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으라'는 무슨 뜻인가?

일반적으로 복수 또는 보복이란, 남에게 받은 해를 그만큼 되돌려 주는 것을 말한다. 구약시대에는 가까운 친족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 복수가 제한적으로 허락되었다(민35:19). 하지만 성경의 전체적인 정신은 개인적인 복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복수는 하나님께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원수 갚는 일과 보복하는 일은 내게 속한 것이라”고 하셨다(신32:35). 이런 정신은 신약시대에도 이어져, 사도 바울은 로마서 12장 19절에서 “너희는 스스로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께 맡기라”고 했다. 따라서 억울함을 개인적으로 풀기보다,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로마서 12장 20절에는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고 했다. 여기서 ‘원수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으라’고 했는데 이 말씀의 뜻은 무엇인가? 이 말씀에 대해 수많은 설교자들이 이 말씀을 왜곡하며 제각기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바람에 일반 교인들이 혼란을 겪어 왔다. 여기서는 이 말씀의 올바른 해석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신약성경 로마서 12장 20절 말씀의 여러 성경 번역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한글개역개정성경)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한글개역성경) …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공동번역성서) … 그의 머리에 숯불을 쌓아놓는 셈이 될 것입니다."

(표준새번역성경) … 네가 그의 머리 위에다가 숯불을 쌓는 셈이 될 것이다" 하였습니다.

(흠정역한글성경) … 네가 그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으리라.

(흠정역영어성경) … for in so doing thou shalt heap coals of fire on his head. (네가 그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으리라)

(헬라어원어성경) … ανθρακας πυρος σωρευσεις επι την κεφαλην αυτου (네가 그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으리라)

본문은, 구약성경 잠언 25장 21-22의 말씀을 인용한 것이다. 이 구절의 의미는, 원수 갚는 것은 하나님께 맡기고, 원수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도움을 주고, 또 끝까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악을 악으로 대하는 것은, 악이 승리하도록 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원수가 궁핍하여 곤경에 빠졌을 때는, 선행과 친절을 베푸는 것이 승리의 방법이다. 이것이 바로 ‘머리 위에 불타는 숯을 쌓는 것’이라는 말이다.

구약성경 잠언 25:22에, “네가 그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는다”고 했다. 이 말씀에 있어서, 머리 위에 숯불을 쌓는다는 것은, 사람의 맨머리 위에 숯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머리 위에 이고 온, ‘화덕’ 안에 숯불을 차곡차곡 담아주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옛날 유대인들은 요리가 끝난 후에는, 화덕의 불이 꺼지지 않게 약한 불씨를 남겨두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다음날 아침에 남은 불씨를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내용이 구약성경 호세아 7:6에 잘 설명되어 있다. 즉 “그들은 숨어서 기다릴 때에 자기들의 마음을 화덕과 같이 예비하였도다. 그들의 빵 굽는 자가 밤새 자다가 아침에 불꽃같이 그것에 불을 붙이매(흠정역)”라고 한 바와 같다. 이처럼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해야 올바른 해석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덕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불씨를 꺼뜨릴 경우, 그 사람은 머리 위에 화덕을 이고 다른 집을 찾아가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찾아간 집마다 모두 거절을 당했을 때, 부득이 원수지간인 사람에게 요청할 처지에 이를 수도 있다. 이때 하나님은 그런 상황에서 그를 매정하게 대하지 말고, ‘원수가 머리에 이고 온 화로에 숯불을 쌓아주라’고 말씀했는데, 이러한 배려야말로, 원수로 하여금 먹이고 마실 수 있게 해 주는 것과 같은 행위이며, 하나님은 그런 선행에 대해 보상하신다는 말씀이다.

- 한편, 구약성경 잠언 25장 21-22절의 여러 성경 번역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한글개역성경) 네 원수가 배고파하거든 식물을 먹이고 목말라하거든 물을 마시우라 그리하는 것은 핀 숯으로 그의 머리에 놓는 것과 일반이요 여호와께서는 네게 상을 주시리라

(한글개역개정성경) … 그리 하는 것은 핀 숯을 그의 머리에 놓는 것과 일반이요 …

(공동번역성서) … 그의 얼굴에 모닥불을 피워주는 셈이니, 야훼께서 너에게

(표준새번역성경) … 이렇게 하는 것은, 그의 낯을 뜨겁게 하는 것이며, 주님께서 …

(흠정역한글성경) … 네가 그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으면 주께서 네게 보답해 …

(흠정역영어성경) For thou shalt heap coals of fire upon his head, (네가 그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으면)

(히브리어원어성경) כִּ֤י גֶֽחָלִ֗ים אַ֭תָּה חֹתֶ֣ה עַל־רֹאשֹׁ֑ו וַֽ֝יהוָ֗ה יְשַׁלֶּם־לָֽךְ׃ (그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으면 주께서 네게 보답해 주시리라)

이 구약성경 번역들 가운데에서, 서두 부분에 제시한 여러 신약성경들과 비교해 볼 때, ‘흠정역성경’만 히브리어원어성경과 같이 “그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는다”로 똑같이 번역했음을 알 수 있다. 나머지 성경들은 “핀 숯으로 머리에 놓는다, 얼굴에 모닥불을 피운다, 낯을 뜨겁게 한다.” 등으로 히브리어원어성경과는 동떨어지게 잘못 번역했음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위의 4가지 성경들 - 한글개역(개정)성경, 공동번역성서, 표준새번역성경 - 은 히브리어원어성경과는 달리 일관성없이 번역했다는 말이다. 올바른 번역은 흠정역성경처럼 “그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는다”로 번역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4가지 성경들처럼 “핀 숯을 그의 머리 위에 놓는 것”으로 번역하면, 성경을 잘못 해석할 소지가 많다. 말하자면 어떤 사람의 머리 위에 핀 숯을 올려 놓으면, 그 사람은 크게 화상을 입어 다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 말씀을 잘못 해석하여 “원수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 그에 대한 최대의 보복이다. 그러므로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께 맡기면서, 그의 머리에 진노의 핀 숯을 놓아야 한다”라고 잘못된 해석을 해 왔다.

또 어떤 설교자들은 이 구절을 영적으로 해석하면서, “핀 숯은 성령의 불을 가리키며, 핀 숯과 접촉하는 것은 회개를 뜻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사야 6:6-7에서, 스랍이 핀 숯을 이사야의 입술에 대어 불법을 제거한 것처럼, 원수에게 선을 베풀면 성령의 감동을 받아 원수가 회개하게 된다.”라고 잘못된 설교를 하는 목사들도 있다. 또 다른 설교자는 “핀 숯을 머리 위에 올리면 얼굴이 뜨거워진다. 이같이 원수에게 선을 행하면, 스스로 낯이 뜨거워져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기 죄를 뉘우칠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설교자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영적인 해석들을 해 왔다.

이처럼 여러 해석에서 보듯이, 성경 본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성경을 영적으로 혹은 상징이나 비유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 신자들은 본문 말씀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결국 말씀의 의미를 잘못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해 본문에 나오는 숯불은 상징이나 비유가 아니며, 문자 그대로의 숯불이며, 또 유대인들이 음식을 만들기 위한 숯불 그 자체인 것이다. 물론 성경에 비유나 상징, 모형, 예언 해석 등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본문의 ‘숯불’은, 문자 그대로의 ‘숯불’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 해석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성경 말씀을 기록하실 때, 당시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셨다. 본문 말씀인 “원수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으라”는 이 말씀 역시, 문자 그대로 읽고 이해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오히려 이 말씀을 비유나 상징으로 해석하여 “하나님의 진노의 불이 원수의 머리 위에 쏟아지게 하라”든지, “내가 선을 베풀면, 원수가 성령의 불을 받는다”는 식의 영해(영적인 해석)를 할 필요가 없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12장 20절에서, 구약성경(잠25:21-22)을 인용하면서, 원수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고 ‘머리 위에 숯불을 쌓아주는 친절’을 베풀어,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엉터리 설교자들의 잘못된 성경 해석에 속아, 원수에게 철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선을 베푼다든지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원수의 머리 위에 핀 숯을 올려놓아, 그에게 화상을 입힌 다음에, 하나님께 상을 받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잘못된 행위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원수를 개인적으로 보복하는 것은 ‘공정성’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하나님의 주권을 침범’하는 것이 된다. 우리는 우리에게 행해진 잘못에 대해 보복하려는 성향을 거부해야 한다.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는 표현은, 하나님께서 너희 대신 그 일을 처리하시도록 맡기라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원수 갚음’은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것이다. 그리고 ‘숯불을 어떤 사람의 머리에 쌓는다는 것’은 ‘뜻밖의 친절’로 상대를 놀라게 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자신의 적대적인 처신을 부끄러워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바울은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한 것이다(롬12:21).

참된 신자들은 본문(롬12:20) 말씀과 같이, 원수가 주릴 때 먹여 주고 목마를 때에 마실 물을 줄 마음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원수에 대해 보복 대신 선행을 베푸는 행위는 악인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을 더욱 인정해 드리는 것이 되므로 하나님께서는 악을 반드시 심판하실 것이다. 상술했듯이 ‘원수의 머리 위에 숯불을 쌓는 행위’는 피해자가 베푼 ‘예상치 못한 호의나 친절이나 선행’에 해당한다. 이것이 원수에 대한 보복을 정지시키고 화평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이다. 그래서 롬12:21에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선으로써 악을 이기는 원리를 터득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본문(롬12:20)에 대한 잘못된 해석 사례들과 올바른 해석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