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세습이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일부 교회에서는 담임목사 ‘세습’에 성공하였으며, 또 한국 교계를 이끌고 있는 ‘어른’들이 조만간 은퇴할 예정이어 세대 교체가 불가피한 시점이기에 담임목사 세습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래서 담임목사 세습이 성경적인가의 물음에 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찬성론자 및 반대론자 모두 성경적 정당 근거를 찾으러고 성경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몸부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목회자 세습’이 아니라 ‘담임목사’ 세습

먼저 목회자 세습 내지 목사 세습이란 용어는 정확한 어법이 아니다. 세습이란 일정한 자격 요건과 상관 없이 혈통을 통해 특정의 권력이나 지위가 계승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목회자 내지 목사는 지위가 아니라 하나의 자격이다. 또 지금의 목사는 각 교단 총회 헌법이 명시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안수를 받고 있다. 이는 결코 혈통을 통한 자동 승계가 아니다. 즉, 현재의 목사는 부모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자신의 노력에 의해 합당한 절차를 거쳐 그 자격을 취득하였기 때문에 결코 세습받은 게 아니다. 세습에는 반드시 특정의 지위 내지 권한 혹은 특권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목회자 세습이 아니라 담임목사 혹은 당회장 세습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부시도 세습인가?

대형교회의 담임목사나 당회장은 과중한 책임과 의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다른 한편 일반인들이 누리지 못하는 특권과 권한을 갖고 있다. 담임목사 세습이 성경적으로 옳은가의 물음을 논하기에 앞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살펴보다. 즉, 이러한 교회 담임목사 A가 은퇴하면서 자신의 아들 S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승계하는 것은 세습인가 아닌가? 아들이 혹은 딸이 그 아버지의 직위를 물려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세습이 이루어졌다는 결론은 얻어지지 않는다. 먼저 세습이 명백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부터 살펴보자. 조선의 세종대왕이 그 아들 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것은 세습이다. 반면에 지금의 부시 미 대통령은 그 아버지도 대통령이었나, 부시가 대통령을 세습하였다는 말하는 것은 어부성설이다.

무엇이 세습인가?

왜 똑 같이 아버지가 왕 혹은 대통령이었으나 문종은 왕위를 세습하였다고 말하고 부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가? 클린턴 대통령이라는 중간 단계를 경과한 다음 부시가 대통령직을 승계하였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여기서 세습의 중요한 두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혈통이요, 다른 하나는 왕의 지명 외의 다른 정당한 절차가 없다는 사실이다. 세습이 성립되려면 이 두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의 지명이 아니라 미국 헌법이 정하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당선되었기 때문에 결코 세습일 수가 없다.

절차가 정당하면 세습아니다.

이런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일부 교회에서 그 아들이 담임목사직 계승이 세습인가 아닌가를 따지자면, 혈통 요건이 충족되어도 우리는 적어도 두 가지를 물어야 한다. 하나는 아버지인 전임 목사가 후임자를 지명하였는가의 물음이요, 다른 하나는 지명 외의 다른 정당한 절차를 밟았는가의 물음이다.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그것은 분명 담임목사 세습이다. 반면에 담임목사가 지명하였다 해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통과되었다면 세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국 교회에서는 이런 엄밀한 의미의 담임목사 세습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형식상으로는 모두 해당 교회는 자신이 속한 총회 헌법이 정한 정당한 절차에 의해 후임목사를 선출하였기 때문이다. 총회 헌법 정치편 규정에 따르면, 당회의 결의와 공동의회에서의 출석회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면 세례교인 과반수가 서명 날인해야 담임목사의 지위를 얻게 된다.

실질적 세습 vs 형식적 세습

바로 여기에서 한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정당한 절차가 존재하고 또 형식상으로는 그 절차를 밟았지만 전임 담임목사의 영적 카리스마가 절대적이어서 담임목사의 청빙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 경우에도 세습으로 볼 수 있는가?”의 물음이다.  이는 형식상으로는 세습이 아니나, 실질적으로는 세습으로밖에 볼 수 없다. 현재 일부 대형교회의 후임 담임목사가 이런 실질적인 세습인가에 대해서는 경험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에 뭐라고 답하기가 곤란하다. 이는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문제로 사실적인 확인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변형된 형태의 담임목사 세습 물음이다. 실제로 한국 교계에는 현재 몇몇의 변형된 형태의 ‘세습’이 일어나고 있다. C 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은퇴하면서 곧바로 아들이 그 직을 승계하지 않고, 다른 목회자를 거친 다음 간접적으로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승계하였다. 그리고 S 교회 담임목사는 은퇴하면서 천문학적인 헌금을 동원하여 개척 교회를 설립하여 아들 목사를 담임목사로 앉혔다. 또 유사한 형태로 아들이 아니라 사위나 4촌 이내의 ‘유사 자녀’에게 담임목사직을 승계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이 모든 경우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혹은 거쳤다 해도 형식상으로만 그렇게 하였다면 실질적인 의미의 세습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제사장의 세습 vs 담임목사 세습

여기서는 완전한 형태이든 변형된 형태이든 상관 없이 실질적인 담임목사 세습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를 묻고자 한다. 먼저 담임목사 세습이 성경적이라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세습 옹호론자는 담임목사의 근원을 구약의 제사장에서 찾는다. 그런데 모세 율법에 따르면, 레위인들은 단지 그 아버지가 레위 지파라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제사장의 지위를 계승하였다. 한 마디로 말해, 구약의 제사장이 세습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담임목사 세습에도 성경적인 관점에서 보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성경에는 담임목사의 세습을 금지하는 구절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세습되지 않은 제사장도 존재하였다. 예를 들어, 사사 시대 엘레 제사장의 두 아들이 불량자이어서 하나님은 사무엘로 하여금 제사장직을 계승하게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세습 반대 논거로 삼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세습 옹호론자들은 결코 모든 교회의 담임목사가 세습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고, 다만 담임목사 세습이 허용되어도 성경적으로 문제가 없다고만 주장하기 때문이다. 제사장직의 계승에 관해 성경은 유일한 하나의 법칙을 말하지 않는다. 다양한 형태의 제사장 계승이 성경에 존재하지 때문에, 담임목사를 구약의 제사장에 비유할 경우, 세습에 반대할 성경적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담임목사의 성경적 근거는?

그런데 왜 담임목사 세습이 논란거리인가? 담임목사라는 직책의 복잡성 내지 그 성경적 기원의 다양성 때문이다. 구약 시대에는 하나님의 ‘입’ 내지 ‘손’ 역할을 한 직책이 다양하였다. 왕, 사사, 제사장, 선지자 등이 그 직책이다. 오늘날 목사는 왕을 제외한 나머지 세 역할의 다 감당한다. 특히 담임목사는 그러하다. 그런데 구약에서 사사와 선지가 세습된 경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세습의 예는 오직 제사장에서만 나타난다.

그리고 신약에서 목사의 기원을 찾는다면 우리는 사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사도는 바울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예수님과 동거동락한 열두 제자에 국한된다. 목사는 사도직을 계승할 따름이다. 그리고 신약에는 목사라는 칭호가 직접 언급되고 있으나, 불행하게도 4복음서나 서신 그 어느 곳에서도 목사의 승계에 관해 언급이 단 한 구절도 없다. 신약의 사도와 목사가 세습되었다는 언급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 담임목사는 제사장인가? 제사장은 땅을 분배받지 않았다. 구약 시대 땅은 곧 재산이다. 땅을 소유하지 않았다는 말은 곧 제사장은 사유재산을 갖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제사장에 근거하여 담임목사 세습을 주장한다면, 오늘날 담임목사는 땅을 비롯하여 사유재산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역할과 권한 측면에서 보면 오늘날 담임목사는 단순한 제사장이 아니라 대제사장에 가깝다.

왜냐하면 담임목사가 교회의 예배, 설교, 성례전 등 모든 목회 활동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약의 대제사장은 12반열에 따른 윤번제로 한 명의 제사장에게 세습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목사가 제사장이라면, 담임목사는 대제사장에 비유될 수 있다. 따라서 세습 옹호론자들의 논리에 따르면, 목사가 세습되고 담임목사는 윤번제로 해야 한다.

세습, 성경적으로 옳은가?

그러나 이러한 논변은 어디까지나 담임목사를 제사장에 비유한 세습 옹호론에 대한 반론에 불과하다. 이러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 세습이 성경의 가르침과 어긋난다는 결론은 얻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성경은 결코 담임목사가 세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담임목사 세습이 성경적이냐 아니냐의 물음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실 담임목사 세습에 관해 성경적인 논거를 찾고자 하는 시도는 찬성론자이든 반대론자이든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성경이 말하고 있지 않는 문제는 성경의 근본정신에 비추어 그 시대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새롭게 그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합리적인 논의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윤리학적 관점이다. 즉, 윤리학적 관점에서 보아 담임목사 세습은 허용될 수 있는가? 일부에서는 사기업에 비유하여, 기업 오너가 후임자를 지명할 수 있듯이, 담임목사가 후임자를 지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발상을 교회를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하는 셈이다. 기업의 경우 그 소유주가 존재하지만, 교회는 소유주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 특수하기는 하지만, 담임목사는 현대  사회에서 하나의 공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직의 세습은 비윤리적이다. 민주주의는 계급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공직은 그 직을 수행할만한 자격과 능력을 갖춘 자에게 개방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공직은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통해 그 적임자가 선출되어야 한다. 즉, 공직은 기회균등과 절차적 공정성을 그 원칙으로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담임목사 세습은 이 두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기회균등과 절차적 공정성 원칙

그렇다고 담임목사 자녀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후임목사의 자격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 역시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왜냐하면 이 역시 민주주의 사회의 기회균등 원칙과 절차적 공정성 원칙에 어긋나는 또 하나의 차별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연좌제를 거부하고 개인주의를 표방한다. 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문제 삼아야지 그 부모를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세습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당회와 공동의회라는 절차적 공정성을 거쳐 자녀가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이어 담임목사를 승계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자녀의 담임목사직 승계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말이지, 결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윤리적 당위는 아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윤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론적 고찰에 불과하다. 하나의 윤리학적 입장이 실천적인 작동가능성을 지니지만 그 행위 내지 제도가 작동하는 사회문화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윤리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비록 자녀의 담임목사 계승이 비록 이론적으로 아무런 윤리적 하자가 없다 해도, 교회가 몸 담고 있는 사회 문화적 요소에 따라 윤리적 옳고 그름이 달라질 수 있다. 한 예로써, <긍정의 힘> 저자인 조엘 오스틴(J.Osteen) 목사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그 어떤 정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6천 여명 교인의 레이크우드 교회 담임목사를 세습하여 현재 교인 3만여명의 대형교회로 성장시켰다. 당시 그는 정규 신학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안수받은 목사도 아니었다.

자녀의 담임목사 승계, 복음증거에 도움이 되는가?

오스틴은 담임목사를 승계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세습하였음에도 이를 윤리적으로 문제삼는 미국 기독교인은 없다. 그런데 왜 한국은 세습은 물론이거니와 정당한 절차를 거친 자녀의 담임목사 승계마저도 문제삼고 있는가? 그것은 한 마디로 문화적 상황 내지 국민 정서의 차이이다. 특히 목사는 하나님의 종으로 복음의 일꾼이다. 다시 말해, 기독교는 윤리적으로 허용되어도 그것이 복음 증거 내지 하나님 나라 확장에 도움이 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묻는다.

그러니까 한국적인 문화 상황 및 국민 정서를 고려할 경우, 담임목사의 세습 내지 승계가 복음 증거에 도움이 되는가를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윤리적으로 허용된다 해도 복음 증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담임목사의 세습이나 승계는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윤리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자녀의 담임목사 승계가 복음 증거에 도움이 되는 요소도 있다. 지금 한국 교회는 후임 담임목사 부임과 더불어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양상은 목사와 장로의 의견대립이지만, 분쟁의 본질은 전임 담임목사측과 후임 담임목사측의 갈등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자녀가 담임목사를 승계할 경우 이런 내부 갈등이 예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밖에도 목회철학의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용이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자녀가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후광을 업고 있어서 실질적인 영적 카시르마를 발휘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말씀의 권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식이기 때문에 후임목사는 전임 목회자의 잘못된 부분을 과감하게 뜯어고쳐 사회 변화 및 교인들의 요구에 맞게끔 교회를 개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담임목사 승계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승계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젊은’ 그리스도인로 하여금 교회를 등지게 한다. 이처럼 자녀의 담임목사 승계가 복음 증거에 도움이 되느냐의 물음은 쉽게 단정적으로 답할 수 없는 경험적인 문제이다.

사랑으로 종 노릇하라

무엇보다 우리는 한국교회의 성장둔화라는 대승적 견지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즉, 지금 한국 교회는 교인 수 감소 및 기독교 이미지 타락으로 성장 둔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교인들조차도 현재의 교회 체제에 많은 불만을 갖고 있다. 특히 담임목사가 갖는 절대적 권력과 특혜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자칭 ‘종’이라고 하면서 일부 목회자들은 ‘종’이 아니라 ‘주인’ 내지 ‘왕’과 같이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다수 국민들은 일자리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래서 공기업 취업자를 ‘신의 아들’, 사기업 취업자를 ‘사람의 아들’, 백수를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연봉 5천만원이 넘는 담임목사직의 세습이나 승계는 비웃음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섬김의 종이라면 그것이 승계이든 세습이든 누가 문제삼겠는가?

담임목사 세습 내지 승계에 관한 논쟁을 불식시키자면 두 가지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하나는 교회의 민주화를 통한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여 교인들이 담임목사 선택의 실질적 권한을 갖게 하는 일이다. 당회는 허수아비이고, 공동의회는 단지 형식적인 통과의례에 불과한 현재의 상황에서는 담임목사 세습은 물론이고 승계마저도 따가운 시선을 모면하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현재 담임목사가 직책상 갖는 권한과 특혜를 과감하게 줄여 섬기는 종이 되게 해야 한다. 이를 유지한 채 개인의 기회균등과 절차적 공정성을 내세워 자녀의 담임목사 승계를 정당화해도 국민 정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교인들은 농어촌의 미자립교회 담임목사직에 대해서는 승계의 차원을 넘어 세습해도 전혀 문제삼지 않고 오히려 박수를 보낸다.

권력과 특혜의 세습이 아니라 섬김과 부담의 세습이기 때문이다. 권한과 특혜가 존재하는 한, 죄인인 목사도 이 욕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자녀 사랑’이 또 하나의 우상으로 자리하고 있는 한국 문화에서 담임목사의 세습 내지 승계는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임에 분명하다. 바울의 가르침을 상기하자.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하라”(갈 6:13).

김상득 교수(목사)/전북대 철학과
김상득교수는 서울대 철학과에서 응용윤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