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신학대학교 교수들의 <사회선교사> 법제화 청원서

● 선교는 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었다.

선교(mission)는 '사명과 위임을 주어 보내는 것'을 의미하며, 그 임무는 비신자나, 잃은 양, 그리고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교회의 선교는 지역과 시대 그리고 새로운 변화에 대응해 어떻게 복음을 전파할 것인가를 고민해 왔습니다. 또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현장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선교는 늘 지역과 상황, 대상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변화할 것입니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 교회의 선교는 주로 노방전도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선교는 전도지를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변화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과 정보화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노방전도나 전도지를 배포하는 방식의 선교는 이미 효용성이 없습니다. 사회는 이미 SNS와 유튜브, 영상과 AI 가 문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교와 관련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람이 바로 자신을 가리켜 이방인을 위한 사도 혹은 이방인을 위하여 선택된 그릇이라고 고백했던 바울과 오늘날에도 사회선교의 모범이자 신학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는 요한 웨슬리입니다. 바울은 온 도시가 우상으로 가득 차 있는 아테네에서 선교하는 과정에서 아레오바고 법정에서 설교했습니다. 바울은 이 설교에서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종교심이 많습니다. 내가 다니면서, 여러분이 예배하는 대상들을 살펴보는 가운데,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긴 제단도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이 알지 못하고 예배하는 그 대상을 여러분에게 알려 드리겠습니다.”(사도행전‭17‬:‭22‬-‭27)하고 말했습니다. 또 바울은 우상에게 바친 제물을 먹을 것이냐를 두고 논란하는 고린도교회 신자들에게 “여러분이 형제자매들에게 죄를 짓고, 그들의 약한 양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께 죄를 짓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음식이 내 형제를 걸어서 넘어지게 하는 것이라면, 그가 걸려서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는 평생 고기를 먹지 않겠습니다.”(고린도전서 8:12-13)하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바울은 늘 현장의 상황과 요구를 반영해 선교했습니다. 

요한 웨슬리도 마찬가지입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영국은 저임금 노동, 실직과 좌절, 영적침체, 종교적 타락, 도덕적 부패 등이 심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웨슬리는 성서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동원한 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말하는 사회선교입니다. 웨슬리는 사회선교적 실천과 연결되는 권리, 평등, 자유, 소유, 질서 등의 개념을 성서적 근거를 가지고 설명했고, 가난한 자, 병든 자, 갇힌 자를 돕고 노예제도에도 반대했습니다. 또 가난한 이웃을 위한 무료 시약소와 직업소개소 설립, 노예제도 폐지, 교도소 수감자들의 처우개선, 이후 노동조합으로 발전한 노동환경 개선, 어린이 고용금지와 18세 이하 청소년의 10시간 이상 노동 금지를 위해 힘썼습니다. 이와 같은 웨슬리의 사회선교는 50년 후 감리회 신자수를 6배로 증가시키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요한 웨슬리의 선교는 늘 복음선교와 사회선교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펼쳐졌고, 한국선교 과정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 신학교육 현장이 사회선교사 법제화를 요구합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선교신학과 선교전략이 필요합니다. 영국 성공회 사제이자 현대 기독교 지성을 대표하는 복음주의자인 존 스토트는 “선교란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세상 속으로 보내셔서 하게 하시는 희생적 섬김으로 거기에는 전도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적인 행동이 포함되며 예수님처럼 섬기도록 세상에 보냄 받은 우리의 섬김도 말과 행동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1974년 로잔 대회에서 발표된 <로잔 언약(Lauzanne Covenant)>은 성경의 권위, 전도의 특성, 세계 선교의 중요성과 긴급성,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 문화의 문제, 영적 전쟁 등에 대한 복음주의의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존 스토트가 초안을 작성한 <로잔 언약>은 제5장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모든 사람의 창조주이시며 심판주임을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 사회 어디서나 정의와 화해를 이루시고 인간을 모든 종류의 억압에서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관심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억압받는 자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을) 등한시한 것과 복음전도와 사회참여를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한 것을 회개한다.”고 고백하며 사회선교에 대한 복음주의 진영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로잔 언약>이 말하듯 선교는 언제나 현장에 기초해야 합니다. 현장으로부터 고립된 선교란 있을 수 없고,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선교는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현장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교회의 선교는 끊임없이 새롭고 다양한 현장을 발굴하고, 그 현장에 필요한 전문가를 양성해서, 현장에 파송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역할 맡은 곳이 바로 신학대학교입니다. 신학대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목회자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때문에 신학대학교는 사회의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고, 변화된 사회에서의 선교를 위해 다양한 선교 현장을 발굴하고, 그 현장에 필요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목회자를 양성하는 일을 개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목회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신학대학교가 사회선교사제도 법제화를 요구합니다. 변화무쌍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국가는 늘 시대의 변화를 예민하게 관측하고 이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국가는 시대의 변화를 예측하며 변화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미리 정책을 수립합니다. 또 의회는 이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법률을 제정합니다. 교회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의 선교를 위해서 누군가는 시대의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된 시대에 필요한 선교를 위한 전략과 정책을 연구하고, 또 필요한 능력을 갖춘 목회자를 양성해야 합니다. 이것은 변화가 도래한 다음이 아니라 변화가 오기 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역할을 맡은 곳이 바로 신학대학교입니다. 따라서 감리회 산하 3개 신학대학교에서 목회자 양성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는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여 선교전략과 정책을 연구하고, 필요한 능력을 갖춘 목회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사회선교사제도의 법제화는 꼭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 시대의 변화가 새로운 선교영역을 개척을 요구한다.

우리는 현장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현재 다양한 분야의 사회선교 현장에는 타 교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감리회의 젊은이들이 목사 안수의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사역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감리회가 이 현장의 노력과 움직임을 방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치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지금 현장에서 땀 흘리는 사역자들은 현장을 떠나게 될 것이고, 다시 사회선교 현장에서 일하고자 하는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감리회 사회선교 역량의 하락과 선교 실패로 이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때가 늦기 전에 감리회는 사회선교사제도를 도입해 능력있는 사회선교 전문가를 양성할 길을 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각 영역의 사회선교사들이 아픔과 갈등, 소외와 차별의 현장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고, 목회적 돌봄을 펼치고, 화해자의 치유자로서의 사명을 충실히 감당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경과 신뢰를 받고, 정체된 교회성장이 다시 시작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지금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감리회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난 2년 동안 10만 명의 신자를 잃었습니다. 2010년에 158만 명으로 최고점에 이르던 신자수는 2022년 현재 120만 명으로 지난 12년간 40만 명이 감소했습니다. 이와 같은 신자 감소는 사회적 신뢰 하락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사회적 신뢰 하락의 주요 원인은 사회적 약자와 사회정의에 관한 관심의 미약입니다. 따라서 지금 감리회에 필요한 것은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입니다. 또 사회적 신뢰 회복은 감리회가 사회적 아픔,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과 고통에 함께하므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회선교사의 법제화는 감리회의 사회적 신뢰 회복의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이에 감리교신학대학교, 목원대학교, 협대학교에서 감리회 목회자 양성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교수들은 이번 제35회 총회 입법의회에서 사회선교사제도 도입을 위한 <교리와 장정> 개정안을 의결해 주실 것을 장정개정위원회 위원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2023년 7월 10일

감리교신학대학교, 목원대학교 신학대학, 협성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일동

목원대 신학대학: 권진호(교회사), 김정희(기독교교육), 권오훈(선교학), 박찬웅(신약), 이금재(구약), 유장환(조직신학), 이정순(조직신학), 조은하(기독교교육)

협성대 신학대학: 황병배(선교학), 이찬석(조직신학), 김래용(구약), 양재훈(신약), 서영석(역사산학), 박해령(구약), 김수천(영성학), 이충범(역사신학), 권혁남(사회와윤리), 신동욱(신약학), 홍순원(기독교윤리)

감리교신학대학교: 박해정(예배학), 양성진(기독교교육), 권진숙(목회상담), 김기철(목회상담), 박성호(신약), 조형진(설교학), 남기정(영성학), 최태관(조직신학), 서종원(역사신학), 김정숙(조직신학), 김충연(신학), 김인수(조직신학), 박진경(기독교교육),  장성배(선교학), 이후정(역사신학)