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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뎃의 사자후
김기석  |  vorbli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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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11월 07일 (화) 02:10:32 [조회수 : 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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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도 평화에 이르게 하는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터인데! 그러나 지금 너는 그 일을 보지 못하는구나”(눅 19:42). 예루살렘을 보고 우시며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 벌어진 광기어린 전쟁을 보며 주님의 마음에 피멍이 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똑같은 현실도 선 자리에 따라 달리 보이게 마련이다. 철조망과 분리 장벽에 갇힌 채 항시적인 불안 속에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지난 세기에 벌어졌던 홀로코스트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기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두려움과 두려움이 맞부딪치면서 갈등의 불꽃이 일었고, 그 불꽃이 확산되어 테러와 전쟁을 낳고 있다.

대화와 소통의 길이 막힐 때 사람들은 분열과 혐오의 언어로 마주 선 사람들을 타자화한다. 상대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가면서 그들은 서로를 악마화한다. 사람들은 일쑤 불구대천의 원수, 짐승, 악마로 언어화된 대상들은 제거되는 것이 정의에 합당하다고 믿는다. 증오가 사실을 압도할 때 폭력은 정당화된다. 전쟁은 맹목적이다. 성찰적 거리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난감한 시대에 성서에 길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우상을 숭배하던 아하스 시대에 하나님은 아람과 북왕국 이스라엘의 연합군을 보내 유다 왕국을 치게 하셨다.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이스라엘 사람들은 동족의 재산을 약탈하는 동시에 그들을 전쟁포로로 끌고 갔다. 그런데 승전을 자축하며 떠들썩하게 개선하는 군대를 막아선 사람이 있었다. 선지자 오뎃이었다. 오뎃은 승전에 도취된 군인들 앞에서 찬물을 끼얹는 말을 한다. “하나님이 유다를 치신 것은 그들의 죄 때문이었다. 그런데 너희는 노기가 충천하여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모자라서, 형제 나라인 유다의 백성을 잡아 노예를 삼으려고 하는구나. 너희에게는 죄가 없느냐?” 무서운 말이다.
 
전란의 시기를 살았던 노자는 인간세상에서 전쟁이 없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전쟁의 윤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란 부득이할 경우, 즉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될 그런 때, 마지못해서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목적을 겨우 이룰 따름이요 감히 강함을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말은 싸움에서 이긴 뒤에도 패전한 나라에 대해서 교만하거나 억압을 하거나 그러지 않고, 군비를 확충해서 더 강해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뎃은 이스라엘 군인들의 행태가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 행동임을 꿰뚫어 보았기에 단호히 군대 앞에 섰던 것이다. 그는 사로잡아 온 포로를 놓아 돌아가게 하라고 말한다. 그 말이 받아들여졌을까? 바른 소리는 언제나 고독한 법이지만 쇠북을 두드리는 듯한 그의 소리에 공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에브라함의 지도자 네 사람이 나서서 개선하는 군대 앞에 서서 말한다.  “너희는 이 포로를 이리로 끌어들이지 못하리라. 너희의 경영하는 일이 우리로 여호와께 허물이 있게 함이니 우리의 죄와 허물을 더하게 함이로다. 우리의 허물이 이미 커서 진노하심이 이스라엘에게 임박하였느니라.” 반역자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단호하게 하나님의 뜻을 전했다. 당장의 이득을 위해 하나님의 진노를 사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내 군인들은 자기들의 전리품을 포기하고 물러섰다. 네 사람의 지도자들은 포로들을 잘 보살폈다. 벗은 자들에게는 입히고, 맨발인 이들에게는 신발을 신기고, 상처 입은 이들에게는 기름을 발라주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공급해주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기력이 쇠진한 이들은 나귀에 태워 유다 땅까지 데려다 주기까지 했다.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서 일어난 일종이 기적이 아닌가? 증오와 혐오를 녹여 이해와 사랑으로 바꾸는 연금술이 필요한 때이다. 세상 도처에서 평화의 씨를 뿌리는 이들이 연대하여 이 맹목적인 전쟁을 끝내야 한다. 오뎃의 사자후가 우렁우렁 들려온다.  

(* 2023/10/25일자 국민일보 '김기석의 빛 속으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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