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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려 이친구야!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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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11월 04일 (토) 00:37:03
최종편집 : 2023년 11월 04일 (토) 00:39:08 [조회수 : 2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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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저는 생애 처음으로 대중음악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제 평생에 대중음악 공연에 가고 싶게 될 줄은, 그리고 정말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그 콘서트는 가수 김수철과 그가 지휘한 100인조 동서양 오케스트라의 공연이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신비한 일련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먼저, 김수철의 노래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느 날 문득 텅 빈 영혼으로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저를 발견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모르겠네 정말 난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생각 하는지
여기 저기 거기 또 둘러봐도
아무런 것도 하나 없는데
왜 찾으려고 하니 왜 떠나려고 하니
자꾸 그럴수록 슬퍼져요
혼자 살아가야 하니까
말로만 그래 놓고 또또 또다시 
그러면 어떡하니
자꾸자꾸 그럴수록 사람 사람이
사랑이 안보이잖아
아 여보게 정신차려 이 친구야 

그날따라 왜 이 노래를, 중학생 시절 집으로 가던 버스에서 처음 들었던 30년 전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저를 비롯한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향한 답답한 마음이 제게 임했던 것 같습니다. 

가만히 보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목회를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것... 돈, 명예, 건물, 권력, 인기.... 그런 거 모두 부질없음을 알았기에 예수 따르고자 목회의 길에 뛰어든 것 아니었던가요? 여기 저기 거기를 다 둘러 봐도 그런 것들 안에는 예수께서 보여 주신 하늘나라의 보화는 하나 없어 보이는데 왜 자꾸 그런 데에서 목회의 의미를 찾으려는 것일까요?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를 목회자들의 노래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더니만, 왜 틈만 나면 세상만도 못한 세상적인 방법으로 혈연, 학연, 지연, 그리고 돈을 이용해서 더 좋은 목회지와 더 높은 자리를 찾아 떠나려는 것일까요? 자꾸 그럴수록 하나님이 슬퍼하십니다. 자꾸 그럴수록 교회와 불쌍한 성도들의 영혼들이 슬퍼합니다. 말이나 없으면 그나마 좋으련만 강단 위에서는 쉴 새 없이 뽑아져 나오는 입에 발린 말로 온갖 좋은 목사 코스프레를 합니다. 그렇게 말로만 그래 놓고는 또 또 또다시 그러면 어떡하란 말입니까? 

하나님의 희망, 교회의 희망, 성도들의 희망, 세상의 희망이 되어야 할 우리의 목회자들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한 사람, 한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데서 문제가 시작했습니다. 목회의 본질이 아닌 외적인 것에 관심을 가질수록, ‘자꾸자꾸 그럴수록’ 사람이 보이지 않고 점점 사람을 어떻게 이용할까 하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한 사람의 영혼이 목적이 되어야 할 목회가 사람을 도구로 만들어 버리는 슬픈 현실로 변해버립니다. 교회를 사람 수와 사람 수에 따른 헌금 액수로 평가하기 시작하고 결국은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랑마저 잃어버리고 맙니다. 자꾸자꾸 그럴수록 사람 사람이, 결국은 사랑이 안보입니다. 사랑을 잃어버립니다. 우리 모두, 정신 차려야 합니다.  

그 날 이후 김수철과의 만남이 깊어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의 노래를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가사를 곱씹으면서 그의 여러 노래를 들으며 저는 김수철이란 사람이 그의 노래와 그의 삶으로 외치는 이 시대의 선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대의 목회자들이 하지 못하고 있는 말을 대신해주는 ‘돌 선지자’ 말입니다(눅19:40). 

그렇게 점점 그의 팬이 되어갈 즈음, 신문 기사를 통해 가수 김수철의 인터뷰와 공연 소식을 보게 되었고 생애 처음으로 대중음악 콘서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연한 바람이었건만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아셨는지 특별히 구하려고 애쓴 것도 아니었음에도 교회 권사님을 통해서 티켓을 얻어 생애 처음으로 대중음악 콘서트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의 노래에는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순수한 외침이 있습니다. 워낙 꾸밈이 없기에 대충 부르는 것 같아도 가만히 들어보면 정말 잘 부르는 노래입니다. 그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그의 콘서트에서 그의 또 다른 명곡 ‘내일’을 후배 가수 성시경이 불렀는데 그제야 김수철이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노래와 메시지뿐만 아니라 김수철은 기타 연주와 작곡에 있어서도 최고의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대중 음악가로서 김수철의 가장 특별한 점은 우리의 국악을 매우 소중히 여겼다는 것입니다. 영화 ‘서편제’의 음악뿐만 아니라 ‘기타산조’라는 장르를 개척하여 국악인 김덕수와 함께 UN 본부에서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신학의 위대한 스승들처럼 대중음악의 토착화를 위해 애쓴 것이지요. 

그런 행보는 상업적 수익을 지향하는 대중음악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수철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복의 의미가 저마다 다를 텐데, 저는 음악만 하는 게 행복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돈 벌어) 빌딩을 살 때 저는 계속 ‘음악 빌딩’만 지은 거죠.” 그는 매단 단순한 마음과 뚝심으로 음악인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했습니다. 그의 노래대로 살았던 것입니다. 

참, 춤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1990년 ‘정신차려’를 TV에서 처음 불렀던 무대는 (비록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완벽한 종합 예술의 퍼포먼스였습니다. 먼저 ‘정신차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의 어눌한 등장이 단연 압권입니다. 또한 백댄서 없이도 무대를 장악했던 노래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저 현란한 안무는 한국 가요사의 명장면으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김수철의 회고에 따르면 원래 준비된 것이 없었는데 리허설을 보던 피디가 ‘뭐라도 해보라’고 해서 국민체조를 떠올리며 즉흥적으로 만든 춤이라고 합니다. 특히 '정신차려 이친구야'의 후렴구와 그 부분에서 한 손을 드는 동작은 동시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고 훗날 한 교육감 후보의 유세에서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라는 기막힌 샤우팅과 함께 재현되어 역사적인 순간으로 길이 남게 됩니다. 

그의 대표곡 ‘못다 핀 꽃 한 송이’는 1983년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가수의 꿈을 접으려고 냈던 ‘고별 앨범’에 담긴 노래였습니다. 그 노래가 뒤늦게 인기를 얻어 1984년에는 1980년부터 독식해오던 조용필을 누르고 가요대상을 수상했지요. 본인의 노래에는 남녀 간의 사랑 노래가 전무하다는 그는 ‘못다 핀 꽃 한 송이’는 사랑 노래가 아니라 한 분야에 평생을 바친 선구자들 뒤따라 그들이 못다 피운 꽃을 내가 피우겠다고 말하는 곡이라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못 피우면 후배가 또 피우면 되는 거고. 어쨌든 내가 쓴 모든 가사의 기본은 ‘한눈 팔지 말고 한 호흡으로 한길만 죽 가자’는 것이다.” 

있어 보이고 커다란 것을 좋아하는 저를 비롯한 한국교회의 목사들은 작은 거인 김수철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그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와 그의  삶이 주는 메시지를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한눈팔지 말고 십자가의 예수와 맡겨 주신 한 영혼 한 영혼에 집중하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예수라는 이름의 못다 핀 꽃 한송이 피워 내려 몸부림 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https://youtu.be/fmwgXoiE0o8?si=xkKZalQ1Ia4yMr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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