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교회의 미래, 우리의 미래

1. 9/29(금)-10/2(월), 오슬로(Oslo)에서 열린 유럽감리교협의회에 다녀왔다.

유럽감리교협의회(European Methodist Council, EMC)는 유럽 35개국의 감리교회, 웨슬리안 교회, 연합교회들의 협의체로 1993년 결성된 이후 해마다 유럽 각국의 도시들을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 27개국인 것을 감안하면 유럽과 구소련지역(유라시아)까지 포괄하는 유럽감리교협의회(EMC)의 범위가 좀 더 넓은 셈이다. 브렉시트와 무관하게 영국교회 대표가 공동의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교회의 대표들도 협의회에서만큼은 갈등 없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KMC 유럽지방은 2008년 유럽감리교협의회와의 첫 접촉 이후 삼 년간의 옵서버 기간을 거쳐 2011년 정회원(full member)으로 가입함으로 유럽선교를 위한 유럽현지교회와 디아스포라한인교회 간의 협력 거점을 확보하였다.     

2008년 로마협의회 이후 그간 열다섯 차례 협의회에 참석하면서 비로소 독일, 영국, 프랑스 등 국가 단위 관점을 넘어 유럽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는 유럽선교의 지평과 안목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현재 유럽교회의 실존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외부의 관점과 판단이 아닌 유럽 현지교회 자신의 시각에서 접할 수 있었으며 현지교회 리더쉽들과의 교제를 통해 유럽교회의 실체에 근접하게 되었고 네트워크 형성으로 사역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도 하였다.

▲ 오슬로 센트럴감리교회(Centralkirken i Oslo), 제31차 유럽감리교협의회 개최장소

▲ 하랄트 뤼커르트감독(Bishop Harald Rückert), EMC 의장, 독일

2. 이번 협의회는 내년 8월 스웨덴 예테보리(Göteborg)에서 개최되는 WMC를 앞두고 내년  대회를 준비하는 북유럽 센트럴 컨퍼런스(Northern Europe Central Conference, UMC) 회원국 중의 하나인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열렸다.       

금 년 협의회 워크샵 주제는 ‘유럽감리교회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변화시키는 능력’(The Transformative Power of God Working Through EMC, 요 6:8-14/행 2)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고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이번 협의회는 그간 하나님께서 유럽교회를 어떻게 사용해 오셨으며 각국 교회에 주신 은사(The Gifts we have)가 무엇인지를 검토하고 나아가 향후 유럽교회를 하나님께서 어떻게 변화시키고 사용하실지를 전망함으로 시종일관 신앙적인 자세로 맡기신 사명을 고백하는 자리였다.    

워크샵 주제를 제안한 북유럽 센트럴 컨퍼런스의 알스테드감독(Bishop Christian Alsted, Denmark)은 하나님의 변화시키는 능력이 앞으로 유럽교회를 어떻게 변화시켜 사용하실지를 소망 가운데 믿음으로 전망하자고 제언하였다. 주제 성서연구를 인도한 아일랜드교회의 모리스목사(Rev. Heather Morris)는 코로나시기 지친 교회들을 위로하며 새 역사를 이루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어머니의 영성이 배어있는 내러티브 말씀을 전하였다. 개회예배 설교자로 지난해 막 취임한 취르허감독(Bishop Stefan Zürcher, Southern Europe Central Conference, Swiss) 역시 주제와 관련된 은혜로운 말씀으로 참가자들을 격려하였다.      

▲ 워크샵 주제 제언, 크리스티안 알스테드감독(Bishop Christian Alsted), 덴마크

▲ 성서연구, 헤더 모리스목사(Rev. Dr. Heather Morris), 아일랜드

▲ 개회예배, 슈테판 취르허감독(Bishop Stefan Zürcher), 스위스

협의회의 여러 사업 보고 중에서도 동유럽선교를 실행하고 있는 유럽선교기금(Fund for Mission in Europe)의 활동과 도래하고 있는 난민, 이주민 이슈를 당면한 우선 과제로 다루는 모습을 대하며 교회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3. 오슬로 센트럴감리교회(Centralkirken i Oslo) 주일예배에서 접한 성도들의 헌신과 신실한 예배 그리고 뉴욕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에 비견되는 오슬로의 오래된 지역 그뤼너뢰카교회(Metodistkirken på Grünerløkka)의 이주민 사역과 투철한 사명감을 지닌 사역자(Rev. Terje Nilsen)를 만나며 노르웨이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유럽에서도 스칸디나비아 지역은 사회복지가 가장 잘 구현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영적인 견지에서 볼 때 스칸디나비아는 그 어느 지역보다도 세속화가 극심하게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그곳의 교회와 사역자들이 소수이지만 영적인 책무와 사명을 진지하게 수행하고 있는 모습을 이번에 확인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런 교회, 사역자들이 더 많으면 좋겠지만 ‘하나님의 동역자’(고전 3:9) 의식을 지닌 몇 사람을 통해 하나님은 일하시고 이 세계를 변화시키신다.   
       
스칸디나비아에서도 여전히 ‘남은 자’(Remnant, 사 6:13)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대하며 더 이상 유럽교회를 잠든 교회, 심지어 죽은 교회로 여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유럽교회는 후기기독교사회에 직면한 교회의 미래를 위해 가장 최전선(Front)에서 분투하고 모색하며 미래교회의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교회로 보아야 한다. 이미 오래전 성장을 멈추고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위기의 한국교회에 유럽교회는 여전히 긍정적인  모델이 되어 배움을 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유럽선교, 유럽교회 회복의 과제는 곧 우리 모두의 미래를 앞당겨 보여주는 가능태(potentiality) 이다. 유럽교회의 문제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며, 그 미래는 우리의 미래이다.            

▲ 오슬로 센트럴감리교회(Centralkirken i Oslo) 주일예배 찬양

▲ 오슬로 센트럴감리교회(Centralkirken i Oslo) 주일예배 성찬식

▲ 그뤼너뢰카교회(Metodistkirken på Grünerløkka), 릴센목사(Rev. Terje Nilsen)

▲ 그뤼너뢰카교회(Metodistkirken på Grünerløkka), 이주민사역

4. 지난봄 국내 연회에서 만났던 고려인 4세 에두아르드 케가이감독(Bishop Eduard Khegay, Eurasia Centeral Conference, Russia)과의 재회 그리고 얼마 전 한국에서 열린 ‘한반도평화를 위한 라운드테이블’에서 독일교회의 경험을 소개한 로제마리 벤너감독(Bischöfin Rosemarie Wenner, WMC)에게서 소식을 접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그리고 표현주의 대가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작품을 만나며 스칸디나비아인들의 내면을 이해하게 되고, 비그되이(Bygdøy) 민속박물관(Norsk Folkemuseum)에서 바이킹  시대에서 기독교화(Christianization) 전환기에 지어진 통널교회(Gol Stavkirke, c.1200)를 통해 스칸디나비아 영성의 뿌리를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역사박물관(Historisk Museum)에서 중세미술 연구서 ‘Painted Altar Frontals of Norway, 1250-1350’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은 고된 여정에 허락하신 주님의 위로였다. 

▲ 에두아르드 케가이감독(Bishop Eduard Khegay), 러시아

▲ 통널교회(Gol Stavkirke, c.1200), Norsk Folkemuseum, Bygdøy

▲ 뭉크미술관(Munchmuseet)

임재훈목사
독일 칼스루에벧엘교회 담임
유럽기독교문화예술연구원장
jejastgt@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