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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동침, 노출하기
박효숙  |  hyosook05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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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11월 16일 (목) 00:23:59
최종편집 : 2023년 11월 17일 (금) 02:08:08 [조회수 : 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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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10분가량 자동차로 가면, 아름다운 호수가 있습니다. 약간 늪지대여서 비나 눈이 온 뒤에는 간혹 신발이 축축해져서 불편하긴 하지만 철마다 이쁜 새들도 놀러 오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을 볼 수 있어 시간 날 때마다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입니다.

어느 날, 편안한 걸음으로 딸아이와 함께 산책을 갔을 때였습니다. 나무에 앉아 있는 빨간 새에 심취하여 고개를 돌린 채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발바닥에 물컹하는 느낌과 함께 딸 아이의 비명이 들렸습니다.

“악~~엄마, 엄마 다리, 뱀, 뱀!”

“어머, 어머, 악~~~”

순간적으로 함께 소리를 지르자, 얼떨결에 밟혀서 다리를 휘감았던 뱀도 놀라 갈대 늪 속으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우리도 ‘걸음아 나 살려라’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와 자동차로 돌아왔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한참을 가슴을 쓸어안고, 놀란 마음을 진정해야 했습니다.

산책로에서 뱀을 만나고, 한동안은 마른 막대기만 봐도 뱀처럼 느껴져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습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불안(Anxiety)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발단이 된, 걱정과 두려움의 주관적 느낌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실제적인 위협 대상이 눈앞에 없으나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염려와 긴장과 답답함의 감정을 말합니다. 따라서, 불안은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으며, 사람에 따라, 강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경험됩니다.

불안은 고조된 신체적 흥분을 수반하며, 불안정과 걱정, 두려움의 내적 느낌입니다. 불안은 집중력을 약화시키고, 기억력을 떨어뜨립니다. 안달을 낸다거나 손발이 맞지 않아 덤벙거림, 불면증, 신경질적인 경향, 울컥 화내는 것, 또는 말 더듬기 등으로 나타납니다. 불안할 때 몸은 긴장하게 되고, 도망하거나 싸울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렇듯 불안은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불편한 감정이긴 하지만, 적당한 불안은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고, 삶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켜주는 알람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하고 두렵거나 마음의 고통이 커지면, 이전에 길들여진 습관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바심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쉽게 화를 내고 짜증내며, 술이나 담배, 마약에 의지하거나, 계속 반복해서 확인하는 등,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주변사람들을 괴롭히게 됩니다.

불안에서 벗어나는 여러가지 치료법 중에 ‘노출하기’가 있습니다. 자신의 불안을 드러내고, 알아차리고,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입니다. 소문 날까 걱정 안 해도 되는(친한 친구), 혹은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읽어줄 수 있는 사람(전문상담사)이나 자기 자신에게 불안을 노출하는 방법입니다. 당장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불안을 말로 구체화하여 이야기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해소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뱀이 갑자기 나타날까봐 두려워”, ”차사고가 날까봐 걱정돼” “인터뷰에 떨어질까봐 불안해” 등등 자신의 걱정과 불안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안했구나, 이제 좀 더 조심하고, 더 열심히 하면 되지 뭐. 자, 이제는 괜찮아” 하며 불안해하는 마음을 다독여줍니다.

제목을 빌려온 ‘적과의 동침’은 말 그대로 적수들끼리 서로를 옆에 두고 잠들어야 하고, 언제 상대한테서 기습당할지 몰라 불안해하면서도 공생해야 하는 관계를 말합니다. 우리들의 환경은 이제 불안과 어쩔 수 없이 공생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벗어나려고 하면 할 수록 더욱더 불안의 늪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회피하고 억압하려는 마음속에서 경험되는 불안은 팽팽해져서 실체를 알아볼 수 없지만 불안을 기꺼이 노출하여 나누면, 불안은 단지 느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걱정과 근심, 놀랍고 두려운 경험은 셀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걱정과 불안으로 잠 못 이루는 밤도 많이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억지로 싸우느라 기운 빼지 말고, 잘 대처하고, 직면하면 좋겠습니다. 

직면한다는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뜰히 살피고,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야 불안의 순기능으로 인해, 자아강도도 강해지고 회복탄력성도 높아져서 삶을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친구같은 딸이랑 둘이 앉아서 “산책로에서 갑자기 발에 밟힌 뱀도 엄청 놀란 하루였겠다. 그치?“ 하며, 지난 일을 회상하며, 마주보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박효숙목사

청암크리스챤아카데미 부설 분노치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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