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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가볍게
유미호  |  ecomi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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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11월 10일 (금) 23:58:09 [조회수 : 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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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가볍게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물숨’이란 영화가 있다. 제주 해녀 사회에는 계급이 분명히 나뉘어 있다고 한다. ‘하군 중군 상군’으로 명확히 구분되는데, 하군은 3미터, 중군은 5-9미터, 상군은 15-20미터의 수심까지 들어갈 수 있다.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고 싶어도 수압은 물론 숨을 더 오래 참기 어려워 내려가지 못한다. 이들 해녀는 자신의 숨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한계를 잊고 바다에 머물다 낭패를 보게 하는 게 있다. ‘욕심’이다. 물 밖으로 나오다가 전복이라도 볼라치면 제 숨이 힘들어도 더 머무르고자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경력이 많아도 물 밖으로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면 그 자리를 다시 찾기 쉽지 않으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해서도 안 된다. 자기 숨만큼 바다에 머물면서 바다가 주는 만큼, 딱 그만큼만 가져오겠다는 약속도 했다. 만약 유혹을 잘라내지 못하고 약속을 깨면, 사람의 숨이 아닌 ‘물의 숨’, ‘욕망의 숨’을 쉬게 될 것이고 죽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IPCC가 만들어져 첫 종합보고서를 내던 때부터 환경문제와 씨름해왔다. 이후 33년이 흐르는 동안 온실가스는 한 번도 줄어들지 않았다. 인간의 잘못된 행동이 줄어들기는커명 점점 커져 왔다는 것인데, 최근 발표된 IPCC 6차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책임이 99% 이상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속한 공동체는 얼마나 책임을 인정하고 있을까? 우리 편이 되어 주시는 주님이 허락하신 대로, 한계를 인정하는 삶을 살아내고 있을까? 아니면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도 ‘자꾸 욕심이 생긴다’고 하는 해녀의 말처럼, 마음을 분별하기 힘들고 이 세대에 자꾸 현혹되고 있을까? 잠시라도 그런 상황이 된다면 ‘물숨’을 떠올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한계를 성찰하며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의 도우심에 감사함으로써 ‘마음을 새롭게’ 하는 영성훈련의 시간이 되어 줄 것이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여기서 ‘본받다(conform)’ 동사의 헬라어 원어는 빌립보서 2:6-9에 있는 단어와 의미가 같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하신 말씀에서, 사람의 ‘모양’(fashion)이라는 단어와 의미가 같다. 주님이 사람의 모양을 입으셨으니 우리도 세상의 풍조와 교훈의 모양을 입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에 속하는 외적 모습을 취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오늘날로 보면 기후위기에 우리가 완전히 삼킴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주님의 마음일 것이다.

사도바울은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하라”고 했다. 그러면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삶으로 증명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변화를 받아’의 받는다는 동사가 수동태라는 것이다. 여기서의 변화는 내 의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다. 우리가 마음을 분별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람이나 공동체로 변화되게 하시며, 우리 안에 세워두신 당신의 계획도 이루신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고유한 존재로 살아갈 수도 있고, 이 세대를 본받아 하나님께서 의도하지 않은 모습대로 살아갈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우리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을 새롭게 하여 탐욕을 멈출 수만 있다면 지금의 위기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이들보다, 나부터 멈추어야 한다. 나부터, 우리 가정부터, 우리 교회부터, 우리 학교부터, 우리 마을부터 멈추어야 한다. 나의 마음이 바뀌고 두세 사람의 마음이 바뀌고, 수십 수백 수천을 넘어 지구상에 단 3%만의 마음만이라도 바닷물 속의 소금처럼 제 마음을 찾는다면,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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