것 아니다. 그들은 그 사본을 찾아 더 정확한 의미를 살펴보았다.
사회과학과 만난 성서 비평
20세기 사회 과학이 발달하면서, 성서는 새로운 지평을 맞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 다양한 집단들은 성서를 새롭게 읽기 시작하였고 흑인신학, 해방신학, 여성신학, 민중신학등이 등장하였다. 성서가 독자에게 어떻게 이해되는가가 중요한 방식이다. 퀴어들이 성서를 읽을 때 성서는 다르게 읽힌다. 여성신학자들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것을 의심하고 새로운 상상을 했으며, 퀴어신학자들은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지을 때 ’흙사람, 아담‘을 만들었다는 것에 주목한다. 이후 아담에서 여자가 분리되자 그는 남자가 된다. 하나님을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갖춘 인터섹스로 해석한 것이다.
이성이 무너진 그곳에
이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문자주의‘적 오류에서 벗어나게 했지만, 유럽에 불어닥친 세계 대전은 결국 인간 이성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성적으로 토론하고 합리적으로 결과를 돌출할줄 알았던 사람들은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끈 이성의 광기를 확인하게 되었다. 근대 이성에 대한 회의감에 휩쓸려 올 때, 그들은 다시 중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일까? 이성의 힘으로 새롭게 읽어낸 성경해석은 포기되어야 하는 걸까?
아이작은 해체이론, 포스트모더니즘을 이야기 했다. 이성을 하루아침에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언어‘에 눈을 돌린 소쉬르를 소개했다. 그는 언어가 사물의 본질을 다 담아낼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서구 철학이 언어를 기반으로 주장했던 로고스 중심, 절대 중심주의는 불가능하며, 텍스트의 미완전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았다.
미완성의 텍스트는 해석의 영역으로 남는다. 독자들의 몫이다. 지금 현대 신학에서 가장 왕성한 독자비평이다. 긴 지성의 역사를 횡단하는 발표는 분명한 메시지를 갖고 있었다. 지금 한국교회의 문자주의는 비지성이며 폭력이다. 성경 몇몇구절을 주문처럼 외우며 혐오를 선동하는 사람들은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거룩한 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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