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예’(마5:25)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없다

우리말의 약 70%는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한성서공회에서 발행한 ‘한글개역성경’도 수많은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국내에서 발행한 한글 성경의 종류는 10여 종이 있는데, 그중에 최초의 한글 성경은 ‘한글개역성경(1961년)’이다. 이 성경은 어려운 한자어가 많아 일반 대중들은 이 성경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내용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어려운 한자어 가운데에는 우리말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 많이 있는데, 특히 구약성경에 많이 나타나 있고 신약성경에도 더러 있다. 그중의 하나가 마태복음 5장 25절에 나오는 ‘관예(官隸)’라는 단어다.

여기서는 한글개역성경 마태 5:25에 나오는 ‘관예’라는 단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다른 한글 성경들과 외국어 성경들은 이것을 어떻게 번역했는지 서로 비교해 보고, 또 어떤 번역이 보다 적합한 번역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 신약성경 마태복음 5장 25절의 여러 성경 번역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새한글신약성경, 2021년) 가서 그대를 고발하는 사람과 빨리 문제를 해결하세요. 아직 그대가 그와 함께 길에 있는 동안에요. 그렇지 않으면 고발하는 사람이 그대를 재판관에게, 또 재판관은 아랫사람에게 넘겨줄 것입니다. 그래서 그대는 감옥에 던져질 것입니다.

(한글개역성경, 1961년) 너를 송사하는 자와 함께 길에 있을 때에 급히 사화하라 그 송사하는 자가 너를 재판관에게 내어주고 재판관이 관예(官隸)에게 내어주어 옥에 가둘까 염려하라

(한글개역개정성경, 1998년) 너를 고발하는 자와 함께 길에 있을 때에 급히 사화하라 그 고발하는 자가 너를 재판관에게 내어 주고 재판관이 옥리(獄吏)에게 내어 주어 옥에 가둘까

(공동번역성서, 1977년) 누가 너를 고소하여 그와 함께 법정으로 갈 때에는 도중에서 얼른 화해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고소하는 사람이 너를 재판관에게 넘기고 재판관은 형리(刑吏)에게 내주어 감옥에 가둘 것이다.

(새번역성경, 2010년) 너를 고소하는 사람과 함께 법정으로 갈 때에는, 도중에 얼른 그와 화해하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고소하는 사람이 너를 재판관에게 넘겨주고, 재판관은 형무소 관리에게 넘겨주어서, 그가 너를 감옥에 집어넣을 것이다.

(쉬운말성경, 2013년) … 재판관은 또 당신을 간수에게 넘겨주어

(나머지 대부분의 한글 성경들) ‘간수’나 ‘관리’ 등으로 번역됨.

(중국어성경) … 法官把你交給獄警(교도관)，關在監裡 …

(일본어성경) … 裁判官は 下役(부하 직원)に 引き 渡して …

(흠정역한글성경) 재판관이 관리에게 넘겨주어 너를 감옥에 가둘까 염려하노라.

(흠정역영어성경) … and the judge deliver thee to the officer(관리), …

(NIV신국제역본 영어성경) and the judge may hand you over to the officer(관리),

(헬라어원어성경 공인본문) ο κριτης σε παραδω τω υπηρετη(관리) και εις φυλακην

신약성경 마태복음 5-7장의 내용은 예수님의 ‘산상보훈’의 말씀이다. 이 산상보훈은 산상설교나 산상수훈으로도 불리는데, 이것은 메시아 왕국이 도래할 때에, 사람들이 왕국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삶에 대한 핵심 내용들이다. 본문은 예수님의 산상설교 가운데 나오는 한 부분으로, ‘고소를 당하는 사람의 올바른 처신’에 대한 교훈의 말씀이다.

앞의 여러 성경 번역들 가운데, ‘새번역성경’의 내용이 본문을 가장 알기 쉽게 번역하였다. 곧 “너를 고소하는 사람과 함께 법정으로 갈 때에는, 도중에 얼른 그와 화해하도록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고소하는 사람이 너를 재판관에게 넘겨주고, 재판관은 형무소 관리에게 넘겨주어서, 그가 너를 감옥에 집어넣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 말씀은 일반인들이 읽기만 하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성경들의 번역 내용도 모두 대동소이하며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유독 ‘한글개역성경’은 이 구절을 번역하면서, 어려운 한자어인 ‘관예(官隸)’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이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더욱이 이 단어는 우리말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고 중국어성경과 일본어성경에도 볼 수 없는 단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성서공회는 이 ‘관예(官隸)’라는 단어를 1961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고치지 않고 계속 사용해 왔다. 물론 한자를 아는 사람들은, ‘관예(官隸)’라는 단어가 벼슬 관(官)과 종 예(隸)라는 뜻을 통해, 관예(官隸)가 ‘관가에서 부리는 종’이라는 의미임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단어가 우리말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으므로, 어떤 성경 독자들은 이 뜻을 명확히 알기 위해 영어 성경이나 타국어 성경을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한글개역성경(1961년)과 똑같은 출판사인 대한성서공회에서 발행한 ‘공동번역성서(1977년)’의 번역자들은, 한글개역성경의 ‘관예(官隸)’라는 단어가 우리말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것을 ‘형리(刑吏)’로 바꾸어 번역했다. 그리고 같은 출판사인 ‘새번역성경(2010년)’은 이것을 ‘형무소 관리’로 고쳐서 번역했다. 또한 ‘한글개역개정성경(1998년)’은 이것을 ‘옥리(獄吏)’로 번역했다. 여기서 ‘형리(刑吏)’와 ‘형무소 관리’ 그리고 ‘옥리(獄吏)’ 등은 모두 우리말 국어사전에 나오는 단어들이다. 그리고 다른 출판사 성경들 가운데 쉬운말성경, 우리말성경 등은 이것을 ‘간수’로 번역했으며, 중국어성경은 獄警(교도관). 일본어성경은 下役(부하 직원) 등으로 번역했다. 나머지 성경들도 대체로 알기 쉬운 단어들로 번역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1세기 당시의 신약성경은 지중해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던 ‘코이네 헬라어’로 기록되었다. 이 코이네는 예수님 당시 만국통용어로 쓰인 헬라어이며, 신약성경은 이 코이네 헬라어로 쓰였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말씀인 한글 신‧구약성경도 모든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면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소설이나 수필, 잡지나 교과서 등’ 그 어떤 책이라도 그 속에 나오는 모든 단어들은 한 국가의 국어사전에 나오는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요, 필수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를 개인이 자의적으로 만들어 사용한다면, 이런 책은 한 국가의 사회적 상식을 벗어난 책이므로 신뢰를 잃게 된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을 번역한 우리말 ‘한글개역성경(1961년)’이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번역되었다.

이 ‘한글개역성경’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번역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이 성경은 우리말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여러 한자어들을 자의적으로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이 사실을 간파한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왔다. 그러므로 대한성서공회는 지금이라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여 대책을 강구하고 신속히 이 문제점들을 해결함으로써,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2021년 11월 대한성서공회에서 ‘새한글신약성경’이 출간되었다. 이 성경은 머리말에서 “「새한글성경」 번역은 2011년 12월부터 ‘성경번역연구위원회’가 조직되어 번역 원칙을 연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년 동안의 번역 원칙 연구를 거쳐, 2012년 12월부터 각 교단의 40대 젊은 성서학자 36명이 함께 본문을 번역하고 검토하였고, 국어학자 3명이 이를 읽어면서 본문을 다듬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새한글구약성경’은 2023년 12월 경에 번역을 완성하여, ‘새한글신구약전서’를 출간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발간된 ‘새한글신약성경’은 기존해 사용해 왔던 한글개역성경(1961년)과 한글개역개정성경(1998년)의 미흡한 번역들을 대부분 수정‧보완해 놓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바로잡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 성경은 머리말에서 “21세기, 현대 사회가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급속하게 변화함에 따라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성경 읽기 양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성서공회는, 젊은이들이 성경을 더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삶 속에 적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번역 성경인 「새한글성경」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이와 같이, 「새한글신약성경」이 기존의 한글개역(개정)성경의 많은 오류들을 수정‧보완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023년 12월에 출간 예정인 「새한글구약성경」도 기존 성경들의 미흡한 부분들을 수정‧보완하여 제대로 번역된 성경을 출간해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